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 은수야 지겨워 너무 지겨워”
“야 그만 좀 전화해. 너 또 이번 달 음성 월초에 다 쓰고 담주부터 전화도 못 걸고 싶냐”
“몰라. 신경 안 써. 요금제 좀 바꿔 달라니까 바꿔주지도 않고 재수 없어 증말. 이번에 또 변이 바이러스 나와서 몇 달 동안 밖에 못 나가겠구먼 보니까. 뭐 재밌는 일 없냐”
“있겠냐. 그냥 꾸역꾸역 사는 거지. 이번에 오빠들 신곡 나왔던데 스트리밍이나 열심히 해 공부하기 싫으면. 오빠들 1등 좀 시키자”
은수와 가연이는 고 2다. 중학교 때부터 한 반이었는데 고등학교는 다른 곳으로 갔지만 아직도 연락을 하고 지낸다.
“은수 너 수상한데. 니네 아빠가 뭐 또 사줬지? 휴대폰 바꿔줬어?”
“아닌데. 요년 눈치 빠른데. 뭐 받기는 했지”
“오~~ 뭔데 뭔데? 빨랑 말해봐”
“그 있잖아 왜 얼마 전에 TV에서 광고하던 거. 홀로그램 플레이어.”
“우와 진짜 그 입체로 보이는 거? 그럼 오빠들도 휴대폰으로 보지 않고 눈앞에서 입체로 보겠네. 그거 너무 진짜 같더라”
“응 울 아빠 회사에서 그거 만들 않아. 그래서 하나 사 오셨어”
“진짜 좋겠다. 그거 사려면 1년은 기다려야 한다며. 나 지금 니네 집으로 출발~”
가연이 목소리는 흥분으로 가득했다. 은수 아빠가 대기업 연구소에 높은 사람이라는 건 대충 알고 있었다. 하지만 홀로그램 플레이어 라니 지금 모든 사람들이 가장 가지고 싶어 하는 전자제품 아닌가.
“근데 이게 시중에 나온 거랑 달라서 좀 특이해”
“뭔데 뭔데 뭐가 달라?”
“실제 사람을 찍어서 넣으면 이 플레이어 안에 AI 하고 프로그래밍이 되어서 대화도 할 수 있어”
“우오왓~ 대박이다. 그러면 오빠들 찍어서 넣으면 막 얘기도 할 수 있고 그런 거야?”
“응 우리 후추도 찍어서 넣어봤는데 내가 앉으라면 앉고 짖으라면 짖고. 진짜 후추 하고 똑같이 움직이는 거야 대박 신기하더라”
어느새 은수도 신이 나서 자랑을 하는데 잔뜩 흥분을 한 것 같다.
“은수야 은수야 나 지금 완존 쩌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뭔데 말해봐”
“여름이라 날씨도 덥고 심심하고 바이러스 때문에 지금 영화관에도 못 가잖아. 그니까 우리 귀신 나온다는 동네 뒷산 그 집에 가서 귀신 찍어와서 집에서 홀로그램으로 보자. 완존 재밌겠지?”
“뭔 소리래. 너 그러다가 진짜 귀신 보면 어쩌려고. 지난달에도 옆반 민지도 귀신 봤다잖아 거기서.”
“그니까 공포 영화보다 낫잖아. 해보자 한번 응~ 내가 떡볶이 살게 이번 주말에”
은수는 처음에는 내키지 않았지만 호기심이 생기는 걸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둘은 다음날 밤 홀로그램 레코더를 들고 동네 뒷산 폐가로 갔다.
“은수야 여기 정말 아주 무섭다”
“아유 좀 조용히 말해라. 놀랬잖아. 레코드 버튼 아까 잘 눌렀지?”
은수가 핀잔하듯 가연이 등을 툭 쳤다. 그런데 가연이가 은수의 그 팔을 꽉 잡았다.
“야 아퍼 좀 놔. 왜 그래”
“은수.. 은수야... 저.. 저기... 내가 말한 거 아닌데..”
“뭔 소리야”
은수는 옆에 가은이를 보았다. 천장 쪽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는데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가연이의 시선이 고정된 곳으로 은수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천장 구석에 괴상하게 생긴 여자 아이가 마치 스파이더맨처럼 붙어서 둘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며칠 후.
은수와 가연이 집에 한 무리의 경찰과 형사들이 찾아왔다. 울고 있는 은수 엄마에게 한 형사가 말했다.
“뒷산 폐가에서 이걸 발견했는데요. 이거 이 집 거 맞지요? 카메라 같던데 뭐가 찍혔는지 볼 수가 없네요.”
은수와 가은이가 들고 간 홀로그램 레코더였다. 은수 아버지는 홀로그램 카메라를 본체에 연결시켜 전원을 켰다. 윙하고 전원이 도는 소리가 들리고 두 여자가 보였다. 은수와 가연이었다.
“아이고 은수야”
“가연아 가연아”
은수와 가연이 엄마가 딸의 얼굴을 보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은수와 가연이는 울먹이는 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엄마. 엄마 나 좀 구해줘, 며칠 동안 그 폐가에서 본 여자 아이가 계속 시도 때도 없이 우리와 말을 했어.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
귀신을 찍으려고 했던 은수와 가연이는 거꾸로 귀신에게 찍혀서 홀로그램에서 재생이 되고 있었다. 그러면 그 둘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