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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jakesong Apr 17. 2024

리스크의 공유를 통한 동반 성장

리스크의 공유를 통한 동반 성장

유수불부(流水不腐):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지난 수십년간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끌어 온 유수의 기업들은 6.25 전쟁 이후 피폐해진 한반도 땅 위에 무에서 유를 쌓아 올렸다. 다만 이 때는 먹고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시기였기 때문에 모든 사업은 인간의 기본 생존권, 그리고 인프라 발전에 관계된 1차 산업이 성장했고, 국가에서는 이를 최우선 과제로 지원했다. 시장에서의 모든 관심사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사는 경제 발전에 집중되었다. 이 시기의 기업들이 집중해야 할 것은 경영의 효율화 뿐이었다. 하지만 수십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경제는 융성했고, 국민들의 시장에서의 수요는 더 이상 기본 생존권에 대한 것이 아니게 되었다.


4차 산업 혁명과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급격한 Digital Transformation(DT)이 일어났으며 우리가 알고 있는 웬만한 정보들은 전부 온라인으로 찾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더 이상 기업들이 비대칭 정보를 통한 경쟁 우위를 가져갈 수가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기존에는 제품을 기획하고, 생산하고, 유통하는 데까지 기업별로 독자적인 밸류체인을 구축하여 경쟁력을 가져갔다면, 현재는 단 한 명의 사업자가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고객 유치 전략을 세우고, 오히려 생산과 유통은 여러 파트너사들의 서비스를 비교 검토해 보고 아이디어만으로도 사업을 실행까지 옮길 수 있는 시대다.




필자는 대학 시절 화학을 전공했는데, 라부아지에가 제창한 기본 법칙 중 화학의 근간이 되는 법칙은 “질량 보존의 법칙"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1+1=2가 된다는 아주 단순한 원리이다. 다만 여기서 시스템적 사고에 대해 이해하면 굉장히 복잡한 구조로 변한다.


닫혀 있는 시스템은 예측이 쉽다. 수소 2개와 산소 1개가 만나 일정 에너지가 가해지면 물이 된다. 기업의 경영도 과거에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단순했고, 이렇게 성장해 온 기업들의 노하우가 성공 방정식이 되었다.

하지만 사실 이 세상은 “열린 시스템"이다. 지구 반대편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한반도에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처럼 기업의 경영에 있어서도 글로벌화, 산업의 다각화, 비즈니스 모델의 다변화, 기술의 융합 등 변수가 무한히 많아지고 있다. 더 이상 기존의 성공 방정식이 예측 가능한 결과를 도출하지 않는다. 내가 속한 시스템이 주변환경에 어떻게든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이해하는 것이 시스템적 사고이다.


화학에서 열역학적인 시스템 구조의 차이


사람은 아는 만큼만 의심한다. 정보가 내부에서만 순환하는 닫힌 시스템을 갖고 있는 기업 문화 속에서 성장한 구성원은 본인이 경험한 프레임 내에서, 본인이 알고 있는 변수만을 가지고 결과물을 도출해내려 한다. 그나마 신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은 새로운 정보를 검색하고 내재화하며 역량을 확대해 나가려 한다. 하지만 십수년 전 성공을 이뤄낸 입장인 선두기업의 내부자는 새로운 공부를 할 욕구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을까? 더 이상 내부에서는 파괴적 혁신이 일어날 수 없는 이유다.




필자는 이 세상에 순수한 B2C 비즈니스 모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모든 비즈니스 모델은 B2B^nC이며 최근에는 (B2B^nC)^G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업이 해당 사업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앞단 또는 뒷단의 파트너가 있다고 생각한다. B2C로 물건을 판매하는 쿠팡과 같은 플랫폼 사업도 Cloud Service Provider(CSP)사를 통해 서버 인프라를 지원 받고, 제3자 판매자가 있기도 하고, 결제 시스템을 지원하는 Payment Gateway(PG)사 등이 이 플랫폼 사업이 잘 되었을 때 함께 혜택을 본다. 맨 앞단의 서비스가 저렴해지면 뒷단에서 최종 고객에 전달되는 제품의 가격도 내려갈 수 있다. 그러면 최종 고객은 금전적 가치가 없느냐? 아니, 있다. 최종 고객은 제품 구매를 통해 본인의 인건비가 들어가는 시간에 대한 가치를 변환했고, 할인된 금액만큼 삶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다른 제품에 사용 가능한 추가 제원을 확보하게 된다. 그리고 고객이 느끼는 가치가 높을수록 밸류체인 가장 앞단에서 가져가는 가치도 커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B2B^nC)^G 밸류 체인의 형태


