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이. 두꺼운 다발 속에 수많은 다른 종이들과 있었다. 그냥 그 중 한 장에 불과했지. 같은 냄새, 왼편을 봐도 오른편을 봐도 같은 모습 또 그 너머를 봐도 같은 모습과 같은 냄새, 그게 지겨웠다. 그래서 여기를 나가기로 했다.
색을 칠했고 모양을 다듬었다. 어떻게든 뽑혀서 저 멋진 책 속에 들어가고 싶었다. 운이 였는지 갈망의 강도가 다른 종이보다 쎘는지 모르지만 나는 결국 뽑혔다. 나는 그 책의 37 페이지가 되었다.
이 책을 만드는 종이가 되는 것은 꽤 어렵다고들 했다. 모든 종이들이 되고싶은 책이라고 했다. 그래서 스스로가 너무 자랑스러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난 그 책의 37 페이지가 되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며 우리를 어루만지고 쳐다보았다. 아마 그때 난 ‘그래 이정도면 됐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자 난 함부로 다루어 지기 시작했다. 낙서를 하기도 했고 음식물에 묻어 더렵혀 지기도 했다. 난 그러지 말라고 했다. 그러지 말라고 세게 얘기했다. 우연히 다른 책의 페이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나를 다른 곳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그러자 그들은 나를 찟고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나는 쓰레기통에서 춥고 배고팠다. 꽤 오랜 시간 동안 그곳에 있었다. 그러나 나는 다짐하고 다짐했다. 내가 가진 가치를 꼭 보여줄 것이고 나를 38 페이지 혹은 다른 페이지로 받아준다는 곳으로 꼭 돌아 가겠다고.
나는 지금 137페이지가 되었다. 전혀 다른 책이지만 난 잘 적응했고 이 책을 보는 사람들에게 137 페이지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나는 내가 자랑 스럽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다른 부서로 갈 기회를 얻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 회사는 다른 곳으로 보내주지도 않으면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지도 않는다. 그런 부당함에 맞써 싸우는 것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지만 결코 포기해서는 안된다. 그 과정을 거쳐 다른 부서로 간 후 자기의 실력을 발휘하여 인정 받는 사람들이 많다. 역설적으로 부서를 옮기는 과정이 힘들어서 옮기고 나서 더 분발해서 좋은 성과를 내게 되는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