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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May 31. 2016

살구꽃이 필 때부터

살구와 호박잎

얘야,

시크름한 살구가 먹고 싶구나.

거 참 색깔도 곱다.


요맘 때면 들리는 우리 엄마 목소리

어릴 적 소녀였을 때

동네 어귀 살구나무 떠올리시나?

곱고 상큼하던 그 시절 음미하시나?


아이들도 시다는 살구를

참 달게도 잡수시었다.


얘야,

연한 호박잎 눈에 띄면 사 오너라.

아주 잘 사왔구나!


이맘 때면 들리는 우리 엄마 목소리

시집가기 전 처녀였을 때

아궁이 불 때던 할머니 그리워하시나?

푸른물 익어가던 그 시절

젖어드시나?


아이들도 좋아하던 호박잎을

참 구수하게도 잡수시었다.


어김없이 살구가 지천이고,

호박잎 솜털로 나를 혹하건만

울엄마는 아무 말씀이 없다.


얘야,

한 마디 불러주시면 좋을텐데..


어여쁜 살구와

푸르른 호박잎이

처연히 나를 보고 있다.


살구빛 얼굴에

호박잎 손을 가진

우리 엄마가

여전히 나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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