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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한준 Aug 29. 2016

KIA 임창용의 이상한 견제구와 KBO의 이상한 징계

8월 27일, 광주에서 열린 기아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 8회 2사 후 타자 김재호를 상대하던 투수 임창용은 갑자기 2루 방면으로 견제구를 던졌다. 그러나 견제구가 향한 방향은 2루 주자 오재원의 머리였다. 실수였다고 하기에는 명백했다. 임창용은 오재원 쪽으로 공을 던지기 전, 한 템포 쉬는 동작을 보였다. 그리고 힘을 싣는 모습까지 보였다. 기아의 유격수는 2루 베이스로 들어가지 않았다. 작전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다음날 임창용은 "사인 미스였다"며 해명했지만 사건 당시 마운드에서는 결코 실수였음을 알아챌 수 있는 어떠한 동작도 없었다. 임창용은 직전에도 오재원이 타석에 있을 때 위협구를 던졌었다. 오재원의 다리를 겨냥한 것 같이 깊숙한 공을 던졌는데 오재원이 재빨리 피해 몸에 맞는 공이 되지는 않았다.


오재원이 임창용의 심기를 건드릴 법한 장면이 있긴 했다. 오재원의 앞 타석인 국해성의 타석 때 오재원은 대기타석을 조금 벗어난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일반적인 대기 타석보다 중앙 쪽으로 온 것이다. 때문에 중계 카메라에 타자 둘이 한꺼번에 잡혔다.


그러나 이유가 어떻든 선수 머리를 향해 공을 던지는 행위를 납득하기는 힘들다. 자칫 선수 생명을 끝낼 수도 있는 일이다. 미국 CBS는 이 장면을 소개하며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견제구(The World's Most Dangerous Pickoff Throw)를 던졌다'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29일, 한국야구위원회 KBO는 '돌발 견제구'를 던진 임창용에게 3경기 출장정지와 사회봉사활동 120시간의 제재를 부과했다. 위협구의 수준에 비하면 너무도 약한 징계라 볼 수 있다. 특히 불펜투수에게 3경기 출장정지는 때에 따라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3경기 동안 접전의 상황이 펼쳐지지 않는다면 임창용은 애초에 출장할 일이 없는 것과 같다. 이 경우 징계의 효과가 무의미해진다.


KBO의 징계 논란은 매번 있어 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실효성이 없고 형평성에 어긋나는 징계는 이어지고 있다.


임창용은 불법 도박 징계를 받고 지난달 복귀했다. 팬들에게 사죄의 마음을 담아 그라운드에 서야 할 판에 너무 경솔한 행동이라 보인다. 안 그래도 승부 조작 문제로 뒤숭숭한 프로야구 계에 더 이상 안 좋은 소식이 안 들리기를 바란다.


<임창용의 위협구 장면>

http://tvpot.daum.net/v/vaa2akTnUnsdBUs9p2UBKF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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