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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Sep 22. 2017

오늘의 수업 5 - 논쟁 / 토론/ 논술하기

     같은 대상, 다른 관점

 오늘의 수업은 다양성을 인정하며 다른 사람과 소통하자는 목적 아래 동일한 대상을 다룬 서로 다른 글을 읽고 관점과 내용의 차이를 비교해 볼 수 있음을 학습목표로 하는 단원이다.

 2011년 한겨레 신문과 2010년 서울 경제 신문에 나왔던 두 사설을 바탕으로 ‘대체 공휴일제 도입’에 대한 논쟁을 통해 같은 대상일지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관점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알고 어떻게 대화해야하는지 학습하는 단원이다.

 교과서에 나온 논쟁거리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라 간단히 주장과 근거를 정리하는 것으로 내용 파악을 하고 각 반마다 아이들이 원하는 논쟁거리를 새로 정하기로 했다.

1차시 : 교과서 내용 파악

2차시 : 논쟁거리 정하기 / 주장과 근거 마련하기

3차시 :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논쟁하기

4차시 : 논쟁에 대한 주장을 논리적 근거를 내세워 논술하기

 교과서 내용 파악

 대체 공휴일제 도입을 국회라도 나서서 적극적으로 도입해야한다는 찬성 측과 경제 현실을 무시한 대체 공휴일제 논의라는 반대 측의 주장과 근거가 각각 교과서에 실려 있다. 문화 체육 관광부의 찬성 측 입장과 경제 관련 정부 기관의 반대 측 입장이 논리적으로 제시된 신문 사설이 실려 있어 서로 다른 의견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논쟁거리 정하기

 아이들끼리 자율적으로 논쟁거리를 정하는데 우선 다섯 개 정도로 제한했다. 여러 가지 다양한 거리들이 나왔는데, 정하다 보니 건의하기와 토론하기를 구별하지 못 하는 발언들이 있어 둘의 차이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5개에서 3개로, 3개에서 다시 최종적으로 선정된 논쟁거리는 다음과 같다.

 1반 : 9시 등교

 2반 : 수학여행 실시 ( 2018년 3학년)

 3반 : 교내 휴대전화 수거

 4반 : 열공 체크리스트의 필요성

     선정된 논쟁거리들
1반
9시 등교의 장/단점을 논쟁거리로 삼은 지는 사회적으로 꽤 되었지만, 수년 전보다 등교시간이 늦어져 0교시 수업이나, 독서 시간이 대부분 사라졌는데도 아이들은 좀 더 늦게 등교하기를 아직도 원하고 있었다. 모두다 찬성이면 논쟁거리에서 멀어질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반반으로 아이들 주장이 모아졌다.
2반
3학년이 되어서는 꼭 수학여행을 가고 말리라는 절실한 마음이 드러난 2반의 주제는 전원 찬성이어서 별 수 없이 찬반 입장을 인위적으로 나눌 수밖에 없었는데, 그렇게 해서라도 꼭 이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하고 싶어 했다. 지금 아이들이 5학년 때 세월호 사건이 생겨서, 바로 수학여행 2~3일 앞두고 여행이 취소된 경험들도 있고, 그 이후에는 사회적 분위기상 수련회나 수학여행 갈 기회가 멀어져 한 번도 수행여행을 못 갔다고 아이들은 입을 모았다.
3반
교내 휴대전화 수거에 대한 찬반론은 나에게도 관심 있는 주제였다. 아이들의 의견과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교사 입장에서도 매일 30여명의 아이들 휴대 전화를 걷고, 보관하고, 다시 나눠 주고, 제출했는지 확인하는 일들이 쉽지 않을뿐더러 고가의 물건이다 보니 실수로 파손하거나 분실했을 때 책임과 부담감이 매우 큰 일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휴대전화와 관련된 절도로 인한 선도위원회가 매년 열리고 있을 만큼 민감한 일 중의 하나이다.
4반
우리 학교는 수업 분위기 정착을 위해 ‘열공체크리스트’라는 것을 하고 있다. 매 시간 수업에 들어오시는 선생님들이 수업 후 체크리스트에 확인을 하는 것이다. 잘 하면 플러스 점수부터 마이너스 점수까지 있다. 열공 우수반이 되면 학기당 2번 피자를 먹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수업 태도가 좋지 않을 때는 담임 샘들로부터 특별지도를 받는 일들이 있어 이것을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있다. 수업 분위기를 잡는데 분명 일조를 하는 제도이나 타율적인 것과 경쟁을 부추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어 논쟁거리로는 안성맞춤이란 생각이 들었다.
토론할 주장 + 근거 마련하기

 찬성과 반대 측이 각각 3팀으로 결성되었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논리적인 근거들을 3~4개 찾아 학습지를 채우는 활동을 했다. 상대방의 반론에 대비하여 반박할 만한 근거들도 찾아 다음 토론 시간을 대비하게 했다.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주장에 대한 장점과 단점, 좋은 점과 나쁜 점, 편리한 점과 불편한 점들을 찾아 가는 동안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하며, 어떻게 해결책을 찾아 가야하는지 궁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토론 / 논쟁하기     

 찬성 측과 반대 측이 서로 마주볼 수 있도록 자리를 배치했다. 서로 상대방의 얼굴을 마주보며 자신의 주장을 타당한 근거를 들어 논리적으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다. 진행자는 정하지 않고 손드는 것으로 발언권을 가질 수 있도록 정하고 토론/논쟁에 들어갔다.

지난 시간에 이미 근거들을 찾아 표에 적었기 때문에 말할 거리들을 다 있을 텐데도 용기를 내지 않는 아이들은 여전히 눈으로만 참여를 했다. 평소 수업에 적극적이었던 아이들이 역시 발언권을 주도적으로 가져가며 토론을 진행했다. 아이들 스스로 정한 논쟁거리여서 관심은 매우 높았으나, 반론에 반론을 하다보면 주제를 벗어나 논쟁이 산으로 가는 경우가 종종 있어 개입이 필요했다. 토론이 거의 마무되어갈 쯤에는 어쩔 수 없이 그 동안 한 번도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아이들을 일으켜 발표할 기회를 줄 수밖에 없었다.

논리적으로 서술하기     

 모둠별 학습을 통해, 주장별 토론을 통해 충분히 주장과 뒷받침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제는 이것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시간이다. 그 동안 마련한 주장과 근거들을 참고로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시간을 40분 가졌다. 모처럼 집중해서 서술해 나가는 아이들 모습이 진지하다. 본인의 얼굴 생긴 대로 글씨를 쓰라고 하건만 아이들은 여전히 휘갈려 써 내려간다. 글씨체를 중히 여기지 않고, 글쓰기가 특별한 일이 되어 버린 요즘 아이들에게 필체의 중함을 가르치는 일은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한참 몰입을 한 후 아이들의 얼굴은 빛나 보인다. 나름대로 자신의 주장을 펼쳐 나가느라 애쓴 모습들이 역력하다. 문자도 귀찮아서 줄인말 일색인 아이들의 일상 언어 소통을 볼 때 원고지 5~6장 정도의 긴 글을 썼으니 엄청난 두뇌 사용을 한 것이다. 큰 일을 치른 둣 뿌듯함으로 가득한 얼굴들이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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