우리는 모두 산업이 다변화되고 복잡해지면서 이미 오픈 이노베이션을 경험하고 있었다. 내가 못 하는 일을 더 잘 하는 파트너사에게 밸류체인의 일부를 외주를 주면서 나의 수익을 일부 양보하는 대신 선행 투자를 줄였다. 하지만 이제는 이 구조도 기술이 발전하고 시장의 비즈니스 모델이 다양해지면서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B2B^nC)^G의 구조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 구조가 건강하려면 어떻게 되어야 할까? 이 밸류체인의 모든 선수가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기업이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집단”이기 때문이다. 이 구조에서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는 파트너가 생긴다면 그 산업은 지속성을 상실하게 된다. 이 모델은 시스템적 사고에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 시스템 내의 모든 물질은 열역학적으로 엔트로피(entropy: 무질서한 정도)가 늘어나는 방향으로만 이동한다. 이와 같이 밸류체인의 각 구성요소인 선수들도 엔트로피가 늘어나는 방향으로만 활동할 것이고, 이 엔트로피는 곧 이윤, 또는 가치 창출이다.


그런데 (B2B^nC)^G 안의 B와 C는 알겠는데, G는 무엇일까? 바로 Governance다. 이 모든 비즈니스 모델을 백날 고민해 봤자, 규제와 적법성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는 없다. 스타트업이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냈을 때, 정부가 규제를 통해 시장을 죽여 버리기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장려하기도 하고, 이로 인한 밸류체인에 대한 파급력은 기하급수적이다. 단적인 예로, 우버가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 사례, 타다가 사업 중단 후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4년간 정상적인 사업을 영위하지 못한 사례들이 있다. 반대로 스타트업 뉴빌리티의 자율주행 배달로봇의 경우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시범 운행을 통해 비즈니스를 빠르게 키워 나가고 있다.


이 구조에서 대기업/중견기업의 역할은 무엇일까? 무게중심이고 추진력이다. 필자가 부동산 디벨로퍼 교육에서 배운 내용이 있다. 그것은 바로 도시를 바꾸려면 최소 10만평 규모의 토지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나 정부기관은 알아서 움직이지 않는다. 시장에서의 요구사항이 있고, 민원이 자꾸 접수되어야만 조치를 취한다. 스타트업의 민원은 10만평 수준의 규모, 또는 목소리의 크기를 갖지 못한다. 대기업/중견기업은 스타트업의 새로운 시장을 키워주고, 규제를 바꿀 수 있는 수준의 규모를 창출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지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의 주역은 대기업/중견기업이다.




그러면 뭘 해야 할까? 대기업/중견기업은 열린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내부 산업 전문가들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외부의 자극에 노출시켜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내부 역량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기 위한 메타인지를 내부 전략팀을 통해 분석하고, 부족한 역량을 외부에서 확보하기 위한 신사업 및 오픈 이노베이션 팀이 갖춰져야 한다. 이들은 외부의 정보를 내부로 전파하고, 내부의 역량은 외부로 끌어낼 수 있는 양손잡이 인재로 구성되어야 한다.


외부와의 모든 협업 과정은 투자를 통해 한 배를 탐으로써 이뤄진다. 극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로 시장의 최신 트렌드를 중장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후 단계의 스타트업에는 투자와 함께 기업의 인프라를 활용해 기술을 실증(PoC: Proof-of-Concept)하기도 하고, 정부의 규제를 풀어내는 것을 돕거나 빠르게 시장에 제품/서비스를 유통하는 걸 돕기도 한다. 전략적인 협업 관계는 M&A로 이어지기도 하고, 전략적인 결과물 외에도 스타트업의 엑싯을 통해 금전적으로도 수익을 함께할 수도 있다. 리스크를 함께 공유하고 전략적/재무적 실익을 함께 나누는 것이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스타트업의 생애 주기 적재적소의 투자를 통해 언제든 빠르게 산업별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첨병을 배치하는 전략인 것이다.


스타트업의 생애 주기에 따라 다른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택해야 한다


수 차례의 산업 혁명을 통해 산업이 변모하였고, 복잡해진 밸류체인에서 모든 걸 혼자 하기에는 비효율적인 시대가 되었다. 지금 현재 굴지의 대기업들에도 초라했던 시절이 있었고, 시대의 특수성을 잘 활용해 성장한 기업도 많을 것이다. 지금의 시대의 특수성은 동반 성장하는 구조를 통해 누구보다 빠르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산업의 앞뒷단의 모든 파트너들이 동반 성장할 수 있어야 지속성 있는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더욱 많은 대기업/중견기업들이 열린 시스템을 도입하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Co-Creation하는 지속 성장을 이뤄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글은 2024년 2월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의 2024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전략 보고서 제1호에 필자가 기고한 글의 원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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