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을 많이 하면 내일 일이 줄어드나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칼퇴근'(정시 퇴근)을 꿈꿀 것이다. 꿈을 꾼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 산더미 같은 일을 남겨둔 채 집으로 돌아가는 결단을 하기란 쉽지 않다. 남겨진 일들의 납기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결국 매일 '야근'(야간근무)의 늪에 빠져 퇴근을 미룬다. 신기한 일은 이토록 열심히 야근을 해도 내게 주어진 일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것만 같다는 것이다.
지난 20일은 정말 숨 막히는 일정이었다. 우리 팀에 말도 안 되는 납기가 주어졌다. 평소의 절반 동안 똑같은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요?
상사를 향해 반항이라 하기엔 상당히 거리가 먼 투정만도 못한 하소연을 늘어놓았지만 이미 답은 정해진 상태라 꼼짝없이 따라야 하는 상황이었다. 우리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갑작스레 떨어진 프로젝트를 위해 여러 팀이 모였다. 다른 팀들에게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들도 난감한 표정을 드러냈지만 어쩔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일이 시작됐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해야만 했다. 10시간~15시간을 꼬박 회사에 묶여 있었다. 회사와 집이 거리가 멀어 11시쯤 퇴근하면 자정을 넘겨야 집에 도착할 수 있다. 광복 70주년 기념 임시 공휴일(8월 14일)은 물론 주말도 반납해야 했다. 최후의 날에 임박해서는 회사에서 밤을 지새웠다.
그렇게 예정된 그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완성도가 부족하긴 했지만 불가능할 것 같은 일들이었는데 되긴 됐다. 그런데 납기가 연장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허무했다. 그리고 이는 곧 야근 연장이란 의미이기도 했다. 일단은 정리를 하는 둥 마는 둥 마무리하고 서둘러 퇴근했다.
다시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졌다. 그 전 만큼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바빴다. 완성도는 보다 높아졌고 그날도 무사히 지나갔다. 그러나 야근은 멈추지 않았다. 또 다른 그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무엇을 위해서일까? 물론 합당한 돈을 받고 일하는 것인데 무엇이 문제냐는 반문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건 선택의 문제다. 돈을 충분히 더 줄 테니 오늘부터 잠도 자지 말고 일하라고 한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일과 휴식, 회사와 가정 사이에는 적당한 균형이 필요하다. 지나친 야근으로 삶의 불균형이 발생한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 문제는 모두가 이것을 알고 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점이다. 고강도의 업무를 요구받고 있는 한국의 직장인들에게 밸런스 있는 삶은 사치 같이 느껴진다. 오늘 일을 더 많이 한다고 내일 일은 줄어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