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아이들이 없는 학교지만, 교사는 여전히 바빠요

9월 학교 현장, 실시간 쌍방향 화상 수업!.

by 도시락 한방현숙
8월 말 다시 물거품

8월 말 코로나 19 재확산으로 수도권 학교가 전면 ‘등교 중지’ 상황에 이르자 학교 현장은 다시 대혼란에 빠졌다. 2학기에는 좀 나아지려나 품었던 한 조각 꿈이 순간 물거품이 되었기에 사회적 거리두기 2.5 단계 속에서 맞닥뜨린 학교 현장은 그야말로 예측 불가한 혼돈의 시간이었다. 대부분의 학사 일정을 변경하고, 원격수업을 위해 재정비하느라 분주한 가운데 원격수업에 대한 불만족이 거국적으로 여기저기 드러나자 교육부는 다시 새로운 지침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그 속에서 우리는 다시 허우적거렸다.

♡ IT 강국 원격수업! 현실은 유튜브 방치 학습
♡ 교사, 얼마나 바쁜지 피드백도 없다. 부실 원격수업에 국민청원 등장
♡ 이건 원격수업이 아닙니다. 언제까지 우리 아이들을 방치하실 생각이십니까?

교사와 학교를 질타하는 볼멘소리들이 봇물 터지듯 인터넷 기사 표제로 도배되었다. 원격수업에 대한 부족함을 서로 고민하고, 학생들의 학력저하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서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을 교사의 무능력과 나태함으로 몰고 가는 듯해 기분이 상하고 할 말이 많아졌다. 코로나 19 위기 속에 건강과 안전을 택했으면 어느 하나는 감수하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코로나 19 이전과 똑같은 성과를 기대하니, 교육부가 여론을 달래느라 쏟아낸 무수한 지침들 속에서 현장에 있는 교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교육부 지침을 따르느라 수없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9월을 보냈다.
과연 실시간, 쌍방, 화상수업이 답인가?

경제적 침체로 어쩔 수 없이 하향 조정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속에서, 전교생 1/3 학생이 등교하고 있는 오늘도 학교 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콜센터 업무가 버거웠던 5월 즈음의 교사 업무에다 고객센터 업무가 추가된 느낌의 9월을 보내고 있다. 교육청 지침의 핵심 내용은 실시간 쌍방향 화상수업으로 아이들을 실시간 수업에 참여하게 하라는 것이다. (더 이상 빈둥거리는 것 같은 우리 집 아이들을 견딜 수 없으니 실시간 모니터 앞으로 끌어들이라는 학부모 요구에 대한 응답인 것이다.)

과연 실시간, 쌍방, 화상수업이 답인가? 지난 1주일을 돌아본다.

8시 40분 화상 조회

교육부 지침에 따라 실시간 조회를 시작한다. 시간에 맞춰 화상 조회에 들어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전작업을 펼쳐야 하는지 담임교사들만 안다. 전화기가 뜨거워지고, 단톡 방이 달아오르고 입이 아플 지경에 이르러야 27명의 명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꼭 한두 명은 전화도 못 받을 정도로 숙면에 빠져 있어 늘 결과생은 생긴다. 아침에 깨워서 학교 보내는 일을, 출근하는 부모는 끝까지(깨워놓고 출근하면 아이들은 다시 잔다) 할 수 없으니 매일 아침마다 전쟁이다. 우리 반 아이들은 아직도 초등학교 7학년인 아이들이 많다.

구글 미트를 이용한 화상 조회를 실시한다. 가입 완료까지 지난한 열흘을 보냈다. 화상 조회이나 아이들은 쉽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얼굴 반쪽도 아닌 한쪽 귓바퀴 부분 정도 보여준다. 천장이나 벽시계를 가장 많이 봤다. 이마저도 3학년들은 아예 비디오를 끄고 절대 켜지 않는다 한다.)

아이들 깨우느라 전화기에 불이 난다.
오전 9시 1교시 시작

학년별 전체 통합 시간표에 따라 학년 전체가 함께 움직인다. 1학년 아이들이 일제히 9시에 1교시 수업을 수강한다는 뜻이다.

자율적으로 원격수업의 장점을 누리던 아이들은 극심한 피로감을 이야기하고, 스스로 일어나지 못했던 아이들은 실시간 수업을 반기며 장점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모두 장시간 핸드폰 사용으로 머리가 아프고 눈이 침침하다며 원격수업의 힘듦을 드러낸다. 80% 이상의 아이들이 컴퓨터 모니터 대신 핸드폰을 이용하고 있는데, 모니터에 웹캠이 없고, 마이크 지원이 안 된다는 이유를 말한다.

6교시 마지막 수업

쉬는 시간 5분, 수업시간 45분의 6교시 하루가 끝났다(오후 2시 25분). 원격수업을 매 시간 45분 동안 진행하라는 교육부 지침을 어느 교사가 타당하다 여길까? 눈이 빠질 것 같다는 아이들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짐작했더라면 절대 내릴 수 없는 지침들을 무모하다 여기는 교사들이 현장에 얼마나 많을까? 피치 못할 원격수업을 하면서 등교 수업의 효과를 내려하니 어려움들이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온다. 현장에서 방역뿐만 아니라 교육을 이끌고 IT기술(에듀테크)을 배워가며 따라가고 있는데(당연히 내가 할 일이지만) 세상이 온통 학교를 질책하느라 바쁜 날들이 많아지니 코로나가 정말 원망스러울 때가 많다.

