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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환 Jan 13. 2019

자율주행을 거부한다

라보 이야기(2) /목수J 작가K(9회)


자율주행 자동차와 관련된 글을 기고한 적이 있다.

주로 교사들이 보는 교육잡지였다.


과거 인간답지 못했던 직업이나 직무들이

일정한 차례로 사라지리라는 예측이 가능하고

이는 A.I로 대표되는 유무형의 로봇들이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것.

그래서 기존 직업에서 직무의 인간다움을 고찰해보는 것이

미래 아이들의 진로교육에 있어서 중요하다는 게 골자인 글이었다.


이 글에서 나는

운전기사의 직무가 인간답지 못하다는 식으로 썼다.


직업적으로 운전을 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도로 위의 각종 요소와 정보들에

주의를 흐트리거나

돌발적인 위험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여있다.

장거리 화물트럭이나 택시는 모두

정해진 시간 동안의 주행거리가 수입을 결정하기 때문에

졸음이 쏟아져도

몸상태가 좋지 않아도

밤이나 낮이나 달려야 한다.


때로는 손님의 안전보다 자신의 생명보다

수입이 먼저다.

이런 직업을 인간적이라 할 수가 없다.

나는 택시 기사님과 반드시 대화를 나누는 편이다.

대화가 없이 집까지 가는 경우엔

대부분 총알택시가 된다.

손님이 아니라 짐이 되는 것이다.

대화를 나누는 손님은 적어도 말을 하는 짐이다.


자동차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날로 발전해서

변속기를 바꾸지 않아도

와이퍼를 작동시키지 않아도

후진할 때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차를 세우고 모르는 길을 물어보지 않아도

심지어 평행주차에 서툴러도 아무 문제가 없게 되더니

이제는 운전을 할 줄 몰라도 되는

차가 등장할 예정이란다.


이런 세상에

J의 라보는

수동변속기에 LPG모델이었고

가스충전소에서는 열쇠로 주입구를 열어야 한다.

파워핸들도 아니었다(이걸 이해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핸들을 한손으로 돌리려 했다가는 손바닥에 멍이 든다.

최고속도는 시속 80km.

그나마 최고속도로 한시간 정도 달리고 나면 잠깐씩 엔진을 쉬어주어야 했다.

나역시 1종보통 면허를 갖고 있었지만

이놈을 몰기엔 수련이 턱없이 부족했다.

처음 라보를 몰아보던 날,

나는 편리한 인터페이스의 노예였음이 밝혀졌다.


나는 그 글에다 자율주행 자체의 이야기를 쓰지 않았는데,

어느날 J의 라보 안에서

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듣고보니 그건

기술 발전에 대한 모든 종류의 이야기와 부합했다.


J가 말했다.

“난 내 의지로 움직이는 영역이 줄어드는 게 싫어.

그 기술의 편리성이 내 특정 감각과 기능을 퇴화시키는 게 좋지 않아.”

“음..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잘 움직이던 근육이 조금이라도 힘이 떨어지면 느낌이 더럽지.”

“그렇게 되면 결국 사물이나 다른 사람에 의존하게 되지.

그 기술에 실질적으로 포섭되는 거야.”

“음모론 얘기야?”

“아무렴. 실질적 포섭에는 늘 의도가 있지.

그건 대개 특정 기술을 가진 상품의 소비로 이어지게 돼.”

“휴대폰이랑 비슷하네. 사람들의 생활의 어떤 부분이 획일화될수록 엄청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생기잖아.”

“그렇지. 그들이 지금도 어딘선가 자율주행이 엄청난 편리함을 가져다주리라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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