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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연 Nov 20. 2019

길고양이 길남이가 버려졌다

다친 길고양이는 누가 돕나요

Zero to One Project 는 새로운 개념의 토탈 반려동물 복지센터, <카라 더봄센터>의 건립을 위해 진행되는 프로젝트입니다. 더봄센터를 함께 알리고 당신의 이름으로 지어주세요.


길남이가 버려졌습니다. 그 애는 아주 강한 길고양이였습니다. 길고양이가 버려졌다니, 보호자도 집사도 없이 길생활을 하는 길고양이가 버려졌다는 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일까 싶을 수도 있겠습니다. 애당초 길고양이를 가진 사람이 어디 있다고 ‘버렸다’는 말이 가당키나 할까요. 


노란 눈동자에 멋진 수염을 가진 턱시도. 길남이를 소개합니다.

      

뺑소니를 당했고,
묘생이 달라졌다


길남이가 이전엔 어떻게 살았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아는 길남이의 삶은 2016년 11월 중순에 횡단보도에 쓰러져 있던 것으로 시작합니다. 길남이는 길을 건너다 뺑소니를 당한 듯 했습니다. 길남이를 발견한 구조자가 카라 동물병원으로 데려왔습니다. 길남이는 골반도, 척추도 골절된 채였습니다. 응급 수술을 진행했지만 하반신이 마비됐습니다. 길남이는 뒷 발로 땅을 딛지 못합니다. 그리고 평생동안 하루 두 번씩 사람이 압박배뇨를 해줘야 합니다.     


구조자는 그 길로 잠수를 탔습니다. 그는 병원에 10만원을 결제한 것으로 제 일을 다 한 셈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손을 내밀 때마다 하악질하고, 할퀴고, 물어뜯는 고양이는 그렇게 카라에 남겨졌습니다. 그 누구도 원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가족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리야 상황을 이해하지만 길남이는 얼마나 패닉이었을까요. 길거리를 걷는 대신 병원의 입원장에 앉게 됐고, 스스로 대소변을 누고 은닉시키는 대신 사람의 손에 의해 소변을 보게 됐습니다. 대변은 길남이가 움직이거나 소변을 뉘일 때 나오기도 했습니다. 자유로운 삶은 박탈당했고, 길남이는 끔찍한 별천지에 떨어진 기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혈투 끝의 평화


길남이의 보금자리는 카라 동물병원 한 켠의 입원장이 되었습니다. 길남이는 그 곳에서 잠들고, 식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카라 동물병원의 선생님들과 활동가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방광을 짜주고 담요로 길남이를 돌돌 말아 품에 안았습니다. 그리고 이마를 긁거나 등을 토닥였습니다. 이 애가 어서 우리에게 마음을 열어주길 바라면서요.     


‘우리는 너를 해치지 않아. 너는 좋은 고양이고, 우린 털 없는 큰 고양이야... 우리 피 보지 않고도 사이좋게 지낼 수 있어.’     


길남이를 안을 수 없을 땐 눈키스를 했습니다. 길남이는 하악질로 답변했죠. 보답 받지 못하는 사랑이더라도 괜찮았습니다.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도 성숙한 사랑을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지 않던가요. 우리는 길남이를 사랑했고, 길남이만 무사하고 안전하다면 괜찮았습니다.     


마법 같은 순간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습니다. 길남이가 하루아침에 골골송을 부르는 애교쟁이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모르겠습니다. 그 동안 ‘인간을 믿어도 될까, 아닐까’ 갈등이 많았다가 마음을 정한건지, 아니면 간밤에 문득 깨달은 건지. 중요한 건 만난 지 2년 즈음해서 길남이가 제 삶을 인정하고 우리 품에 기꺼이 안기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이 기특한 고양이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너의 짙은 행복을 빈다


길남이가 우리에게 버려진 게 아니라 지자체 보호소에 버려졌다면, 이라는 가정을 가끔 해봅니다. 교통사고를 당한 길고양이들이 지자체 보호소에 입소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고, 그 곳에서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모습까지 목도하기 때문입니다. 애당초 길고양이는 지자체 보호소 입소 대상도, 야생동물로서의 치료 대상도 아닙니다. 이 험한 세상에서 오롯이 사각지대에 선 길고양이들은 누구에게 보호를 청해야 하는 걸까요.     


