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에 내가 나오니까 정말 좋았네, 정말 좋았네!

두고두고 신기한 새로운 경험

by 도시락 한방현숙
2020년 6월 20일 토요일 밤 9시 EBS

그동안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라는 가사를 수없이 들어왔지만 어릴 때조차도 내가 진짜 TV에 나온다는 또는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누구나 처럼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 나이에 녹화 후 TV에 나올 내 모습을 그렇게 기다리고 그려보다니……. 살다 보니 별일도 다 있다며 녹화 후 헛웃음 짓는 날들이 많았지만, 정말 다시 생각해도 우스운 일이 나에게 일어난 것이다. 녹화 당일 남편이 촬영한 영상이 있기에 대충 내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떻게 행동을 했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음에도 TV에 비칠 내 모습이 여러 날 궁금하고 기대되었다.

어른으로서 점잖은 모습을 잠시 잃은 채, 여기저기 방송 출연을 알렸다. 코로나 19로 소원했던 모임들의 단톡 방을 방문하여 복사한 TV 출연 알림을 붙여 넣기 하느라 분주했다. 겸사겸사 안부도 전하고, 이 신기하고 희한한 일에 공감하며 한바탕 웃을 수 있기를 원했다. 15개 단톡 방 80여 명과 직장, 친척에게 알리니 거의 200여 명 가까이 되었다.

지인들은 놀라워하며 본방사수 메시지를 보내왔다.

드디어 2020년 6월 20일 오후 9시! 설레는 마음으로 TV 앞에 앉았다. 사실 이날은 결혼 27주년 기념일이기도 해서 아이들까지 온 가족이 집에 모여 있었다. 10여 분 TV 출연하는데도 이 호들갑이니…….

방송과 아무 상관없는 삶을 살아온 나에게도 그간 익숙했던 ‘편집’이라는 단어의 위대함을 이번에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나의 모습과 나의 말에 적절한 자막과 시간차 편집으로 나를 얼마나 예쁘게 장식해 주었는지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고르지 않은 치열과 풍성한 몸매는 여전히 걸렸지만 ㅎㅎ)

코로나 19를 맞이한 각양각색의 삶의 모습이 의미 있게 그려져 출연자로서 뿌듯하기까지 했다. 내 경험의 진정성이 자막으로 살아나 훨씬 돋보이고, 내 말의 현실성이 자료화면으로 뒷받침되니 훨씬 감동적이었다.
1부 시작!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두근두근
한석준 아나운서의 오프닝 멘트로 방송이 시작되고
첫 화면에 잡힌 모습 -왠지 오글거렸다.
한석준 아나운서가 나를 소개하고 있다.
'질문있습니다' 나만의 큐브를 들고 무대 위로 등장
쑥스럽게 내 소개를 하고 시작합니다.
다니엘 린데만이 환하게 맞아주었다.
와우~떨린다. 첫 멘트
내 말을 따라 다리를 쭉 뻗은 사람들!
다리를 쭉 뻗으라고만 했지 내리란 말을 하지 않았다.본의 아니게 웃음 제공!
개그우먼 김현숙씨가 나를 웃겼다.
자~정신 가다듬고 본격적으로 시작!
진지하게 들어주신 ebs 부장님! 그간 ebs의 노고를 새삼 알게 되었다.
자막으로 예쁘게 포장해 주시고
이 영상이 1부,2부에 모두 등장했다.
뒤태로 출연해 주신 우리 학교 선생님 두 분!
필기 어플 활용 수업도 보기 좋게 보여 주시고
우리 1학년 3반 보고있니? Hoxy?
ㅎㅎ 열심히 방송 출연 중
10여 분 동안의 내 이야기는 마무리되고
내 이야기의 주제를 다시 한번 강조해 주었다.
패널 분들이 공감을 참 잘 해주었다.
한석준 아나운서와의 대화는 에드리브가 많았는데 이렇게 자료화면까지 넣어 살려줄 줄이야.
프롬프트에 없는 말이 막 술술 나왔다. ㅎㅎ
간석여중 다시 등장!
역시 내 편임이 확실한 지인들의 편애 반응

혹시라도 말실수로 인해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다른 선생님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었는데 의도한 대로 잘 나와 다행이었다. 나의 특별한 경험을 성원해주고 응원해 준 많은 지인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다.

♡ 여러 모임의 막내인 나에게 벌써 교직생활 27년이나 되었냐며 선배 샘들은 기특해했다.
♡ 고교 은사님은 고등학생 때부터 이미 야무지고 똑똑했었다며 자랑스러운 마음을 보내주셨다.
♡ 오래전 제자는 하나도 늙지 않고 예전 모습과 똑같다며 나를 응원해 주었다.
♡ 친구들은 연예인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은 미모라며 나를 치켜주었다.
♡ 딸들은 엄마의 연설이 매우 감동적이라며 우리 엄마 대단하다를 외쳐주었다.
♡ 외삼촌은 우리 조카 대견하다며 생전 엄마가 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며 나를 울리셨다.
♡ 후배 샘들은 우리 부장님 짱이다를 보내며 나를 멋지게 응원했다.
♡ 동네 이웃들은 이 밤에 함께 시청하며 엄지 척을 해 주었다.
♡ 노년의 어머니 아버님은 우리 며느리 대단하다며 별일도 아닌 것을 대단한 것으로 단박에 만들어 버리셨다.
♡ 현재 근무하는 간석여중 샘들은 나와 학생회장이 등장하니 학생과 학부모님께도 알려야 된다며 학교 홈페이지에 대문짝 만한 사진을 실어 홍보해 주었다.
♡ 엄마 돌아가신 후 별로 만나지 못한 친인척들과 오랜만에 안부를 묻고 소식을 전하는 시간이 생겼다.
이웃들이 필로티에 모여 단체로 본방사수해 주었다.

