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으로 나를 비추는 연못
호젓한 산책길
나른이 넘치는 오후 한 낮이다.
익숙한 발걸음
작은 연못가로 옮긴다.
연못가 둘레 따라 검은 돌을 놓아 본다.
옛날 엄마의 매끈한 오이지 돌 같기도 하고,
옛집 장독대 꾸리던 투박한 돌 같기도 하고,
툭 터져 나오는 그리움을 놓아 본다.
빙 돌아 발자국 아까 닿은 곳에 이르니
연못은 문득 예쁜 거울 되어 나를 담는다.
길고 가는 눈의 여인이 이끄는 대로 다가간다.
살구빛 두 볼 웃음 가득 머금어 받아 낸다.
내 얼굴인가 싶은 여인이 웃고 있다.
내 엄마인가 싶은 여인도 웃고 있다.
거울 속인지 연못 속인지
도무지 아득하기만 할 때
검은 돌 잡은 내 손 위에
살포시 여인의 손이 포개진다.
따스한 온기가 심장까지 전해진다.
나른한 그리움 눈물까지 스며든다.
길고 가는 눈이 똑 닮은 두 여인이
한참 동안 연못가에 담겨 있는
호젓한 산책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