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 과일 코너에서 장보기 할 때
그러고 보니
그간 별로 먹지 않아 왔다.
그럼에도
시장바구니에 매번 담았던 것은
엄마가 계셨기 때문이었다.
붉은 과일들 속에 살구색은 보통 잠깐이었다.
엄마 가신 뒤 한 입 크게 물어본다.
깔끔하게,
미련 없이,
떨어지는 것이 복숭아씨와는 다르다.
과육에 판박이 흔적을 남기고
떨어지는 살구씨는 방순례씨 인생 같다.
시큼함이 가신 지 오래된
살구씨를 휘감아 굴려 본다.
방순례씨 인생의 굴곡을 따라
혀끝으로 천천히
쓰다듬고,
쓰다듬고,
쓰다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