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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연 Dec 11. 2019

‘동물의 집’ 독일 티어하임 살림살이

Zero to One Project 는 새로운 개념의 토탈 반려동물 복지센터, <카라 더봄센터>의 건립을 위해 진행되는 프로젝트입니다. 더봄센터를 함께 알리고 당신의 이름으로 지어주세요.


어느덧 동물권행동 카라의 <Zero to One Project> 시리즈 연재가 7회차에 접어들었습니다. 그 동안 연재를 통해 지자체 보호소, 사설보호소-애니멀호딩, 장애묘 보호, 개물림사고, 1m 목줄 등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우리 사회의 그늘에 선 이슈들 중 일부이면서 정말 바닥부터 시작하고 있는 이슈들이기도 하고, 사실 아직 다루지 못한 이슈들이 정말 많습니다. 이 땅의 동물들은 참 창의적인 방식으로 학대당하고 있으니까요.     


카라의 활동가들은 인간과 비인간동물의 공존을 위해 활동하는 한편, 우리가 지금 카라 더봄센터를 짓기 위해 모금 캠페인 <Zero to One Project> 을 진행하는 것은 우리에게 정서적으로 가장 가까운 동물인 ‘반려동물’의 위상을 바로세우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카라 더봄센터는 모습을 목표로 하고 있을까요? 시리즈 1화에서 카라 더봄센터 조감도를 통해 동물을 어떻게 보살피고 어떻게 센터를 운영하고 싶은지에 대해 밝힌 바 있지만, 이번 연재를 통해선 우리가 최초로 참고한 롤모델인 독일 베를린 티어하임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동물의 집, 티어하임


세상에서 가장 선진적인 동물보호소로 유명한 독일의 ‘티어하임’. 티어하임은 어떤 단일한 보호소를 이르는 명칭이 아닙니다. ‘티어하임’은 ‘동물의 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대명사고, 독일 곳곳에 있는 동물보호소를 이르는 말입니다. 티어하임은 민간 시설로서 국가와 유기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독일 베를린 티어하임 전경 (사진출처 DB Call a Bike)


티어하임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은 베를린 티어하임입니다. 1841년에 설립되어서 현재는 명성 높은 보호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건축으로도 유명한 이 곳은 48,000평 부지에 약 1,400마리의 동물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개와 고양이 종의 동물이 가장 많이 입소했고, 그 외에도 뱀, 원숭이, 이구아나, 돼지, 오리, 양 등의 동물들이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꽤 넓직한 견사에는 야외 테라스 공간까지 갖춰져 있다.
고양이의 환경풍부화를 위해 층고를 활영해 설계된 공간과 물품들

개들이 지내는 견사와 고양이들이 지내는 묘사는 한국 지자체 보호소의 것과 많이 다릅니다. 견사는 대부분 마름모꼴로 되어 있는데, 좁지 않은 공간에 테라스까지 딸려 있습니다. 묘사도 마찬가지로 수직공간을 활용해 테라스까지 갖춰져 있습니다.


베를린 티어하임의 동물들은 평균적으로 148일 정도를 머무르다 새로운 가족을 만나게 되고, 유기동물의 입양 비율은 90%가 넘습니다. 입양자의 거주환경 확인이 필요한 경우에 직원들이 미리 집을 가서 거주환경을 답사하고, 대개 동물을 입양보내고서 4주~8주 사이에 가정방문을 통해 동물들이 잘 사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있습니다. 입양을 가지 못하더라도 건강상의 이유가 아니라면 안락사 없이 여생을 보낼 수 있고요.


봉사자는 특정 고양이와 매칭되어 해당 고양이의 사회화를 돕게 된다.

보통 티어하임으로 입소하는 동물들은 유기된 동물들이나 양육을 포기한 동물들이 다수입니다. 주로 휴가철 유기(2016년 여름에는 평균적으로 55마리 동물들이 매주 입소했다) 와 노견 유기가 많습니다. 경찰이 동물을 구조해 데려오는 경우도 있고, 구조직원 3명이 현장으로 출동해 동물을 데려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물을 구조하고 보호하는 한편, 이 곳에서는 교육과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주목하는 캠페인은 고양이를 외출시키며 생기는 문제와 시티투어를 하는 말 관광마차 반대, 동물 번식 반대 캠페인, 동물실험 반대 캠페인이 주를 이룬다고 합니다. 보호소이면서 캠페인의 허브가 되는 셈입니다.


함께 일궈낸 당연한 기적



티어하임은 그냥 땅에서 솟아난 곳이 아닙니다. 국가적으로 동물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정교하게 작동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있기 때문에 티어하임은 지속가능하며 유기적으로 기능할 수 있었습니다.


