지난 4월, <미나리>의 윤여정 배우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여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2015년과 2016년 연기상 부문 후보들이 모두 백인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0명 중 9명의 유색 인종 후보가 지명된 2021년은 최근 5년간 아카데미가 ‘백인들의 잔치’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할리우드의 다양성 수용은 세계 곳곳의 뛰어난 연기자들을 수면 위로 올리는 역할을 했고, 편향되지 않은 이 글로벌 축제에 사람들은 환호와 신뢰를 보냈다. 당시 윤여정 배우의 소감 역시 팬들의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색을 섞어 놓으면, 더 아름다워집니다.
심지어 무지개도 일곱 빛깔을 가지고 있잖아요. 인종과 성별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남성인지 여성인지, 백인, 흑인, 동양인, 히스패닉, 동성애자, 이성애자와 같은 구분을 하고 싶지 않아요.
우리는 따뜻한 심장을 가진, 모두 똑같은 인간이에요.”
노년의 동양 여성의 목소리에 전 세계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는 지금은,
단연코 다양성과 포용이 글로벌 화두다.
기업 경영 방식에도 이 트렌드가 반영되어, 많은 기업들이 '다양성 존중'과 '포용의 조직 문화 구축', '인클루시브 리더십(포용의 리더십)'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국내 회사들의 경우, '과연 이 D&I 전략이 회사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인가'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해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세계 유수의 컨설팅 회사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이러한 의심에 대한 답을 드리고자 한다.
바쁜 분들을 위해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네,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돈이 벌립니다. 게다가 안 하면 손해예요!
먼저,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들의 의견을 확인해 보자.
맥킨지(McKinsey&Company) 보고서에 따르면, 다양성을 갖는 리더십은 기업의 수익 창출과 가치에 직결된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임원진의 인종 다양성이 상위 25%인 기업은 하위 25%와 비교할 때 평균 이상의 수익을 낼 가능성이 33% 높다. 성별 다양성 지표에서 상위 25%에 해당하는 기업은 하위 25%에 해당하는 기업에 비해 EBIT(이자, 세금 차감 전 영업이익) 마진 성과가 21%나 높다(Source: McKinsey&Company report, 2018).
보스턴 컨설팅 그룹(Boston Consulting Group)의 조사에 의하면, 경영진의 다양성 수준이 평균 이상인 경우 평균 이하인 기업에 비해 수익이 19%, 영업이익은 9% 더 높다(Source: https://www.bcg.com).
딜로이트(Deloitte)의 보고서에 따르면,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이 협업하는 '다양성과 포용의 문화를 가진 조직'은 그렇지 않은 조직에 비해 재무적 목표 달성 및 혁신, 더 나은 사업 성과를 달성할 가능성이 2~8배 증가한다(Source : Juliet Bourke, Which Two Heads Are Better Than One? How Diverse Teams Create Breakthrough Ideas and Make Smarter Decisions).
그럼 이미 D&I 정책을 도입한 회사들의 자체 평가는 어떠할까?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임원과 관리직을 대상으로 다양성 및 포용성과 관련된 성과평가를 진행하고 있으며, 전체 구성원, 직급별, 직군별 여성 근로자 비율 및 남성 대비 여성의 임금 비율을 지표로서 관리하고 있다. 또한, AI 편향성을 줄이기 위해 ‘AI 공정성 체크리스트(AI Fairness Checklist)’인 ‘페어런(Fairlearn)’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는 회사다.
마이크로소프트 최고인사책임자 Kathleen Hogan은 “다양성은 우리가 살고 일하는 지역 사회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과와 제품을 풍요롭게 만들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바 있다.
다음으로, 실제 마케팅 활동에서는 어떠할까?
대중의 심리와 트렌드를 심층적으로 파악하여 인사이트를 주고 있는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소비자의 모순되고 까다로운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창의적인 제품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회사와 리더는 기술의 진보, 시장의 흐름, 마케팅 전략의 변화 등 비즈니스 전반에 관련된 트렌드를 알아야 한다.
