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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는 큰 딸인 서이의 행동이 눈에 거슬렸다. 대학교 3학년인 서이는 어제 늦게까지 핸드폰을 보다가 오늘 오후 3시나 되어서 일어 났는데 지금 민재와 저녁을 먹는 식탁에서도 한 손으로 휴대폰을 들고 웹툰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한 손의 휴대폰을 놓지 않고 그릇을 옮기고 모두가 먹는 찌개에 휴대폰이 빠질 것 처럼 기울여서 웹툰을 보고 있었다.
“서이야 휴대폰 좀 내려놔라. 우리 매너좀 지키자”
“무슨 매너 아빠도 휴대폰 보잖아”
전투 모드다. 항상 너도 그러지 않냐고 버릇없이 말하면서 화를 돋운다. 민재는 딸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더 지속해봤자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밥을 마저 먹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민재는 침대에 누웠다. 그 때 둘째딸 서아에게 전화가 왔다. 아까 낮에 민재가 말한 패밀리 레스토랑 결재 할인 관련해서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다시 물었다. 민재는 말할 때는 안 듣고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말해달라고 하는 서아의 태도에 다시금 화가 났다. 하지만 화를 누르고 어제 보내준 카톡 보고 잘 결재하라고 말했다.
10분쯤 지나고 거실에서 아내 여경이 불쑥 민재에게 서아가 결재 할인 다 받았는지 물었다.
“내가 할인 받는 법 미리 보내주고 말도 해줬어. 받았을 거야”
민재는 여경이 그걸 왜 민재에게 따지듯히 확인했냐고 묻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여경과 다투기 싫었기에 덤덤하게 말하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여경이 서아와 전화를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 후 여경이 소리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서아가 할인 안 받았네. 통신사 할인. 제대로 알려줘야지”
민재는 화가 났다. 뭘 어떻게 제대로 알려줘야 하는 건가. 아내는 파트너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회사 상사 처럼 책임 추궁을 하는 건가. 민재는 정말 이애할 수 없었다. 갑자기 가족들 모두가 민재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안된다는 걸 알았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심호흡을 하며 그 생각을 떨쳐 버리려 했다.
둘째 딸 서이가 전화를 했다. 그리고 왜 통신사 할인을 얘기해 주지 않았냐고 짜증을 내며 민재에게 말을 했다. 민재는 대꾸하기 싫었다. 그냥 전화를 끊었다. 서이는 다시 전화를 했지만 민재는 받지 않았다. 얘기를 지속해야 언쟁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조금 후 서이가 다시 아내 여경에게 전화하는 것 같았다. 아빠가 전화를 안 받는다며 그리고 아빠가 제대로 설명을 안 해준 건데 통신사 할인 안 받은 걸 자기 탓으로 하는건 억울하다며 이런 저런 말을 하는 것이 간간히 들렸다.
민재는 정내미가 떨어졌다. 뭘 어떻게 대해줘야 할 지 더 이상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도 점심 때 서이가 생태탕이 먹고 싶다고 해서 차를 몰고 나가 같이 생태탕을 먹은 것이 생각이 났다. 아빠는 그냥 그런걸 당연히 해도 되는 사람이고 자신들이 불리할 때는 그냥 막대해도 되는 사람인건가, 민재는 자신이 왜 이렇게 되어 버렸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차라리 그냥 웃으며 다 오케이 하는 아빠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예전에도 그랬지만 아내인 여경이 ‘나만 나쁜 사람이야. 왜 애들에게 싫은 소리를 안하는 거야, 애들 버릇 나빠지고 나중에 힘들게 살면 당신이 책임 질거야’라는 식으로 말했다. 민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