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한준 Sep 29. 2015

우리가 글을 써야 하는 이유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글쓰기이다. 외동 아들인 나는 학창시절엔 내성적인 편에 속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빈 공책에 낙서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글도 끄적거리게 되었다.


  초등학생 때 사용한 노트를 꺼내 보았다. 그 곳에는 드라마 시나리오가 있었다.


별은 내 가슴에


  1997년에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이다. 완전히 새로운 드라마를 창작한 것은 아니고 기존 드라마를 조금씩 각색해서 적어 본 것이다. 지금 읽으면 참으로 유치하지만 당시에는 혼자 웃으면서 써내려 갔던 것 같다. 누가 읽는 것도 아니었지만 열심히 썼고 스스로 만족했다.


  군 복무 때는 군인들의 일기장이라고 불리는 '수양록'을 열심히 썼다. 훈련소 때는 의무로 작성해야 했지만 자대 배치 후에는 자율에 맡겨졌음에도 가끔 수양록을 작성했다. 힘들고 외로운 군대 생활에서 글을 쓰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렇게 한 편을 완성하고 나면 한결 마음이 편안하다.


  저녁 늦게 집에 돌아오는 길이면 때때로 센티(어떤 일에 쉽게 슬퍼하거나 감동하는)해져서 SNS에 감성적인 글을 올릴 때가 있다. 뭐가 그리 가슴에  복받친 것이 많았는지 생각보다 긴 글이 될 때도 있다. 나 조차도 모를  마음속 뒤엉켜 있는 것들이 있는 탓인데 다행히도 글을 쓰다 보면 정리가 되고 평정심도 찾게 된다.


  '글을 대체 왜 써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글쓰기의 긍정적 효과를 알게 되면 생각을 달리할 지도 모르겠다. 굳이 글을 써서 돈을 버는 작가가 아니더라도 글쓰기는 필요하다. 자신의 이야기를 쓰다 보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고 발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글쓰기의 교화작용은 여러 실험으로 입증되어 교도소의 수감자들에게 교육의 목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는데도 도움을 주어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 글쓰기가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어쩌면 사진보다도 더 기억을 간직하는데도 좋다. 글 속에는 당시 상황과 심리 상태가 그대로 담겨 있다. 당시 상황을 떠올리는데 충분한 증거물이 된다. 어떤 사건이나 이슈들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때 글을 쓰기도 한다. 이럴 땐 설득하는 글쓰기가 필요한데 능숙해지면 논문이나 보고서 작성도 한결 한층 쉬워진다.


  일상에서 글을 써야 하는 순간들은 참으로 많다. 학창시절 지겹도록 받은 숙제들이 모두 글쓰기 아니던가. 독후감, VCR 감상문, 웅변 대회 원고 (그리고 반성문까지). 입사를 앞두고는 취업을 위해 수많은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고 직장 생활에서도 보고서를 잘 써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언젠가는 글을 써야 할 운명이라면 평소에 연습을 해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 모두가 글을 써야 하는 이유다.


  지금 당장, 매일 매일 글을 쓰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일주일에 한번,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정기적으로 글쓰기를 시도하다 보면 글쓰기와 가까워질 것이고 삶이 풍성해지고 평범한 일상에 작은 변화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꾸준한 글쓰기, 이제 여러분의 차례다.


                        

<군대에서 작성한 수양록 中 발췌>

2005년 6월 12일 : 힘든 생활의 활력소 -자대에서의 첫 휴가 날짜


요새 며칠 동안은 잠을 쉽게 들지 못했다. 

힘든 근무장 생활에 지친 몸인데도 그렇다. 

원인은 요즘 들어 부쩍 많아진 잡념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할 때가 무척 그립다.

친구들과 재밌게 놀았던 기억을 떠올리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생긴다. 

부모님께 잘 해 드리지 못한 걸 생각하면 눈물도 나온다. 

벌써 난 제대 후에 무엇을  할지 생각하고 있다. 

모르는 사람이 듣는다면 기특하다고 할 지도 모르겠지만 그만큼 나는 사회생활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행히 자대에서의 첫 휴가 날짜가 나왔다. "6월 30일" 

그 얼마나 기다렸던가! 

휴가 날짜를 알게 된 이틀 전부터 난 얼마나 남았는지 날짜 계산을 했다. 

오늘은 D-18이다. 달력을 보며 순식간에 날짜가 넘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벌써부터 '휴가 나가서 뭐할까?'란 생각으로 머리는 꽉 차 있다. 

요즘 들어 전화 통화 횟수도 늘었다. 부모님과 친구들과 전화통화를  할 때마다 기분이 정말 좋아진다. 

이번 주는 현충일, 놀토로 인해 푹 쉬었다. 

이제 내일부터는 다시 힘든 근무장 생활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내일이 오는 게 두렵다. 

그러나 내일이면 D-17이 아닌가? 내일을 보내지 않으면 6월 30일이 오지 않기에 내일을 맞이해야 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수미쌍관'의 즐거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