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J 작가K(10회)
“어린이집에는 말이야, 이런 일이 있어.
예를들어 수족구,라는 병이 있어. 나도 애 키우면서 처음 들어본 병이야. 형은 들어 봤어?“
“몰라. 그래서?”
“전염병이야. 그 병이 어린이집에 막 돌기 시작하는 거지. 그러면 병에 걸린 아이는 병원에서 다 나았다는 확인서를 받기 전에는 어린이집에 못 와.”
“응, 그래서?”
“그럼 그 집에선 난리가 나는 거야. 친가나 처가가 근처에 있다면 모르겠지만, 예전 우리처럼 맞벌이에 친가, 처가가 다 지방인 경우에는 부부가 번갈아가며 휴가를 내야 하는데, 그게 되냐고. 장모님이 올라오시네 마네, 딴 날은 다 돼도 그날은 안 돼네, 그럼 어쩌라는 거냐... 막 재앙이 벌어지는 거지.”
“그럼 그 아이들만 따로 관리하는 방이 있고 선생님이 있으면 될 거 아니냐.”
“그런 건 없지.. 그런데 들어봐. 이때 웃긴 일이 생겨.”
“뭔데?”
“한때 잦아들었던 감염자가 다시 급속도로 늘기 시작하는 거야.”
“왜?”
“우리같은 부모 하나가 ‘씨발 몰라, 그냥 보내.’ 해버리는 거지. 그 아이가 모든 아이들을 다 전염시키는 거야.”
“아주 쌩쑈를 하는구만.”
“그럼 그 아이를 색출한다고 또 난리가 나는 거야.”
J는 특유의 마른세수를 했다.
“답답하구만... 그러니... 아이는 사회가 키워야 하는 거야.”
“그렇지.”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개인한테 떠넘기는 게 뭣같은 거지. 폐암의 원인이 죄다 흡연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거기서 웬 폐암까지 나와.”
나는 J가 너무 멀리 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흉흉한 해프닝의 원인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
생각하면 폐암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국가는 폐암의 원인을 개인의 흡연 문제로 돌린다.
그런 다음 흡연을 규제하려 했다.
담배값에 엄청난 세금을 부과하고
금연구역을 확대함으로써
흡연자들을 죄인으로 몰아붙였다.
흡연구역을 설치하는 데는 그 돈을 쓰지 않았다.
하루 걸러 하루 발생하는 미세먼지 경보와
도심의 배기가스
아직도 규제영역의 바깥에서 잊을 만하면 터지는
대기업의 배출가스 사고는
절대로 폐암의 원인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공기질 개선을 위해서 소중한 세금을 쓸 수도 없는 것이다.
미세먼지 경고를 하면서
‘이번 미세먼지 농도는 한 시간 노출되었을 때 담배 세 갑을 피우는 효과’
라고 했던 얼마전 뉴스가 생각난다.
우리는 어느새 국가 대신, 그들이 가져간 세금 대신
어떻게든 우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에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는 동안 인심은 흉흉해진다.
가능하다면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