나의 지인들의 일방적인 방송 시청 후 소감이지만, 그들은 역시 내 편임이 확실했다. 편애적인 시각으로 나를 쭉쭉 치켜세워주었으니…….ㅎㅎ 오늘만은 그냥 적나라하게 다 받아들이련다. 모조리 과장된 아부성 발언일지라도.

6월 21일 일요일 밤 9시 EBS
2부, 미래 교육은 이미 시작됐다.
1부와 사뭇 다른 분위기의 한석준 아나운서
원격수업 준비에서 실행까지 교육현장에서의 어려움은?이란 제목을 달고 내 이야기가 계속 소개되었다.
4월 어느날 교정에서 찍은 영상이 이렇게 많이 활용될 줄 몰랐다.
나의 이야기를 3분 정도 자료 화면으로 본 후 교육 전문가들이 토의, 토론하기 시작했다.

1부와는 좀 다른 분위기로 2부에는 교육부 장관을 비롯한 교육 전문가들이 등장하여 미래 교육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1부에 출연한 우리 교사들의 이야기가 다시 언급될 줄은 몰랐다. 무심코 채널을 돌리다 나의 모습을 발견한 남편이 우리를 다시 TV 앞으로 모이게 했다. 어제 영상에 이어 미처 방송되지 않은 화면들이 새롭게 등장했다. 수업하는 교사로서의 힘든 모습이 부각되었고 이어서 교육현장의 여러 모습과 우리가 대처해야 할 미래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2부 미래 교육은 이미 시작됐다 - 프로그램 역시 유익하고 재미있었다. ebs 공사 창립 20주년 대기획 프로그램이 알차게 연이어 이틀 동안 방송된 것이다.

생각해 보면 한 끗 차이가 불러온 신선한 도모의 결과이다.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교사 모두가 학습단원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연구할 때, 휴대전화 하나 들고 학교 소개 영상을 마련하러 운동장으로 나간 것이 방송 출연으로 연결된 것을 보면 말이다. 일생에 다시없을 신기한 경험이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에피소드 몇 가지

사실 우리 학교 학생회장 출연은 녹화 당일 결정된 것이다. 원래 출연하기로 한 중1 학생이 방송 펑크를 내는 바람에 급조한 인물인데, 어쩜 그렇게 끼와 말솜씨가 탁월한지 두고두고 제작진들에게 감사 인사를 받을 정도로 세영이(학생회장)는 뛰어났다.

간석여중 출신 출연자들 표현력이 이정도랍니다. ㅎ ㅎ
잘한다, 우리 학생회장!
명랑,쾌활,발랄한 세영이
간석여중 급식은 정말 맛있다.영양사님 최고!

나의 방송을 본 사람들은 100% 나의 연락을 받은 지인들 뿐인데 딱 두 분! 예외가 있었다. 바로 우리 동네 세탁소 사장님 부부이시다. 남편이 세탁소를 방문했더니 방송 잘 보았다고 인사를 하셨단다. 어떻게 보았냐며 남편이 되려 물었더니 대답이 정말 대박이었다. '우리가 세탁한 재킷인데 모를 리 있겠어요?' ㅎ ㅎ 사장님은 나를 보신 게 아니고, 당신이 정성껏 손질한 핑크 재킷으로 나임을 확신한 것이다. 역시 무서운 직업의 세계이다.

방송이 진행될 때 여기저기서 보내온 지인들의 인증숏 덕분에 지인들 거실에 놓여있는 TV가 어떤 종류인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고마울 뿐이다.

녹화 일주일 전 갑자기 생긴 온몸 피부 발진 때문에 피부과를 다니고, 비타민 주사를 맞는 등 분주히 움직이며 고생한 것도 잊지 못할 일 중의 하나이다.


ebs 공사 창립 20주년 교육 대기획 -더 체인지 1부 -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2부- 미래 교육 이미 시작됐다. 프로그램 출연을 상세히 기록한 것은 점점 희미해져 가는 기억력을 보완하기 위한 방편이다. 결코 자랑질의 발로(자랑거리도 아니지만)가 아님을 밝힌다. ㅎ ㅎ 내가 쓴 글이지만 두고두고 읽어보면 그날의 떨림과 설렘, 새로움을 다시 만끽할 것이다. 그러면 어쩜 무지 피곤한 어느 날, 인생이 다시 즐거워지는 마술을 부릴지도 모를 일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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