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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Jul 05. 2016

작은 연못

그리움으로 나를 비추는 연못


호젓한 산책길

나른이 넘치는 오후 한 낮이다.

익숙한 발걸음

작은 연못가로 옮긴다.

     

연못가 둘레 따라 검은 돌을 놓아 본다.

옛날 엄마의 매끈한 오이지 돌 같기도 하고,

옛집 장독대 꾸리던 투박한 돌 같기도 하고,

툭 터져 나오는 그리움을 놓아 본다.

     

빙 돌아 발자국 아까 닿은 곳에 이르니

연못은 문득 예쁜 거울 되어 나를 담는다.

     

길고 가는 눈의 여인이 이끄는 대로 다가간다.

살구빛 두 볼 웃음 가득 머금어 받아 낸다.

     

내 얼굴인가 싶은 여인이 웃고 있다.

내 엄마인가 싶은 여인도 웃고 있다.

     

거울 속인지 연못 속인지

도무지 아득하기만 할 때

     

검은 돌 잡은 내 손 위에

살포시 여인의 손이 포개진다.

     

따스한 온기가 심장까지 전해진다.

나른한 그리움 눈물까지 스며든다.

     

길고 가는 눈이 똑 닮은 두 여인이

한참 동안 연못가에 담겨 있는

호젓한 산책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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