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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환 Jan 13. 2019

딴 데 가서 살면 되잖아

목수J 작가K(12회)

“우리집에서 와이파이를 잡을라치면 우리꺼 말고 뜨는 다른 네트워크명이 하나 있어. 근데 이게 좀 기분이 나빠. 분명히 아이가 만든 거라는 생각은 드는데...”

“뭐라고 돼 있길래?”

“shut the fuck up!”

“그래? 귀엽네. 중2인가?”

“난 첨에 이게, 막 영어로 욕을 배우기 시작한 애가 만든, 뭐 그런 거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얼마전에 이게 바뀌었어.”

“뭘로?”

“upstairs, be quiet! 로”

“층간소음 문제냐?”

“그래, 내가 그때 안 거야. ‘아, 얘네 집에 층간소음 문제가 있구나.’ 근데 이게 우리 윗집 아이인지, 아랫집인지 알 수가 없잖아. 그래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았어.”

“너희 집일 리 없다고 생각했구만.”

“맞아. 근데 하루는, 내가 우리 아이한테 큰소리로 막 뭐라고 한 적이 있었어. 그때 깨달았지. 아, 우리집이구나... 왜냐면 우리집에선 딴집에서 나는 고함소릴 들은 적이 없거든.”

“신경쓰이겠구만?”

“응, 이제 집에서 와이파이 로그인을 할 때마다 거슬려.”


J는 내 이야기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듯했다.

그러면서 기분나쁜 표정이 되어 말했다.

“나는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어.”

“왜 또 그런 반응인 거야.”

“아니, 그럴거면 딴 데서 살면 되잖아.

왜 죽어라고 아파트에 쳐들어가 살면서 징징대는 거야.”

참고로 J도 아파트에 산다.

나는 살짝 기분이 나빠지려 했다. J가 말했다.

“아파트는 원래 그런 집이야.

내 머리 위에 사람 살고 내 발아래 사람이 사는 구조인데,

그런 문제들은 당연히 생기는 거잖아?“

“층간소음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그런 식으로 말하면...”


“소음문제 뿐만이 아니야. 앞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구조니까

말로만 한동네 주민이지, 서로 어떤 사람들인지 믿지도 못해.

막연하게 서로를 위험하다고 느끼면서 살지. 그러면서도 거기에 사는 이유가 뭔줄 알아?”

“우린 임대 아파트라... 싸서 들어온 건데...”

J는 이제 내 말을 듣지도 않고 흥분하며 말했다. 

“값이 오르니까 사는 거야. 아냐?

아파트값이 떨어지기만 하면 왜 그 고생을 하면서 거기 살 건데?

누가 거기서 살려고 할 건데?”


대한민국에서 아파트는

거주의 공간이 아니라 투자의 공간이다.

거주하려고 사는 게 아니므로

거주의 기능을 기대하면 뭐든 문제로 보인다.

사람들은 이런 문제는 아파트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언젠가 값이 오를 수도 있는 아파트를 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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