아이들이 직접 확인하는 실시간 출석 확인표 - 전 교시 보라색이 뜨면 엄청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우리 학교 교무부장님 작품이다.
출석 확인

수업은 콘텐츠 활용 수업이 주가 되는데, ebs 프리미엄 강의를 끌어오거나, 자체 수업 영상을 제작하여 콘텐츠를 만든다. 자체 수업 영상은 수업 동영상이나 PPT 자료를 만들어 ebs온라인 클래스에 업로드한다. (모임에서 들은 이야기 중 하나인데 서울 어느 지역 학부모들은 '수준 낮은 자체 강의 영상 만들지 말고 ebs 강의를 올려라 ' 주문하고, 또 다른 지역 학부모들은 'ebs강의로 때우며 교사들은 노는 거냐? 직접 만들어라.'며 질책한다고 한다.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수업 영상을 수강하면 출석으로 인정한다. 전교생의 수강률을 일일이 확인하여 명렬표에 체크하고 그 결과를 각 반 담임들과 공유한다. 각 반 담임교사들은 미수강인 아이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사실을 확인하거나 수강을 독려한다.

크롬 학교 메인방에는 실시간 공지사항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우리학교는 정보과 출신 교무부장님 덕분에 시스템 구축이 잘 되어 있는 편이다.
과제 확인

구글 클래스룸을 이용하여 아이들에게 과제를 부여하고, 제출일을 넘긴 아이들의 명단 또한 담임교사들과 공유하여 과제 완료를 서로 확인한다. 실시간 수업으로 인해 아이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과제 수행이다. 교사들끼리 소통하며 아이들의 과제부담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실시간 쌍방향 화상수업

화상수업이 진행되기 전까지는 화상수업이 엄청난 효과를 드러낼 줄 알았다. 실시간으로 학생과 교사가 쌍방향 수업에 참여한다면 마치 모든 원격수업의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대단해 보였다. Zoom이나 구글 미트 단어들이 생소했기에 더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역시 원격수업은 원격수업이고 교실 수업은 교실 수업이었다. 한 교실 안에서 얼굴을 맞대고 서로 호흡하며 따라가는 수업을 어느 원격수업이 대신할 수 있을까?

아무리 뛰어난 혁신의 IT기술이 개발된다 할지라도 섬세한, 온기가 있는 인간, 교사의 관리를 누가 따라올 수 있을까? ‘에듀테크’가 중요하다는 시대에 우리는 모두 ‘테크’에만 절절매고 있는 꼴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에듀’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교실 테두리 격인 ‘테크’에 목이 매어 교실 안에는 진입도 못한 채 서로 소임을 다한 척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아침 일찍 화상으로 아이들 얼굴을 보고, 100 여 명이 넘는 사이버 공간에서 수업을 하고, 실시간 메신저로 연락을 주고받고……. 지난해까지 절대 상상도 못 한 스마트한 ‘나’가 교사로 존재한다. 21세기 가장 먼저 없어질 직업 중 하나였던 ‘교사’라는 직업이 오히려 IT 시절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직업임을 코로나가 증명하고 있다. 학교가 하는 일이 뭐가 있냐는 원망에 대답을 머뭇거렸던 학교가 그간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었는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서로의 마음을 공유하며 위로를 받은 어느 날. 학년부장님이 공유해준 사진을 보며 웃었다.
수업으로 지치고 싶다.

코로나로 너나없이 지치고 힘든 이때 수업하는 교사로서 지치고 싶다. 오늘 하루 쏟아낸 잔소리들은 아이들도 나도 최악의 피로를 느끼게 한다.

♡ 아직 안 일어났니? 어서 화상 조회에 참여해라. 결과로 학생부에 기록된다.
♡ 1교시 출석 확인 왜 안 했니?
♡ 교과 담당 샘이 수업 완료 안 되었다고 하시는데, 너는 완료라고 왜 표시했니?
♡ 2교시 과학 과제 제출 안 한 사람들? 어서 제출하세요.
♡ 구글 클래스룸에 과제 제출 안 한 사람들 어서 댓글 다세요.
♡ 지원금 신청 안 되어 있단다. 부모님께 말씀드리렴.
♡ 미수강으로 뜨는 사람들, 오늘 종례 전까지 들으세요.
♡ 4교시는 화상수업이란다. 구글 미트로 어서 회의에 참여하세요.
♡ 오늘은 자유 학년 주제 선택과 동아리 수업, 화상으로 진행합니다.
♡ 아직 수업 안 들은 사람들, 왜 전화 안 받나요? 톡은 왜 확인 안 할까요?


코로나 19가 가져온 어쩔 수 없는 학교 교육 현장이다. 아이들과 주고받은 메신저로 핸드폰은 늘 방전되기 일쑤이고, 업무로 인한 문자와 톡방은 내 가족과 친구들의 연락방을 일찌감치 맨 아래로 밀어냈다.

학교에 가야 우리도 봄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연일 쏟아내는 지침들 속에서 헤매느라, IT기술 습득을 어려워하느라, 평소와 하나도 변하지 않은 업무 처리하느라 헤맬 수 있다. 더디 갈 수도 있다. 그러나 이틈을 타 나태함으로 아이들을 방치하는 교사라고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원격수업 불만에 대한 국민 청원의 타깃이 교사의 자질 부족으로만 모아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나 아닌 다른 상대방을 이해하는 폭이 좁아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와야 학교가 봄이라는 말이 5월에 유행했었다. 어느덧 10월, (우리 모두) 이제는 학교를 가야 우리도 봄을 맞이할 수 있음을 안다. 서로를 이해하는 눈빛으로 바라봐야 학교의 봄을 더 빨리 맞이하지 않을까 싶다. 최소한 함부로 오해하며 차가운 얼음덩이들을 쌓아 학교를 더 춥게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포근한 봄을 어서 맞이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말해 무엇하리요마는…….

그래도 가장 고생하고 있는 아이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