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와 호박잎
얘야,
시크름한 살구가 먹고 싶구나.
거 참 색깔도 곱다.
요맘 때면 들리는 우리 엄마 목소리
어릴 적 소녀였을 때
동네 어귀 살구나무 떠올리시나?
곱고 상큼하던 그 시절 음미하시나?
아이들도 시다는 살구를
참 달게도 잡수시었다.
얘야,
연한 호박잎 눈에 띄면 사 오너라.
아주 잘 사왔구나!
이맘 때면 들리는 우리 엄마 목소리
시집가기 전 처녀였을 때
아궁이 불 때던 할머니 그리워하시나?
푸른물 익어가던 그 시절
젖어드시나?
아이들도 좋아하던 호박잎을
참 구수하게도 잡수시었다.
어김없이 살구가 지천이고,
호박잎 솜털로 나를 혹하건만
울엄마는 아무 말씀이 없다.
얘야,
한 마디 불러주시면 좋을텐데..
어여쁜 살구와
푸르른 호박잎이
처연히 나를 보고 있다.
살구빛 얼굴에
호박잎 손을 가진
우리 엄마가
여전히 나를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