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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chi Aug 12. 2021

당신이 몰랐던 카메라의 비밀

다양성을 공부하고 있는 내 작은 카메라

우리는 매일같이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으로 찍힌 내 모습이, 뚜렷한 이목구비와 선명한 표정, 균일한 피부톤, 매끈한 머릿결을 담아내고 있다면 기분이 좋아진다.


보자마자 너무 마음에 들어 산 붉은 원피스가 내 얼굴빛과 잘 어울리기까지 한다면, 그야말로 이것은 '인생사진각'이다. 인스타에도 올리고 카톡 프로필에도 올려 본다. 역시 남는 건 사진이라며, 신이 난다.

 

그런데 여기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사진 속 내 표정이 뿌옇고 미소가 흐리다. 어떤 사진은 이마는 하얗고 턱은 까맣다.

(출처 : 구글 공식 영상)

처음에는 카메라가 흔들렸거나 조명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백인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니 나만 그렇다. 자꾸만 같은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새 이런 생각이 든다.


‘아, 나는 백인보다 못생겼구나...’


라 켈리(Kira Kelly)는 자신의 흑인 어머니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어린 시절, 사진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나는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셨던 어머니는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그런 생각을 갖고 계세요.

 많은 소녀들이 피부색이 어둡다는 이유로 사진 속에서조차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있는 거죠.”


시네마토그래퍼(cinematographer, 촬영감독)로서 카메라와 조명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이러한 상황이 안타깝다. 그녀는 우리가 몰랐던 카메라의 비밀을 전한다.


카메라는 이미 백인에게 편향되어 있어요.

 



손바닥만 한 이 작은 기계가 무언가에 편향되어 있다니, 이건 대체 무슨 말일까?


1950년대 중반, 코닥(Kodak)에 의해 처음 컬러 필름이 개발되었을 때, 회사는 흰 피부의 갈색 머릿결을 가진 직원 셜리 페이지(Shirley Page)의 이미지를 사진 보정용으로 사용했고, 일명 셜리 카드(Shirley Card)는 세계 곳곳의 사진관에 된다. 이후 셜리 카드의 인물이 여러 번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백인 여성인 경우가 많았고, 이는 1990년대가 되어 더 포괄적인 셜리 카드가 등장하기 전까지 속되었다. 물론, 필름 베이스의 코팅을 바꾸어 노란색과 갈색에 더 민감한 사진을 구현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백인 소비자가 이끄는 시장을 포기할 회사는 없었다.

피부색 균형을 맞추기 위해 사용된 셜리 카드, 흰 피부를 기준으로 삼게 되면 다른 모든 피부 톤은 표준에서 벗어나게 된다


필름 사진 시대 때 피부 톤의 다양성을 간과했던 내재적 편견은 디지털카메라 시대로 이어졌다.

내 예쁜 여자 친구는 사진 찍을 때마다 없어진다

무언가 항상 꺼지거나 평평하게 찍힐 때가 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더 강력한 조명을 사용할 경우에는 얼굴 전체 디테일이 완전히 날아가 납작해져 버리기도 했다.


백인과 흑인이 함께 사진을 찍을 경우, 특히 밝은 환경에 있을 때는, 어두운 피부 톤을 지닌 사람은 너무 까맣게 찍혀 버려 "웃어서 치아라도 보이게 해."라는 농담을 들어야만 했다.


내 이야기는 아니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럼 이 경우는 어떠한가?


COVID-19가 가져온 회사 생활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재택근무의 확대다. 우리는 집에서 화상 회의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때때로 미처 치우지 못한 집안이 신경 쓰여 뒷 공간을 숨겨주는 가상 배경 기능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가리고 싶은 것은 지저분한 집일 뿐이었는데, 내 머리카락이 없어지기도 하고 손이 없어지기도 한다. 이것 또한, 백인 남성 중심의 이미지 데이터 세트로 학습된 카메라가 검은 머리카락과 피부를 '사람이 아닌 것'으로 인지해 함께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카메라와 관련된 엄청난 기술 진보가 있었음에도, 피부색의 다양성 확보 문제는 이제 시작인 것이다.  




최근 구글은 우리가 사용하는 카메라의 '자동 화이트 밸런스 기술과 노출 알고리즘(Auto White Balance and Auto Exposure Algorithm)'이 백인의 피부색을 기준으로 개발되어 있다는 사실을 공론화했다. 


안드로이드는 30억 명의 스마트폰 이용자가 사용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OS다. 그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구글은 카메라가 전 세계 사람의 피부색을 정확하게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더 정확하고 포용적인 카메라’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구글은 어두운 피부 톤을 더 잘 포착하기 위해, 포토그래퍼, 아티스트, 디자이너 등 다양한 전문가와 소통했다. 카메라의 알고리즘이 사람의 피부 톤을 더 정확하고 아름답게 담아내는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우선 그들은 이미지 데이터 세트를 더 많이 활용해 AI를 새롭게 학습시켰다. 카메라가 피부 톤을 지나치게 밝게 표현하는 것을 방지하고, 갈색과 어두운 피부톤을 보다 자연스럽고 충실하게 드러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연구했다.


피부 톤의 색온도(color temperature), 화이트 밸런스, 노출값을 조정하고 곱슬머리와 웨이브 있는 머리 등 다양한 헤어 스타일을 효과적으로 감지하는 방법을 개발하여 인물 사진 모드를 개선했다.

화이트 밸런스, 노출값 조정 전
화이트 밸런스, 노출값 조정 후


그 결과, 흑인을 포함한 유색 인종의 얼굴이 더 선명하게 나오는 방법을 찾았다.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게 작동하는 카메라가 되었다.

 

아래의 사진을 보자. 군데군데 하얗게 들떠 마치 선크림을 바른 후 백탁 현상이 생긴 것 같은 얼굴이 본연의 피부톤을 잘 표현하는 기술을 만나자, 더 건강하고 아름다운 얼굴로 바뀌었다. '아름답다'는 정의도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다시 표현하자면, 우리 '눈으로 봤을 때의 모습'과 더 가까워졌다.

(출처 : 구글 공식 영상)


발전은 이미지에서 영상으로 이어진다. 카메라가 어두운 톤의 사람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피드백을 수렴하여, 저조도 모드의 영상 통화 기능 개발되었다.




비즈니스 환경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목받는 기업과 기술이 있는 이유는, 인간이 소원하는 바가 그리  곳에 있는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 조화롭게 살아갈  있는 세상을 꿈꾼다. 그리고  소중한 가치를 반영하여  다채롭고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어 주는 기술에 가치를 부여한다.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비즈니스 성과, 경영이론에 매몰되어 조직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조직을 이끈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다루고,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다듬어 가는 것이다. 더불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고 스스로 윤리의식을 높임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할 , 구성원들은 물론 대중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성장할  있다.

고객이 공감할  있는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가치를 제품과 서비스에 녹일 , 기업의 존재 가치가 부각되고, 고객으로부터 존재의 이유에 대한 설득력을 높일  있다.


내가 사용하는 이 작은 카메라가 인종 다양성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니, 어찌 응원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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