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으로 왔나요?
나 여기 있다고
잊은 건 아니냐고
솜털까지 일으켜 세우고 간다.
뛰놀던 어린 아이
젖은 이마 머리 날리고
빨개진 볼 쓰다듬고 간다.
태양 아래 일하는 사람
겨드랑이 사이 들락거리다
굽은 허리 휘어 감고 간다.
부채 끝에서
나뭇잎 자락에서
저 깃발 끄트머리에서
다시 살아나
보이지 않아도 여기 있다고
이렇게 왔다 간다고
얼굴 스치며 흔적 남기고 간다.
내 치맛자락 펄럭이고 가는
저 바람 끝
낯익은 향취에
눈을 들어 따라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