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은 우리 회사의 미래다
Diversity Is 'the Future of Our Company'
애플 CEO 팀 쿡(Tim Cook)의 메시지다. 그 자신이 성소수자이기도 하면서, 다양성 확보를 위해 오래전부터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 온 팀 쿡. 사람들은 스티브 잡스 사망 후 "애플은 끝났다"라고 이야기하며 팀 쿡의 리더십에 별다른 기대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승승장구하는 애플을 보며 더 이상 그의 경영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으며, 그는 그러한 신뢰를 기반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담아 애플을 변화시키고 있다.
스티브 잡스 시절의 애플도 다양성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적은 있었지만, 당시 주요 의사결정이나 행보는 미국 중산층 백인 남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팀 쿡이 경영하는 애플은 확실히 달라졌다.
작년 WWDC(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 행사는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연중 가장 주목받는 글로벌 행사에서,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음에도, 자사의 새 기술과 제품 홍보가 아닌, 아래와 같은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자유와 평등으로 세워진 이 나라가
인종 차별, 불평등, 불의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충분히 주목하게 만들었던 WWDC 오프닝 (출처 : WWDC 2020 공식 영상)
미국 주류 사회에서 인종차별에 대한 이슈는 불편한 주제로 여겨져 굳이 꺼내려하지 않건만, 정치인도 아닌 이윤을 내야 하는 기업 경영인이 이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렸다는 것에, 상당한 무게감이 실리는 장면이었다.
올해 WWDC는 어떠했을까?
남녀 가릴 것 없이 다양한 인종과 여러 분야의 스피커가 고르게 나왔는데, 그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람은 애플 맵의 새로운 기능을 소개하는 메그 프로스트(Meg Frost)다.
흡사 리조트 같은 애플 사옥의 시원한 전경을 뒤로하고, 금발의 아름다운 백인 여성이 지도에 반영된 신규 기능을 설명했다. 그녀의 자신감 넘치는 말투와 디렉터라는 직급에서 전문가 포스가 풍겨져 나왔다.
와, 미모에 실력까지! 역시 애플은 만능캐들이 다니는 회사였어 (출처 : WWDC 2021 공식 영상)
그러던 중, 화면이 줌 아웃되면서, 메그 프로스트 모습이 상반신에서 전신으로 바뀌게 되는데, 놀랍게도 그녀가 앉아 있는 곳은 벤치가 아닌 휠체어였다!
어머, 이 언니 완전 멋져! 더불어 편견 없는 애플도♡.♡ (출처 : WWDC 2021 공식 영상)
이 모습은 실력만 있다면 장애와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지도 앱을 개발하며 세계 곳곳을 구석구석 들여다보고 있는 그녀는, 비록 다리는 조금 불편할지 몰라도 누구보다 '세상을 항해하는 가장 멋진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혹시 이 전체적인 그림이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마케팅이 아닌가 의심해 본 적도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이유로 마음이 바뀌었다.
먼저, 메그 프로스트가 연사로 나온 것이 처음은 아니라고 하니, 이 모든 게 연출이라 하더라도 그 꾸준함에 박수를 보낸다. "우린 장애인 직원도 이렇게 밀어주고 포용하는 멋진 회사니까 우리 제품 꼭 사주세요"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 세련된 모습도 칭찬한다.
두 번째는, 실제 어마어마한 돈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애플은 흑인과 여성 개발자를 위한 캠프를 운영하고 있고, 인종 평등과 정의 구현을 위해 1억 달러를 지원했다. 한 기업이 충분한 성공을 거두고 글로벌 기업 브랜드가 되어 1억 달러의 매출을 내기까지 평균 7~10년이 걸린다(출처 : slownews, SaaS 기업 운영을 위한 다섯 가지 조건)고 한다. 1억 달러에는 몇 배가 넘는 회사와 구성원들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 있다. 그리고 남들보다 앞서, '보다 나은 세상, 모두에게 기회가 충만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이 돈이 사용되면서,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큰 힘으로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인종 평등 및 정의 구현을 위해 1억 달러를 지원한 팀 쿡 (출처 : 팀 쿡의 트위터 계정)
세 번째는, 이러한 다양성과 포용의 문화(D&I)가 CEO만의 노력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에게 내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자신의 저서에 여성비하적 글을 썼다는 이유로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스 광고 기술 임원이 계약 해지되는 일이 있었다. 해당 인물을 채용하는 것은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하는 애플의 경영 방침에 맞지 않다는 것이 직원들의 의견이었고, 회사는 이를 모르는 척하지 않고 수용했다. 이는 D&I가 브랜딩의 수단이 아닌, 소속 직원들도 공감하고 가치를 두는 요소임을 드러낸다.
하나의 가치가 구성원들에게 내재되어 기업의 조직 문화로 발현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 정도 수준의 성숙도에 이르기까지는 분명 내부적으로 많은 교육과 캠페인, 건강한 토론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변화에 대한 갈망이 거세다. 그리고 이는 구성원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고 그들이 협력하도록 만드는 것이 회사와 리더의 책임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그저 ‘하면 좋은 일’이었다면 전 세계적으로 세대 간 격차와 인종차별 문제가 악화되면서 이제는 ‘반드시 해야 되는 일’이 되고 있다. 그 변화를 이끌고 있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덧붙이는 말]
특정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한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실제 필자는 삼*의 유저이자 찐 팬이랍니다. *^-^*
혹시 이 글을 읽으시면서 자주 언급되는 회사명과 인물에 불편한 감정이 드셨다면,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이 가치를 두고 있는 '다양성'이란 무엇이고
조직 문화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소개하고 싶었던 필자의 의도를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 글에는 또 다른 D&I 기업 사례를 소개해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