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목적
여행을 갑니다. 경험을 위해, 동기부여를 위해, 부모님께 효도하기 위해, 친구와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혹은 연인과의 기념일을 위한 여행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일탈함으로써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떠나기도 합니다.
이 글의 첫문장을 꺼냈을 때는, 서울에서 파리로 떠나는 비행기 안이었는데, 쓰다 보니 이미 포르투네요. 회사의 여름휴가 일정에 맞추어 유럽의 몇 개 도시를 여행 중입니다.
떠나기 전, 이제 막 FW 시즌이 시작할 때라 회사일은 정신없고, 이사를 앞두고 집주인과의 트러블과 은행업무로, 그리고 개인 신변의 변화로 감정 소모가 심한 상태였어요.
여행 짐도 출국 전날 밤 부랴부랴 준비하고 급하게 떠나느라, 여행의 목적을 정하지 못해 지난 여행들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20대 초반에는 주로 경험을 우선순위에 두고 여행을 다녔습니다. 최대한 많은 것을 겪고 (흔히들 여행의 목적으로 입에 담듯) 나의 시야를, 세계관을 넓히고 싶었어요.
그래서 일정을 타이트하게 계획하고 바쁜 걸음으로 다녔습니다. 여행책자가 제안하는 스팟 중 하나라도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만 같은 조바심으로요.
지금의 30대 초반이 되기 전까지 많은 여행을 다녔습니다. 상기의 여러 목적을 가지고요.
그러던 중 깨달은 게 있습니다. 여행의 무게중심이 내가 아닌 외부의 어떤 요소여 왔다는 것을요.
내가 없었습니다.
나의 여행인데. 그래서,
서른이 되던 해 두 번의 도쿄 여행을 했습니다.
첫 번째 여행에는 내가 좋아하는 패션 브랜드(혹은 편집샵)를 돌며 나의 스타일을 정의했습니다.
두 번째 여행에는 스테이셔너리 샵만 라운딩 했습니다. 나의 마음을 간지럽게 하는 것들을 내 눈과 캐리어에 담고자.
이게 나의 여행이다 싶었어요.
이번 여행의 목적은 두 번째 새벽, 4시에 정했습니다.
내가 가장 inspired 하는 것의 요소를 알자.
왼쪽 손목에 있는 타투의 문구처럼 매사와 매 순간에서 영감을 받는 일상을 살고자 노력합니다. 태생이 프로 일희일비러라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받아요. 영감.
근데 잘 모르고 있더라고요. 나를 inspiring 하는 것들의 요소, 규칙, 혹은 공통분모를요.
갑자기 결론을 내자면
이번 여행의 목적은.
be active. be inspired. esca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