바깥세상의 아픈 이야기와는 별개로 길남이는 요새 휠체어 타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병원 곳곳을 자유롭게 누비는 것을 기대했는데, 휠체어가 낯선지 불편한지 제 입원장을 향해 갈 때만 움직여서 좀 아쉽습니다. 그래도 길남이가 우리 품에서 수많은 날들을 하악질했던 것처럼 지금도 새로운 세상에 적응중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문득 씽씽 달려주겠죠.     



길남이는 우리와 함께 두 번째 삶을 시작했습니다. 길남이로부터 우리는 삶의 기쁨을 얻었고, 인내와 사랑의 쓰고 단 맛을 배웠습니다. 창문에서 바람과 햇살을 느끼는 길남이, 유독 아름다운 수염을 유려하게 흐트러트리는 길남이, 반짝거리는 두 눈이 너무 예쁜 길남이. 그가 오래오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수명이 다해 우리 품에서 무지개다리를 건넌 뒤에는, 우리가 죽어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 그 입구에서 마중을 나와 주면 참 좋겠습니다.



우리는 너를 사랑하고,
너 또한 우리를 사랑한다

 


우리는 다른 고양이들에게도 새로운 삶을 연결해 주고 싶습니다. 사랑과 시간이 있다면 얼마든 가능합니다. 그 기적 같은 경험이 있기에 우리는 더 많은 고양이들을 위해 카라 더봄센터를 짓습니다.      


고양이 친구들과도 문제 없이 잘 지내는 길남이♥
카라 더봄센터 2층에 묘사가 만들어집니다.


더봄센터의 묘사는 최대 천고 3m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길남이와 같이 다리를 쓰지 못하는 고양이들은 천고가 좀 더 낮은 방에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고양이들의 본능을 충족할 수 있는 그 공간에서 활동가들은 끊임없이 행동과 말로 마법의 주문을 외울 것입니다.     


‘인간은 위험하지 않다… 너는 정말 좋은 집고양이가 될 것이다… 우리는 너를 사랑하고… 너 또한 우리를 사랑한다….’     


아름다운 자연이 보이는 곳에서 고양이들은 사회화 과정을 거치고, 반질반질하게 털 쪄서 좋은 가족을 만날 것입니다. 가족을 만나지 못할지언정 우리를 가족으로 삼아 평생을 배부르고 따뜻하게 보낼 것이니, 그 묘생도 아주 나쁘진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더봄센터를 함께 지어주세요


2019년 11월 11일의 카라 더봄센터 공사 현장


누군가는 ‘이렇게 힘든 상태의 동물 한 마리를 구하는 노력으로 여러 마리의 동물을 구하는 것이 더 맞지 않느냐, 차라리 안락사 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기회비용에 대한 것은 생각해봐야 할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동물들은 항상 삶을 갈구하고 있는걸요. 그 삶을 우리의 잣대로 박탈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길남이와 같은 동물들을 근본적으로 줄어들게 하는 것이 우리의 소명임을 깨닫습니다.     


너무나 낙후된 우리나라 동물보호 여건. 우선은 동물이 좀 더 나은 처우를 받게 하기 위한 법 제도 인식 영역에서의 캠페인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카라 더봄센터에서 동물들을 살리며 캠페인의 허브로 삼고자 합니다. 고양이들의 지속가능한 삶, 선순환이 당연한 더봄센터를 꿈꿉니다. 고단한 길 위일지언정 당당하게 살아나가는 고양이와 같은 마음으로 더봄센터 건립을 위한 후원을 요청합니다. 카라 더봄센터와 이 땅의 고양이들을 위해 함께해 주세요.


더봄센터 후원 https://paju.ekara.org/
기타 후원문의 info@ekara.org 


길남, 네가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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