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온라인 개학 대비- 온라인 국어수업 만들기

'너희가 와야 학교는 봄날'이란다.

by 도시락 한방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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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온라인 클래스

나른하게 졸음이 밀려오는 5교시에, 특히 아이들 모둠활동보다는 나의 설명이, 판서 등으로 주를 이룰 때 종종 쓰던 말이 있었다.

“여러분! 선생님이 ebs 강사예요? 선생님 화면 보고 수업하는 거 아니죠? 대답 좀 하세요!”

교실에서 학생과 교사의 소통, 아이들의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재미 삼아하던 말인데 요즘 나는 진짜 ebs 강사가 되고 말았다. 물론 정식으로 ebs에서 활약을 펼치는 교사는 아니나 4월 내내 나의 수업은 앞서 언급한 ebs 수업(수강하는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과 다를 것이 없었다.

2020년 3월의 학교는...

3월 내내 몇 차례 등교 개학이 연기되고 결국 4월 온라인 개학으로 가닥이 잡혔을 때까지도 학교는 대혼란의 장이었다. 새 학기에 이루어져 할 모든 것들을 온라인으로 처리해야 하니 그 낯섦과 피곤함은 예상했던 것보다 강도가 컸다.

♡ 학년 초 각종 위원회(인사자문위원회, 도서관 운영 위원회 등등) 구성과 수많은 계획안(안전사고 예방 계획, 평가계획 등등) 협의가 온라인(evpn결재와 단톡 방 의견수렴)으로 이루어졌다.
♡ 학사일정은 구글 캘린더로 공유했다.
♡ 구글 클래스룸에서 아이들의 과제 확인과 교사의 피드백으로 아이들 수업을 관리했다.
♡ 코로나 19 대응 관련 고위험군 학생 파악이라든지 또는 원격교육기자재가 필요한 학생이라든지 이런 다양한 의견 수렴은 구글 설문을 통했다.

이 스마트한 새로운 시스템을 따라가는 것도 버거웠으나 복병은 다른 곳에 있었으니, 그것은 IT와 전혀 상관없는, 직접적인 아이들 관리였다. 어느 선생님이 이야기했듯이 우리 교사는 마치 콜센터 직원이 된 것처럼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연락을 취하느라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다.

말이 연락이지 어서 가입 완료해라, 수강신청 후 강의 들어라, 어서 과제 올려라, 댓글을 달아라 등 보채다 못해 닦달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으니 아이들과 대면도 하기 전에 관계는 무너져가고 이제는 아이들도 지치고 교사들도 지쳐버렸다.

학급 담임으로서 각종 사이트에 가입시키고 승인하고, 학교 가정통신문 전달하는 일은 교무부에서 안내하는 대로 따르면 되었다. 매뉴얼대로 전달하고 아이들이 시기에 맞게 수행하였는지 확인하면 되었다.

국어수업을 어찌하리오!

그런데 이제 본격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맞이하여 국어수업을 개설해야 하니 오로지 수업 마련은 국어 교사로서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었다. 학교에서는 원활한 원격수업을 위해 각종 연수(동영상 강좌 만들기, 화상수업 만들기, 저작권 관련 직무연수, Zoom으로 하는 화상수업, ms팀즈를 이용한 협업 등등)를 마련하여 우리 교사들을 격려했지만 혼란스럽기만 하였다.

연수를 들으면 들을수록 '할 수 있겠다'라는 의지보다는 '저것을 어떻게'라는 두려움만 앞서니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스마트 기기나 네트워크 원리에 대한 지식이 박하니 지금 듣는 저 시스템이 수업하기에 용이한지 아닌지 가늠조차 할 수 없어 연수를 들을 때마다 자신감만 푹푹 떨어지고 있었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교실 안에서 아이들과의 수업인데, 이것을 IT 장비와 기술을 이용하여 마련해야 하니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일주일 먼저 온라인 개학을 준비한 3학년 담당 선생님들의 원격수업과 시행착오를 공유하며 우리 1학년도 수업 준비를 시작했다. IT 장비와 기술을 이용하여 원격수업을 잘 준비한 다른 선생님들 수업은 대단히 훌륭하나 나는 따라 할 능력이 없었다.

일단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으로부터 시작!

우리 학교는 ebs 온라인 클래스를 이용한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과 과제 수행 중심 수업을 선택했다. 실시간 쌍방향 화상 수업은 여러모로 능력 밖이라 일단 제외했다.

내가 준비해야 할 국어 교과서 강의가 다행히 ebs 강의 목록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ebs를 활용하기로 했다. 전문적 장비와 뛰어난 교수학습 능력을 지닌 진짜 ebs 강사들이 진행하는 강의이기에 훌륭했다. 그러나 우리 학교 학생들의 수준과 상황에 맞게 따로 점검하고 보충할 필요가 있어 나는 ebs 강의와 내가 만든 강의를 함께 활용하여 수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일단 수업도 수업이지만, 중학교 신입생으로서 아직 학교에 오지 못한 우리 아이들에게 학교를 대충이라도 소개해 주고 싶었다. 내가 지금 가장 능숙하게 할 수 있는 것은 휴대전화를 활용한 영상 촬영이기에, 벚꽃 향기 가득한 어느 날 운동장에 나가 아이들에게 보낼 첫인사를 촬영하였다.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영상을 마련하였으나 업로드가 문제였다. 4분 여 정도의 영상이었으나 ebs온라인 클래스에 올릴 수 있는 용량을 초과했다. 영상의 용량을 압축하는 방법을 교무부장님이 4페이지에 걸쳐 보내주었으나 나는 또 의기소침해져 도전을 포기했다. 그런데 막내딸이 엄마 영상을 공유할 때는 메일로 보내세요. 톡으로 보내면 화면이 깨져요. 하던 말이 생각났다. 그 말은 톡으로 영상을 공유하면 이미 압축되어 전송된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톡으로 다운로드한 영상을 선택해 업로드하니 고민이 해결되었다. 화면의 선명도는 좀 떨어졌으나 나에게는 과분한 성과였다.

