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한준 Oct 08. 2023

'인생효율'의 방식으로 산다는 것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요즘 체형 교정을 하기 위해 주말마다 도수 치료를 받는다. 20년 동안 품고 살았던 허리 통증과 굽은 등과의 이별을 하기 위한 선택이다. 처음 20분은 관리사가 마사지로 뭉친 근육을 풀어준다. 마사지를 받다 보면 온몸이 급소가 된 듯하다. 대체 왜 아픈지 모를 위치의 근육임에도 통증이 느껴지다 보니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인지하게 된다. 마사지가 끝나면 나머지 30분 정도는 운동치료를 받는다. 기존에 헬스장에서 해오던 웨이트와는 확연히 다르다. 훨씬 가벼운 무게를 다루고 때론 맨몸만 사용함에도 동작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관리사 말을 빌리자면, 누가 봐도 엄청 근육질인 사람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했다. 이것이 겉근육과 속근육의 차이라고 한다. 웨이트는 분명 겉으로 보이는 근육은 돋보이게 만들지만, 몸의 중심을 잡아주고 안정성을 높이는 것과는 별개다. 겉근육이냐 속근육이냐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둘 다 해야 하는데 한정된 시간에 이 많은 운동을 하다가는 마치 국가대표가 된 마냥 운동으로 삶을 대부분 채워야 할 것만 같다.


지난 주말에도 어김없이 도수 치료를 받으러 갔다. 긴 추석연휴가 있었던 탓에 2주 만의 방문이었다. 평소와 같은 안부 인사로 시작되었다.


“잘 지내셨어요? 몸은 좀 어떠셨나요?”

“이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는데 오래 걷거나 누워있을 때 불편감은 남아있네요”


몸 상태 체크가 완료되고 마사지를 받던 중에 내게 던져진 질문이 잠시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었다.


지난주에 알려드렸던 운동은 좀 해보셨어요? 할만하셨나요?


조금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네”라고 짧게 답했다. 솔직히 새까맣게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수 치료 때는 20-30분의 비교적 짧은 시간, 게다가 주 1회라서 개인적인 시간을 만들어 연습하지 않으면 효과는 미비할 수밖에 없다. 물론 병원 가는 횟수를 늘리는 방법도 있는데 현실적으로 시간적 여유를 내기도 힘들고 비용도 꽤 부담이다. 무엇보다 스스로 해보지 않는다면 체득하는 것이 없어 평생 치료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돌이켜보면 체형 교정을 위한 치료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치료들이 썩 마음에 들지 않긴 했지만 내가 열심히 배운 것을 연습했던 것도 아니다. 때문에 인풋(Input)이 있었지만 아웃풋(Output)은 적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한다면 치료를 받는 것이 의미가 있기는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매일 배운 것을 복습할 경우 3개월 만에 완치가 된다고 가정하면 나같이 하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게 될까. 나는 ‘효율’적인 치료를 받고 있는 걸까.


식상하지만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은 같다. 그러나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모두 다르다. 직장인의 경우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은 어쩔 수없겠지만 퇴근 후 혹은 주말의 삶은 각자 계획하기 나름이다. 누군가는 주말이라고 전날 밤늦게 자서 다음날 오후가 돼서야 침대에서 일어난다. 또 누군가는 주말에도 평소와 똑같이 일어나서 영어 유튜브를 틀어 놓고 아침식사와 모닝커피를 즐기고 9시 전에 집을 나서 운동을 하며 오전을 보내기도 한다. 오히려 이들은 평일 출근할 때보다 여유로운 아침이라고 자평하기도 한다. 반면에 주말에 오후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은 하는 것 없이 순삭(순간 삭제)되는 주말을 경험하게 된다.


삶의 모든 부분에서 전부 ‘효율’을 따질 수는 없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멍 때리며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도 된다. 하지만 그 정도의 차이가 있다. 매주 주말마다 그런 시간들이 반복된다면 잘못된 습관이 몸에 익숙해져 버린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도 귀찮다는 이유로 시간을 그냥 흘려보낸다면 '전력낭비'다. 경쟁사회를 의식해 지나치게 치열하게 살자는 것은 아니지만 나태한 삶으로 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


나는 제조업에 종사 중인데 이곳은 ‘수율’이란 것이 매우 중요하다. 쉽게 말하면 불량률과 같은 맥락이다. 100개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100개를 투입했는데 10개가 불량이 되어 결국 90개의 제품만 만들어졌다고 하면 수율이 90%가 된다. 만약, 수율이 낮아지면 어떻게 될까. 투입되는 양은 동일하고 만들기 위해 투입된 인력도 동일하며 최종적으로 제품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큰 차이는 없는데 완성된 제품의 숫자는 적어지게 된다. 결국 팔 수 있는 제품의 수가 줄어들면 매출과 이익도 낮아진다. 비경제적인 것이다.


우리의 삶을 경제성과 비교하니 조금은 잔인하고 슬프게 느껴진다. 하지만,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나는 얼마나 ‘효율’적인가. 그 ‘효율’을 조금 더 높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가. 결국,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지고 있는 것인가. 이런 것들 말이다. '인생효율'의 방식으로 산다는 것은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필수적인 요소일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