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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주원 Sep 28. 2018

Intro_전통주, 그거 아재들이 먹는 술 아녀?

“형, 그러다 진짜 큰일나요. 조심하세요.”

“야, 그러다 훅 간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게 7년 전 부터였나. 술자리에서 언제부턴가 ‘조심’하라는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아무리 알코올을 때려부어도 끄떡 없는 내 무쇠같은 간 덕분에, 난 폭주를 일삼았다. 처음에는 ‘와, 잘 마신다.’던 지인들이 언제부턴가는 내 건강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괜찮았다. 내 간은 무쇠였으니까.

  

전날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잠 한 숨 자지 않고 학교로 수업을 들으러 나가도 문제없었다. 내 간을 회복하는 건, 쉬는 시간에 자는 쪽잠이면 충분했다. 마셔도, 마셔도 지치지 않는 내 간 덕분에 난 매일 술을 들이 부었다.


술을 맛으로 마시는 건 당연히 아니었다. 내게 술은 그저 취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친구들과 좀 더 흥겹게 놀기 위한 그런 수단. 취하기 위한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술은 체내에 점점 축적되기 시작했다. 그 양을 합치면 바다 정도는 무리고, 동네 저수지만큼은 되려나? 그간 마신 술의 종류도 참 다양했다. 값나가는 싱글몰트 위스키 따위는 아니더라도 소주, 보드카, 데킬라, 리큐르, 싸구려 위스키 등은 거의 다 섭렵했다. 그렇게 체내의 알코올들이 저수지를 이루다 못해 넘실거려 홍수를 일으킬 때 즈음, 내 간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3일을 내리 마셔도 지치지 않던 간이, 하루만 과음을 해도 살려달라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과음을 한 다음 날이면, ‘죽을 것 같다.’라며 신음을 앓기 시작했다. ‘죽을 것 같다.’까진 괜찮았지. 시간이 좀 더 흘러 내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뀔 때, 나는 과음을 한 다음 날 숙취에 시달리며 이렇게 읊조리기 시작했다. ‘아, 죽고 싶다.’


그때부터 슬슬 술을 줄이기 시작했다. ‘맛도 없는 술’ 때문에 죽을 순 없었다. 생각해보니 술이 내게 도움이 된 건 하나도 없었다. 돈 나가지, 몸 상하지, 시간 버리지. 생각을 하다 보니 술을 마시는 이유를 찾기가 어려웠다. ‘난 그동안 무엇을 위해 그토록 술을 마셨던가.’ 술에 대한 회의감은 가득했지만, 어쨌든 술 권하는 사회에서 술을 완전히 끊을 수 없었던 나는 비로소 그 대안을 찾게 된다.


그 대안은 전.통.주


“엥? 전통주? 그거 아재들만 마시는 거 아녀?”         



인정한다. ‘전통’이라는 단어를 ‘구닥다리’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전통주는, 정확히 말하면 내가 처음 접했던 ‘문배술’이라는 전통주는 이런 편견을 완벽히 산산조각 내줬다.


세련된 병 디자인,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 상상 이상으로 다양한 향과 맛 그리고 무엇보다도 숙취 없이 맞이하는 그 뒷날까지. 전통주는 취하기 위해 술을 마셨던 과거의 나를 ‘맛’을 느끼기 위해 술을 마시는 나로 변화시켜줬다. 처음 전통주를 접하고 무언가에 홀리듯 전통주의 세계로 빠져든 나는 흔히 아는 증류주, 막걸리 뿐만 아니라 약주, 과실주 등을 넘나들며 전통주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급기야 나 스스로를 ‘전통주 알리는 청년’이라고 칭해가며 SNS에서 활동하기 시작했고, 덕분에 더욱 더 많은 전통주를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게 됐다.


앞으로 mashija 매거진에 전통주에 관련된 칼럼을 연재하고자 한다. 절대 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거나, 얕은 지식을 과대포장해 술을 소개할 생각은 없다. 흔히 술 좀 좋아하고, 잘 마시는 동네 청년의 입장에서 가볍지만 때로는 진지하게 전통주를 하나하나 리뷰해보려 한다. 그리고 전통주는 절대 아재들이 마시는 술이 아닌,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기막히게 맛있는 우리술이라는 사실을 알려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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