간석여중 교정을 소개합니다.
빠밤! 샘도 살짝 공개!
야호! 심봤다.

수요일 오후 전문적 학습 공동체 활동으로 원격수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다른 선생님의 수업 사례를 공유했다. PPT자료를 만들고, 음성을 녹음하고, 인터넷 자료를 링크하고, 또 실시간 화상으로 아이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정말 부러웠지만 역시 나에게는 능력 밖의 일이라 또다시 의기소침해질 뿐이었다.

ebs 국어 강의를 미리 들어보니 1학년 아이들에게 보충 설명할 것들이 많았다. 비유와 상징의 차이점이나 심상에 대한 내용은 3학년도 어려워할 것들이었다. 교실에서라면 마음껏 설명했을 텐데.... 안타까웠다.

그러다 뜻밖의 대화에서 답을 찾았다. 엄마의 고민을 함께 나누던 딸들이 엄마가 원하는 기능을 아이패드에서 찾아낸 것이다.

영상 속 예문과 문제는 해법문학사전에서 발췌했다. NG부분-설명 중 김기림의 시에 나오는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는 시각을 촉각화한 공감각적 심상으로 수정 설명한다.

10 여 분 정도의 영상을 만드는데 매우 쉽고 흡족했다. 녹화된 영상을 확인한 후 나는 곧 흥분 상태가 되었다. 능숙한 이들에게는 별거 아닌 기능일 수도 있으나 50대 교사인 나는 아직 엑셀보다도 한글 워드가 익숙하고, PPT제작도 겨우 기본으로만 할 수 있는 수준이기에 이보다 더 획기적인 대안은 없었다. 더 이상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과제는 학교 계정으로 마련한 구글 클래스룸에서 과제 제출과 댓글 달기로 확인하고 있다.

이제 4/16~4/24까지 1주간의 수업이 마무리되었다. 이제 학습량과 과제 제출을 확인하여 출결을 표시해야 할 때이다. 아이들은 워낙 챙겨 들어야 할 과목과 강의마다 제출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보니 알아서 잘 따라오는 학생도 있지만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도 많다. 부모님께 협조를 바라는 장문의 문자를 띄웠더니 어렵기는 부모님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이제 다시 시작!

‘5월 등교 개학’, ‘순차 개학’, ‘방역전문가 만나 의견 수렴’이라는 단어들이 표제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어쩜 5월 연휴가 끝나면 아이들 얼굴을 볼 수도 있겠다. 코로나 19로 인해 개학을 ‘온라인’과 ‘등교’로 구별하게 된 것도 새삼스럽다. 누군가는 팬데믹(대유행)이라는 단어 아래 전 세계를 충격과 공포로 만든 코로나 19 이전 모습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다며 새로운 세상에 대한 적응을 경고하고 있다.

학교와 교실, 교사와 수업, 학생과 학부모까지 엄청난 혼돈의 4월을 보냈다. 단기간에 그 대단한 것을 익숙한 것으로 해 내다니……. 옆에 앉은 동료 교사는 물론이고 학생, 학부모님들에게도 존경의 눈빛을 보낸다.

물론 변하지 않을 중요한 것은 어떤 스마트 관련 기술적인 분야보다도 교육의 본질임을 잊지 않는다. 방법과 기술에 치중하느라 아이를 놓친다거나, 관계를 소홀히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주 오래전 교무실에 컴퓨터가 한 대도 없고, 장판지라는 커다란 종이에 생활기록부 내용을 일일이 수기하던 때가 있었다. 그런 시절에 첫 발령을 받은 나는 이제 2020년 5월을 맞이하며 교무실을 둘러본다. 변화가 가장 느린 곳 중의 하나가 학교, 교육 현장이라 쉽게 이야기하나, 교실, 교무실의 변화도 엄청나다. 물리적 환경은 물론이고 심리적 분위기까지…….

앞서가는 교사들을 따라가기에 벅찬 발걸음이지만 선배 교사로서, 구세대 교사로서 열심히 달려보려 한다. 그들이 조언을 구하는 선배 교사의 모습이 나라면 최상이겠으나 최소한 우대만 받으려는 원로교사는 되지 않으련다. 경력만을 내세우며 큰소리치지 않는, 선입견에 갇히어 까불지 않는 그런 발걸음으로 다시 교무실을 나서 본다.

아이들 입에서 '학교 가고 싶다'는 말을 불러낸 코로나 19의 역설적 위력! 5월의 교실 모습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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