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 어느 일요일 밀린 집안일을 하며
부모된 지 스무 해가 넘었지만
보다 더 강렬히 어미임을 느낄 때가 있다.
티 안나게 늘어진 교복치맛단을, 꿰맬 때라든지
아슬하게 덜렁거리는 셔츠 단추를, 입막음할 때라든지
세탁소에도 보내질 못 할 사소한 바느질이 날 숭고한 어미로 만들어 준다.
이 사소한 불편함 알아차릴 이, 어미밖에 또 누가 있을까?
물병 뚜껑 파인 골에 낀 검은 물때들과 세심한 씨름을 할 때라든지
사각형 모서리마다 찌든 때 박박 솔로 뭉개 환한 신발주머니로,
금방 목욕하고 나온 듯 말갛게 새 필통으로,
저린 다리 쭈그리고 앉은 손빨래는 날 숭고한 어미로 만들어 준다.
이 사소한 더러움 알아차릴 이, 어미밖에 또 누가 있을까?
사소함에서 꽃을 피우는 존엄하고 거룩한 어미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