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동안, 내내 설렜어요.

TV 방송 출연이라니! 멋진 경험이여, 내게 또 오라.

by 도시락 한방현숙
뜻밖의 설레는 경험

살다 보면 간혹 생각지 못한 뜻밖의 경험(특히 좋은 일)을 마주할 때가 있을 텐데……. 지극히 평범한 삶의 테두리 안에서 왔다 갔다 할 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생활의 나 같은 사람에게는 언제나 예상 가능한 희로애락이 펼쳐져 왔었다.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심지어 분노할 일들조차도 맥락 없이 일어나는 일은 드물었다. 원인이 있으면 그에 따른 결과가 있듯이 모두 다 그만한 연결고리가 있었기에…….

그런데 ‘우째, 이런 일이…….’

처음에는 꿈도 야무지게 ‘나도 작가다’ 공모전에 당선된 줄 알았다. 환호성을 지른 후 전화를 끊고 보니 ebs라는 말만 크게 들려 내 마음대로 지레짐작한 거였다. 뜻밖의 그 날(5월 28일)을 돌아보자면,

♡ EBS에서 공사 창립 20주년 기념으로 교육 대기획-더 체인지 1,2부작을 기획하고 있었다.
♡ 더 체인지 1부-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에 출연할 일반인을 찾고 있었다.
♡ EBS 담당 작가와 PD가 방송에 어울릴 만한 나의 이야기를 브런치에서 보게 되었다.
♡ 글에 등장하는 ‘간석여중’이라는 단어만으로 나를 수소문(?)하여 연락이 닿은 것이다.
TV 방송 출연이라니!

프로그램 작가와의 첫 전화 통화에서는 출연을 고사했었다. 갑자기 방송 출연이라니……. 두렵기조차 한 새로운 도전 앞에서 나는 이미 도망치려 도움닫기까지 하고 있었는데, 큰딸의 한 마디가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엄마, 떨 필요 없어요. 누가 ebs 방송을 그렇게 많이 본다고, 아무도 안 봐요!”

당연히 나에게 용기를 주기 위한 말(결코 ebs 프로그램을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닌) 임을 알기에, 재치 있는 큰딸의 말(설득)에 폭소를 터뜨리고 나서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담당 작가에게 출연 의사를 밝혔다. 녹화를 하기까지 일주일을, 또 녹화 후 방송일까지 2주를 어찌 보냈는지 모르겠다. 3주 내내 설레고, 신나고, 기다리는 최상의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이게 웬일인가? 내가 TV에 출연하다니, 그것도 10여 분 동안이나……. 믿을 수 없는 일이 느닷없이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녹화 전 일주일 동안

새롭고 신기한 경험을 앞두고 있으니 모든 것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 삶에 생동감이 찾아왔다. 궁금해하고, 신기해하며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에 푹 빠져 웬만하면 기분이 좋았다. ㅎ ㅎ

♡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지 원고를 작성하라 한다.
♡ 나의 콘셉트는 코로나 19 사태를 맞이한 학교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곧 원로가 될 50대 교사의 모습이다.
♡ 스탠딩 프로그램이 뭔지 궁금해 검색까지 했으나 딱히 답을 찾을 수 없어 ‘세바시’ 같은 류가 아닐까 혼자 생각했는데, 맞았다.
♡ 원고를 준비하면서 생긴 방송에 관한 궁금증이 한둘이 아니었다.
♡ 머리나 얼굴을 살짝 만져주나 까지 궁금했는데 완벽한 메이크업을 해 주었다. (결혼식 이후 처음으로 속눈썹도 붙여 보았다.ㅎㅎ)
♡ 원고를 숙지하라는 말에 설마 외워야 하나 했는데, 역시 말로만 듣던 프롬프트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녹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완전 긴장하여 아무 말도 못하고 머리를 전적으로 맡겼다. 그랬더니 금세 여사님으로 변신 ㅜㅜ

원고를 작가들과 수정하는 과정 중에 내가 오해한 부분이 있었다. 어차피 그들은 그들이 원하는 말만 내 입을 통해서 듣고 싶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진솔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안에서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정말 출연자들을 배려해 주었다. 그래서 60분짜리로 기획했던 프로그램이 100분으로 확대 편성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을까? 내가 원하는 원고 수정 부분이 프롬프트에 반영이 안 되어서 리허설 때 엄청 버벅거렸다. 내 말투와 내 생각이 아닌 부분에서는 당연히 NG가 많이 났다. 리허설 후 작가님에게 빨간색으로 도배된 나의 수정 원고 탑재를 부탁하니 그 분주한 시간에도 최선을 다해 프롬프트 원고를 고쳐주었다. 그래서 진짜 녹화할 때 물 흐르듯이 만족스럽게 말할 수 있었다.

