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달부터 희망을 버렸다. 이제는 마스크 쓰기 전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깊어져 좌절했다. 순진하게도 1년만 버티면 조금씩 나아지며 좋아지리라 기대했던 희망들이 무너져 버렸다. 백신을 맞고 또 맞아도 코로나 19는 사라지지 않고 새로운 모습(코로나 20, 21, 22...)으로 우리의 코와 입을 틀어막을 것이다. 오늘은 오존주의보까지 내려 마음을 더 답답하게 만든다.
‘2학기부터 모든 학교 등교 추진’이라는 표제가 원격수업을 하러 가는 나의 발걸음을 흔든다. 코로나 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아이들의 학력은 계속 떨어진다 하니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내린 고육지책! 원격수업과 등교 수업 사이를 오락가락하느라 이제는 지쳤다. 누군들 코로나 이전 학교생활로 돌아가고 싶지 않겠는가! 이제는 무엇이 좋은지 나쁜지도 판단이 서지 않는 혼란과 혼돈, 가운데서 방향을 잃었다. 수업과 아이들을 이끌던 힘과 의지가 다 소진되어, 어디로 끌려가든 이리저리 흔들려도 상관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오늘도 확진자 700명을 알리는 기사가 떴다. 하지만 놀랍지도 않다. 우리의 주의를 끌지도 못한다. 코로나라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탓에 숫자가 1,000으로 바뀐 들 의미가 있을까 싶다.
◇ 교사 접종 차례가 오면 걱정 없이 백신을 맞을 수 있을까? ◇ 전면 등교로 인한 아이들 지도(수업, 급식, 방역, 평가 등)는 어찌 감당할 수 있을까?
계절의 여왕 5월이라는데 마음은 심란하기만 하다. 가족의 달, 이름답게 가족여행을 가장 많이 다니던 달이었는데 온통 걱정거리 소식뿐인 오늘이다.여행의 즐거움과 휴식, 설렘 등이 그립다. 나도 그냥 확 떠나고픈 생각이 문득 들었다.
걱정이다.
내일은 기온이 30도까지 오른다고 한다. 누구나 하는 생각이지만, 정말 걱정스럽다. 지구가 달아올라 점점 뜨거워져 우리들의 거친 호흡을 위협할 날이 이미 목전에 있는 듯하다.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찔려서)으로서 할 말은 아니지만 정말 걱정이다. 5월 초여름에 알맞은 온도와 습도는 이미 어그러진 지 오래고,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덥고, 봄은 따스하다는, 계절에 어울리는 형용사가 뒤죽박죽 된 지도 한참 지났다. 누구 탓을 하리오. 우리 모두의 잘못과 실수인 것을. ‘탄소 배출량, 온난화, 기후협약, 지구의 날, 파리협정, 온실가스 감축, 교토의정서’ 등등 우리 지구인의 걱정을 담은 여러 단어들이 눈에 띄지만, 노력만큼 실행과 성과는 더딘 것 같다.
◇ 종량제 봉투를 바짝 여며 묶으며, 이 많은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 내 집안에서는 사라지나, 지구 어딘가에 또 쓰레기를 남기는구나. ◇ 향긋한 커피를 집에서 내려 먹는 건 좋으나, 이 캡슐 쓰레기는 어디서 썩지도 않겠구나. ◇ 대형마트에 천정까지 쌓여있는 물건들이 결국은 다 예비 쓰레기구나. ◇ 지구인들이 새로운 쓰레기, 마스크를 오늘도 모두 버리겠구나. ◇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제품들이 결국 쓰레기가 되겠구나.
반성은 쉽고, 실천은 어렵다고 오늘도 엄청 걱정만 나열한 채 흐지부지 끝을 맺는다. 그리고 다시 내일 걱정하는, 바보 같은 되풀이를 반복한다.
지구는 병들고, 병든 동물은 아프고, 아픈 인간은 숨을 쉴 수 없다.
심란하다.
심란함의 이유를 알았다. 오늘의 우울감 끝에 우리 반 아이가 있었다. 각기 다른 사정으로 2시간 가까이 아이들과 어제 상담했었다. 긴 시간으로 인해 체력적으로 이미 지쳤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올 법한 내용들이 나를 아예 KO 시켜 버렸다.
지구와 환경을 걱정하지만 동시에 쓰레기 배출을 반성하며, 포기와 좌절로 무력감에 빠질 때처럼, 아이들 걱정을 한껏 했지만 기껏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적은 담임에 불과하다는 것이 나를 어렵게 하고 있다.
2008년생 아이가 감당하기에 너무 버거운, 기막힌 삶을 살아내는 아이에게 나는 고작 위로의 말을 건넸을 뿐이다. 돌아서면 잊을 테고, 1년이 지나면 다른 학년 아이가 될 것이고, 내 딸이 아니니 쉽게 걱정만 쏟아낼 것이다.
복지실과 연계하여 부식을 지원하고 위클래스 상담을 예약하고 간식을 쥐어주며 개인 톡으로 상냥하게 관심을 표현한들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지독한 인생이 벌써부터 시작되다니!
아이가 바라는 대로, 아이가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이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풀릴지, 어떻게 풀어야 할지 걱정 가득이다. 50대 교사가 10대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을 삶이라니! 아이의 입에서 물을 때마다 나온 '힘들다'라는 말이 사라지지 않는다. 걱정이 많고, 지치고 그래서 우울한 날이다.
힘들어요.
깡마른 아이 등골이, 물기에 젖은 검은 눈동자가, 왜소한 체구에 비해 유난히 큰 손바닥이 내 눈에 가득 들어왔다. 어미 잃은 까만, 짐승의 어린 눈이었다.아이 얼굴에서 마스크를 확 걷어내고 싶고, 아이 눈에서 근심을 걷어내고 싶다. 코로나가 사라져야 가능한 일이고, 아이의 가족을 버려야 가능한 일이니, 한숨을 쉬며 걱정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