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야 땅은 단단해 진다.
햇볕만으로는 땅을 갈라질 수도 있지..
아이 학교에서 면담을 하자고 연락이 왔다. 아이는 고등학생이 된 이후 여느 아이들 처럼
민재와 아내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하지 않았기에 갑작스런 학교에서의
호출이 민재에게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학교 선생님의 이야기는 민재의 예감대로 좋은 내용은 아니었다.
민재와 아내는 집에 돌아와 아이에게 잠시 얘기를 하자고 하였다. 예상 보다 아이는 평소와 다르게 민재와 아내의 이야기를 순순히 들으며 종종 “예, ”예, 알겠어요”라고 반응까지 하였다. 아이는 선생님 얘기에 잔쯕 겁을 먹었고 민재와 아내에게 머리가 굵어지고 나서 적대적으로 행동했던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있는 것 같았다. 아이는 친구들은 나의 마음을 다 이해하는데 엄마 아빠는 왜 그러냐고 소리치며 민재와 아내에게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민재는 문득 집에 좋지 않은일에 생겼는데도 왜 슬프지많은 않은 건지 스스로의 기분에 대해 혼란스러웠다. 아이와 아내에게 다 잘 될것이고 좋은 일만 경험할 수 없으니 잘 헤쳐나가서 나중에 돌아보며 웃을 수 있게 하자고 했지만 자신도 왜 이런 일이 우리 가족에게 생길까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마도 민재가 나이가 들어 무언가를 말하고 나누어줄 상대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서글프게 느끼고 있었던 차에 가장 중요한 존재인 아이가 민재와 아내의 얘기를 듣고 엄마, 아빠의 소중함을 느끼는 모습을 보여줘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땅이 햇볕만으로는 단단해 지지 않고 비도 맞고 하면서 더 단단해 지듯이 민재도 아이에게 생긴 어려움을 아이와 가족 모두가 단단해 질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잘 되야 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