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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내음 Aug 28. 2023

생선

생일선물

오늘은 민재 생일이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꽤 오래전부터 민제에게 생일은 특별할 것이 없는 날이다. 아마도 40이넘고 나서부터 그런 것 같다.

역시 정확히 기억할 수 없는 몇 해전부터 민재의 아내는 민재의 생일이 가까워오면 아이들과 함께 생일선물을 어떻게 할 것인지 챙기기 시작했다.



사실 민재는 생일 선물로 받고 싶은 것도 딱히 없었다. 오히려 가지고 싶은 것이 없는데 무언가에 돈을 쓰는 것이 아깝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민재는 생일 선물로 특별히 가지고 싶은 것이 없으니 사지 않아도 괜찮다고 아내에게 말헀다. 하지만 민재의 아내는 이 부분에 대해 꽤 단호했다. 아이들에게 아이디어를 내자고 했고 반드시 선물을 마련했다. 오히려 민재가 생일 선물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 매우 실망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았다.



민재는 아내와 집 근처의 백화점을 갔다. 그리고 아내의 추천대로 향수 하나를 샀다. 평소 사던 아쿠아, 쿨 타입의 향이 아닌 Wooden 향의 독특한 향수 였다.



집에 돌아와 보니 민재는 고민이었다. 예전 향수가 아직 조금 남았는데 새걸 써야 하나 아니면 옛날 걸 다 쓰고 나서 써야하나. 밤이 되자 고민은 저절로 해결되었다. 작은 조각 케익에 촛불을 꽂아 아내와 아이들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지금 뿌려봐 선물인데”



잠 자리에 뿌리가 아깝다고 자린고비 근성을 보이며 취침전 향수를 간신히 마다했다. 일단 내일부터 일주일은 새로산 향수를 뿌려야겠다고 민재는 생각했다. 옛날 향수가 남았건 안 남았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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