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먼저 살아야 한다

by 심내음

민재는 휴대폰에서 둘째딸 서아의 저장된 이름을 찾았다.

‘수신 차단을 설정하시겠습니까?’


민재는 ‘예’를 눌렀다.



“휴우…”


민재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이제 좀 살 것 같았다. 민재에게 그토록 큰 상처를 주었던 둘째딸을 차단했다. 최소한 민재 자신이 원하지 않을 때 아무때나 서아의 연락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스스로가 준비되지 않았을 때 불시에 서아로 부터의 공격을 받아 치명상을 입는 것을 방지하고 싶었다. 이제 더 이상 이런 공격을 받으면 민재는 버티지 못할 것 같아 내린 결정이었다.



서아는 민재의 둘째딸이자 막내딸이다. 어렸을때부터 모든 행동이 예뻤다. 민재는 자신의 어떤 것도 서아를 위해서 희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서아는 민재의 생각과 달라지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민재에게 고통을 주었다. 수많은 거짓말, 그리고 설명하지 않고 민재에게 소리지르는 행동, 공평하지 않은 민재에 대한 응대(민재의 전화는 받지 않지만 서아 자신의 전화를 민재가 받지 못하면 민재를 비난하는 행동 등)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등등등.



민재는 자신이 살아야 서아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문득 다른 사람들이 비난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자신의 딸에게 더 이상 상처를 참지 못해 연락을 차단하는 아빠를 이해할 수 있을까’


하지만 민재는 이제 더 이상 상관 없었다. 죽을 만큼 힘들어 서아의 연락을 더 이상 받을 수 없었다. 생계,가장,회사 일과 인간 관계, 첫재딸, 아내, 부모님, 친구로 이미 민재는 포화상태 였다. 이런 민재를 이해해 달라고 서아에게 말했지만 이제 20살이 되는 서아에게 이해를 바라는 것은 무리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재는 그저 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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