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첫 출근

늘 어려운 처음, 알 수 없는 나의 미래

by 유한준
드디어 나도 어엿한 정식 직원이 되는 거 구나.
내 힘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거야.
근데 낯선 곳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야근이 너무 많거나 무서운 선배를 만나면 어떡하지.

상당한 기대감과 미세한 설렘 속에 약간의 두려움과 혹시나 하는 걱정 범벅. 기억 속 나의 첫 출근 당시의 심경이다. 늘 처음 시작하는 것들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감정들이었다. 비율이 달라지곤 하는데 이번엔 기대감과 설렘이란 긍정적 요소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모든 게 낯설었다. 사방을 두리번 거리는 나의 모습은 누가 봐도 신입사원 티가 났을 것이다. 내 자리라 해서 앉았지만 줄곧 어색했다. 모두가 그닥 나에게 관심도 없어 보임에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은 여러모로 불편했다.

툭툭

갑자기 누군가 어깨를 치는 바람에 잔뜩 움츠렸던 내 심장이 벌떡 뛰었다.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있어요. 이름을 아직 몰라서 그랬어요.

그리고 내 앞에 책 한 권이 놓였다. '신입사원 기술 교육집'. 온통 외계어 투성인 그 책은 전공 서적만큼이나 졸음을 몰고 왔다. 커피를 마시는 대신 허벅지를 꼬집거나 펜으로 찌르며 겨우겨우 견뎠다.


점심 먹으러 가자는 소리가 얼마나 반가웠던지. 다행히 투명 인간 취급은 당하지 않음에 행복했고 주변의 적은 관심에도 고마웠다. 점심 식사 시간에는 온갖 시선이 나에게 몰렸다. 대학교는 어디를 졸업했는지, 전공은 무엇인지, 대학생활은 어땠는지, 취미는 있는지, 특기는 어떤 것인지 등등 자기 소개서에 있을 법한 질문을 받았고 그 곳에 적었을 법한 대로 대답을 했다. 하지만 질문은 식사를 마치고도 멈출 줄 몰랐다. 이내 모든 눈길이 귀찮은 존재로 변했다. 비싼 커피를 얻어 먹은 대가는 컸다.


오후는 오전보다 버티기가 더 힘들었다. 소화 기능을 상실해 덥수룩한 배 탓인지 고개가 계속 끄덕거려졌다. 그럼에도 집중의 끈은 놓을 수 없었다. 지금 여기서 이러면 안된다는 걸 내 몸 어딘가에선 자각하고 있었다. 다행이었다. 간신히 오후도 지나가고 퇴근 시간이 되었다.

오늘은 첫 날이니까 일찍 퇴근해요.

무심코 던진 선배의 그 한마디는 생각의 꼬리를 늘어트렸다.

나만 퇴근해도 되는 거야. 선배님들은 대체 언제 퇴근하시는 거지. 진짜 퇴근했다가 개념 없는 신입사원으로 찍히는 건 아닐까. 근데 이게 일찍 퇴근하는 거라고? 대체 내일은 언제 퇴근할 수 있다는 말이지.

머리 속 생각의 복잡함과 달리 나의 행동은 재빨랐다. 이미 나는 작별의 인사를 고하고 떠날 채비를 하고 말았다.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다행히 대수롭지 않다는 선배들의 표정이 나의 행동에는 잘못이 없음을 일러주고 있었다.


집으로 오는 길, 하루가 꽤나 길게 느껴졌다. 별일 없이 보냈음에도 피곤했다. 부모님의 질문 세례에도 "좋았어"라는 누구의 생각인지 모를 출처 불분명의 답으로 대신한 채 조금 일찍 잠자리에 누웠다.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하며 하루하루 버티는 삶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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