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재는 너무 피곤했다. 바로 옷을 벗고 미끄러지듯 샤워실로 들어갔다. 샤워 부스에서 들어서자 가장 왼쪽으로 밸브를 틀었다. 온수를 튼 것이었지만 정말 따뜻한 물이 나올 때 까지는 시간이 걸리므로 손으로 물을 권투선수 잽 날리듯이 툭툭 쳐가면서 온도를 체크했다.
순간 온수기 처럼 바로 따뜻한 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10초 정도 기다리면 따뜻한 물이 나왔다. 10초간 나오던 물이 아까워 차가운 물이긴 했지만 세수도 하고 발도 씻었다. 그러자 김이 나면서 따뜻한 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앗 뜨거워”
밸브를 오른쪽 파란 라벨이 있는 쪽으로 틀었다.
“앗 차가워”
민재는 밸브를 다시 왼쪽 빨간 라벨이 있는 쪽으로 틀었다
“앗 뜨거워, 에이 씨 이게 뭐야 맨날”
밸브가 예민한건지 민재가 힘이 센건지 샤워할 때마다 물은 매우 뜨겁거나 매우 차가웠다. 민재가 원하는 따뜻한 온도의 물을 맞추기 위해서는 항상 밸브를 가지고 신경이를 해야 했다.
조금만 왼쪽이면 뜨겁고 조금만 오른쪽이면 차갑고. 무언가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항상 일과 개인생활, 그리고 A와 B, 또한 무언가 무언가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애썼지만 항상 어려웠다. 조금만 왼쪽으로 가면 일을 심하게 해 건강이 나빠지고 가족에게 소홀하여 상처를 주었으며 조금만 오른쪽으로 가면 회사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무능력한 사람으로 배제되기도 했다.
곧 반백살 50이 되지만 이렇게 샤워물 하나 못맞추고 사는게 쉽지 않다. 더욱이 무언가를 균형을 맞추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