녹화 전 날 새벽까지 원고를 수정하고 또 수정했다.
드디어 방송 녹화하는 날!
♡ 녹화 현장은 '발로 스튜디오'(인천 부평구 소재)였다.
♡ 코로나 19 대응을 위한 감염 예방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 오전 11시에 도착해 오후 6시 좀 넘어 촬영 현장을 나왔다. (총 7시간 이상 소요)
♡ 무더운 날씨에 냉방기를 멈추고 촬영했기에 여러 번 쉬는 시간이 있었다.
♡ 리허설 시간을 빼면 실제 녹화 시간은 4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 13명 출연자 중 교사는 나까지 모두 4명인데 부산, 대구 등 먼 곳에서 왔다. (인천에 사는 나는 가장 편하게 도착했다.)
♡ 출연자는 초1부터 나(가장 연장자인 듯)까지 연령층이 다양했다.
♡ 패널로 출연한 유명인( 다니엘 린데만, 윤유선, 김현숙 등)을 직접 만나니 참 새로웠다.
대단한 사람들!

엄청난 사람들이 다양한 파트에서 스태프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모습이 정말 멋져 보였다. 일사불란하게 곳곳에서 움직이며 최선을 다하는 제작진들의 모습은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한석준 아나운서의 깔끔한 진행과 패널들의 적절한 공감과 조언은 우리 출연자들을 춤추게 했다.

출연자 각자에 어울리는 음악과 주제가 적힌 큐브를 마련한 세심함(부산에서 온 고3 선생님 이름이 유명 가수 이름과 같았는데, 센스 있게 그 가수의 곡을 배경음악으로 깔아주었을 정도로)에 감동하며 좋은 프로그램, 의미 있는 프로그램에 동참했다는 뿌듯함에 피곤한 줄 모르고 녹화에 참여할 수 있었다.

코로나 19를 맞이한 모든 교육현장에 있는 사람들 이야기가 총출동했다. 학생이 나오면 교사가 나오고, 에듀테크에 능한 교사가 나오면 나 같은 교사도 나오고, 일반 고3 학생이 나오면 예체능 수험생이 함께 나오고, 아이 셋을 가진 맞벌이 주부가 나오면 장애 학생의 어머니가 나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실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대학생까지 화상으로 등장하며 코로나 19를 대면한 우리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출연자 중 고 2 학생의 따끔한 충고( 어른과 사회에 대한 )는 지금도 선명하게 다가와 어른인 나를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출연자이면서 방청객이 되어 맞장구치며 공감하는 시간을 함께 하니 긴 녹화 시간이었음에도 지치는 기색 없이 현장을 즐겼다.

언제 또다시 이런 기회가 올 것인가?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방송 촬영에 내가 직접 참여하게 되다니……. 여전히 기막힌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살다보니 참 별일이 다 있다. 이리 좋은 즐거움이 나타나다니! 또 누군가에게 감사인사를 드린다.

멋진 경험이여! 내게 또 오라.
녹화장 '발로 스튜디오'는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 등장하는 등 이미 유명 장소였다.
한창 리허설 중, 엄청 버벅거렸다.
'빈백'이라는 의자에 적응을 못해 처음에는 앉을 때마다 이리저리 엄청 쏠렸다.
16개의 카메라가 우리를 보고 있다.
나만을 위한 나의 질문 큐브! 불이 들어오면 더 멋있어 진다.
빛나는 조명과 무대
멋져 보였던 제작진들
이 분들 노래도 잘한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마스크 쓰고 촬영하기
패널로 참여한 유명인들의 뒷모습
유쾌하고 친절하셨던 PD 중 한 분! 인터뷰했던 장면은 방송에 나오지 않았다.
맨 오른 쪽 PD님이 내 글을 찾아내 준 고마운 분임을 나중에 알았다. 근데 인사도 못 했다.
하루 종일 함께 해 준 고마운 1일 매니저!
윤유선씨와 김현숙씨 실제 미모에 놀랐다.
우리학교 학생회장 세영이와 한석준 아나운서,기념 사진 찰칵!
드디어 녹화가 끝났다.
프로그램 출연자 모두 모였다. 하루 종일 들떠있던 그날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