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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Aug 05. 2016

자  궁

엄마의 기저귀를 갈며

작은 궁궐일 테니

꼼지락 유영하던 그 때

삶의 중심은 아래로 향해 있어

두 팔다리 모아 궁궐을 받치고 있었을 테니

     

어미의 생명 마디마다

악착같은 끈질긴 추렴으로

내 생명 이 자리에서 잉태되었나니

     

이제라도 다시 헤엄쳐 들어가

쪼그라들어 무너진 그 곳

다시 일으켜 세우리라.

     

이제라도 나의 생명 끝자락마다

역류시켜 탯줄을 되살리어

어미 자궁 다시 일으키리라.

     

여러 해,

내 나온 궁궐 문 마냥 열어 둔 채

솟을대문 두 다리 망각의 강물 흐르도록

저 수치스러움과 무너짐의 퀭한 눈빛을

한 순간에 생명으로 또렷이 다시 세우리라.

     

그리하여

나의 생명 그 보금자리를 꽃 대궐 차린

살아있는

아름다운

작은 궁궐로 기억하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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