그렇기에 마케팅 활동에 있어서 D&I는 강력한 에너지원이 된다.
문화적, 정서적, 세대 간의 서로 다른 특성은 통찰력과 넓은 시야를 갖게 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영감을 준다.
조직이 목표를 향해 달려가던 중 업무 현장에서 좋은 기회를 맞닥뜨릴 때,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민첩하게 낚아채야 하는데, ‘동일한 사고’, ‘동일한 문제 해결 방식’, ‘동일한 관점’만으로는 기회를 잡기 어렵다. 인지적 다양성이 있어야만, 서로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고의 다양성은 창의성의 원천으로 혁신을 약 20% 향상시킨다.
물론, 아이디어만 많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다. 개개인의 아이디어가 수용되는 포용의 조직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성숙한 수준의 D&I 문화 속에서 집단지성은 빛을 발할 수 있다.
다양한 배경과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직 문화와 근무 환경을 보여 준 영화 [인턴]
‘다름’은 변화를 가져오는 힘이 되고, 다양성은 기업의 실적과 연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망설이고 있는 기업과 리더들에게,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생길 수 있는 문제를 공유하고자 한다.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로 확산된 Black Lives Matter 운동은 다양성 확대의 분수령이 된 문화 현상이다. 국내에서도 #MeToo 운동이 빠르게 확산되는 것을 모두가 경험했듯이, 최근 MZ세대의 사회 운동은 그 움직임이 능동적일 뿐 아니라 SNS를 기반으로 하기에 파급력 또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이들은 권력 구조, 성별, 장애 등 힘의 불균형에서 나오는 갑질, 불평등, 정의롭지 못한 사건들에 대해서는 제품 불매 운동과 함께 기업에 대한 신뢰를 거둔다.
2018년 H&M의 'Coolest Monkey in the Jungle' 후드티 사건은 D&I 이슈에 대해 둔감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흑인을 원숭이로 지칭하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려진 인종차별 문구다. 그런데 흑인 어린이 모델에게 ‘정글 속에서 가장 멋진 원숭이(Coolest monkey in the jungle)’라는 문구가 적힌 청록색 후드티를 입히고, 이 사진이 내부적으로 자체 필터링되지 않고 대중에게 선보이는 상품의 최종 이미지로 결정되었다는 점에 사람들은 화가 났다. 의도적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D&I에 둔감하다는 것은 소비자들의 실망을 가져오기 충분했다.
백인 어린이는 생존 전문가, 흑인 어린이는 정글 속에서 가장 멋진 원숭이?! 저기요, 사진사님, 편집자님, 우리 생각 좀 하면서 일하자고요!!
D&I 문화를 만드는 인클루시브 리더십이 필요하다.
나는 분명 H&M 내부에서 상기 이미지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직원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기에는 조직 문화가 꽉 막혀 있었을 것이고, 설령 의견을 내었다 하더라도 윗선에서 무시되었기에, 소비자에게까지 이 상품 이미지가 전달된 것이라 예상된다.
우리 사회 각계의 리더들에게 ‘관계의 평등’에 대한 통찰과 '함께 일하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 특히 리더의 인식이 이를 뒤따르지 못하고 있어, 조직 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다양성과 포용이라는 시대적 요구 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개인으로서, 리더로서, 조직차원에서 고민이 깊다.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일까? 리더십은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 것일까? 리더의 행동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 것일까?
리더의 행동에 반영될 새로운 원칙과 가치로 '인클루시브 리더십’이 떠오르고 있다. 다음 글에서는 리더십 중 가장 진보된 행동 양식으로, 우리가 처한 사회의 중요한 요구에 대한 긍정적인 대안이자 해답이 될 인클루시브 리더십에 대한 소개와 함께 회사에 D&I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