베를린 티어하임의 연간 예산은 약 9백만 유로(약 117억). 직원은 160명에 이르며, 이들은 국가에서 발급하는 동물관리자격증을 소지했습니다. 아침 7시 30분~8시 30분 사이 출근해서 오후 4~5시에 퇴근하고, 24시간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는 동물들은 수의사나 담당 직원이 집으로 데려가곤 합니다.


이 곳에 후원을 하는 시민은 자그마치 15,000명입니다. 정기적인 봉사자 수만 500명에 이르러 개들의 산책봉사를 맡아주고 있습니다. 목수나 인테리어 등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동물을 위해 재능을 기부하고,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며 땅이나 건물 등의 유산을 티어하임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동물은 이유불문하고 모두 받아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들어주는, 1400여 마리의 동물들의 집이 되어주는 곳. 거의 180년 가까이 되는 역사가 허투른 시간이 되지 않은 것은 많은 사람들의 순수한 의지와 지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작은 개인들이 모여서 일궈낸 집단문화의 힘이 동물을 살리고 있고, 국가의 동물보호 시스템과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가 맞물려 이 시스템을 가능하게 합니다.


우리에게도 가능한 미래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에서야 겨우 동물보호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지금 더봄센터를 건립하는 ‘동물권행동 카라’는 2002년에 활동을 시작한 단체입니다. 국가적으로 동물보호의 역사는 짧고, 여전히 동물보호법은 이름뿐이며, 우리를 비롯한 크고 작은 동물단체들은 모두 성장을 위한 과도기에 접어든 듯 합니다.


2019년 11월 한창 공사중인 카라 더봄센터의 정면


지금의 한국사회에서의 보호소를 독일 티어하임과 비교하기에는 배경환경 자체가 다릅니다. 그런 맥락에서 한국의 근현대까지 어렵게 씨앗을 뿌려온 ‘동물보호’의 역사는 이제야 발아하는 듯 합니다. 동물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거의 0에 수렴하는 것도, 어쩌면 한국 사회의 물질적 성장과 별개로 동물권에 대한 논의가 이제야 제대로 시작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카라 더봄센터를 짓습니다. 동물을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기 위해, 동물을 가족으로 맞을 준비가 된 사람들에게만 동물을 입양보내기 위해, 봉사자와 시민을 교육하고, 우리의 동물보호 활동을 국가에 표준적 모델로서 제시하기 위해서요. 혹시 아나요, 어쩌면 우리도 150년쯤 뒤에는 눈부신 동물보호 역사를 이룩한 국가로서 불릴지도 모릅니다.



역사를 통틀어, 동물의 편을 구합니다


사실 카라 더봄센터는 독일의 티어하임에 비하면 아담합니다. 4만 8천평인 티어하임에 비해 우리는 대지 1230평 위에 사용면적 750평의 센터를 건립하고 있습니다. 보호 개체 수는 250여 마리. 이들을 수용할 견사와 묘사, 놀이터, 옥상정원, 동물병원, 세탁실, 준비실, 교육장, 사무실, 주방, 추모 공원 등등 알찬 구성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카라 더봄센터 조감도

카라는 1만 400명의 후원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비영리 시민단체입니다. 약 40명의 활동가가 일하고 있으며, 교육과 아카이빙, 정책, 동물복지,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치열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활동을 포기하지 않고 더봄센터를 건립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큰 도전이고, 꼭 이뤄내야 할 과업이기도 합니다.


카라 더봄센터의 건립은 4년 전부터 준비해왔고, 건립을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많은 분들이 카라의 더봄센터의 안녕한 건립을 위해 후원하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그 마음 하나하나를 모아 보고 있노라면, 이 땅의 동물권에도 큰 희망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낯선 사람들이 같은 마음으로 얼굴조차 모르는 생명을 위해 연대한다는 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요. 세상엔 정말 별의 별 못되고 유감스러운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 세상이 나름대로 굴러가고 우리가 더 나은 세상을 희망할 수 있는 것은 이 유대가 있어서일 것입니다.


지금은 짓고 있는다는 사실이 꿈만 같은 카라 더봄센터가 언젠가는 작고, 평범한 동물보호 센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더봄센터가 무사히 건립되어야 합니다. 동물들의 따뜻한 집을 꾸려낼 수 있도록 카라와 함께 연대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더봄센터 건립 현황 https://vo.la/cuKt
더봄센터 후원 https://paju.ekara.org/
기타 후원문의 info@ekara.org 


한창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2층 묘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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