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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와 함께 한 10년은 나의 화양연화!

비바 라비다(Viva la Vida)! 앞으로의 인생 또한 찬란하리라.

by 도시락 한방현숙
브런치와의 첫 만남

2014년 늦가을, 엄마가 돌아가셨다. 참척의 고통으로 얼룩진 엄마의 삶, 게다가 10여 년을 병마와 싸우느라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버티다 가셨기에 나는 엄마를 쉽게 보내드릴 수 없었다. 건강한 애도는 물론이고 안타까움과 슬픔에 젖어 일상을 버텨내기 힘들었다.

수많은 밤을 나의 아픔과 상처에 골몰하느라 몸부림치고, 후회와 뉘우침이 성난 강을 이뤄 때때로 나를 스스로 고립시키던 시기였다. 내 안의 몸부림이 가득 차올라 도저히 어쩔 수 없을 때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때 브런치를 만난 것이다.

2016년 4월 19일 발행한 '꽃반지 끼고'가 나의 첫 브런치 글짓기 작품이다. 나만을 위한 소박한 글짓기의 시작이 이토록 많은 것을 나에게 가져다줄 줄은 짐작하지 못했다. 브런치와 함께 한 세월, 강산이 바뀔 정도의 시간 따라 놀랍고 감사한 경험의 연속이 오늘도 펼쳐지고 있다.

브런치 덕분에 출간

브런치에 글을 올리며 심신의 안정을 찾고, 건강하게 엄마를 추모하게 된 것만도 감사한 일인데, 출간까지 하게 되었다. 2017년 7월에 독립출판사 부크크와 브런치의 협업 덕분에 '엄마를 잃어버리고'라는 책을 엮을 수 있었다.

실수와 부족한 글 투성이지만 내게는 가장 소중한 첫 출간으로 그 기쁨과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주문이 들어오면 인쇄하는 방식(POD)으로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놀랍게도 잊을만하면 1부씩 팔리고 있다. 2017년에는 지인 찬스의 효과로 200부 정도가 팔렸다. 지금도 엄마가 그리울 때면 '엄마를 잃어버리고'를 펼친다. 그 속에 담긴 나의 슬픔과 추억, 사랑과 끈기, 극복과 희망을 찾으며 위로받는다.


2018년부터는 여행, 반려견, 학교, 교실, 영화 등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폭넓게 쓰기 시작했다. 늘어나는 구독자 수, 작가님들과 소통하는 즐거운 댓글, 다음 대문에 글이 노출되는 신기함 등으로 나날이 글 쓰는 재미가 커져만 갔다. 작품 공유로 지인들에게 안부를 전하며 그들의 피드백을 받는 사이 어느덧 나는 '작가'로 불리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브런치 덕분에 EBS 방송 출연

2020년, 코로나19로 전 세계인이 고통받을 때, 교사인 나는 또 다른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교실 안 수업이 가장 익숙했던 고경력 교사로서 낯선 온라인 수업은 어느 것 하나 수월한 게 없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에듀테크를 익히며 고군분투 중인 나날이 지속되었다. 그간 브런치 활동으로 글쓰기는 일상이 되었으니, 당연히 온라인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과 성과와 보람을 담아 글을 써 브런치에 발행하였다.

이 글을 본 EBS 작가님의 방송 출연 제안으로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라는 동요 가사처럼 방송에 출연하게 된 것이다. 원고 수정, 리허설, 프롬프터 확인, 녹화 후 방송일까지의 기다림, 긴장과 뿌듯함 등을 동반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브런치 글쓰기 활동이 없었다면 방송에 출연하여 교사로서 내 의견과 경험을 말하는 기회를 평생 어디서 얻을 수 있었겠는가!

브런치 덕분에 원고 청탁 제안

브런치에 발행한 글은 발행 버튼을 타고 여기저기 공유된다. 덕분에 다양한 분야에서 원고 청탁을 받았다. 2020년 9월 잡지 '나이이즘 03호'에 '딸들과 함께한 시크릿 파티'가, 2024년 3월 '월간 에세이'에 '우리 모두 가야 할 길'이 실렸다. 갱년기를 맞아 어려움과 극복의 과정을, 노쇠한 시부모님을 보고 아픔과 인생의 무상함을 그저 글로 표현했을 뿐인데 이것이 편집장의 제안으로 이어진 것이다. 브런치 글쓰기는 행운의 보물창고가 되기에 충분했다.

브런치 플랫폼의 편리성

브런치와 함께 한 지난 10년을 돌아보니 정말 감회가 새롭다. 그동안 얻은 수많은 이점 중 최고는 나의 글쓰기 능력 향상이라고 단언한다. 이렇게 10여 년 동안 꾸준히 글을 써 왔다는 사실만으로 그 근거는 충분할 것이다. 다른 누구와 비교 후 얻은 결론은 당연 아니지만, 나의 글짓기 수준이 비약했으리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브런치 플랫폼이 글짓기 최적의 환경이라는 사실도 새삼 알게 되었다. 다른 곳에서 글을 발행해 보니, 모바일이나 PC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다는 점, 사진을 업로드하는 작업이 매우 수월하다는 점, 교정이나 퇴고 과정이 간편하다는 점 등이 눈에 띄게 편리하다.

브런치와 나의 인생

글을 쓰는 동안 고민 없는 작가가 어디 있겠는가! 나의 글쓰기가 절대 특기가 아닌 취미라고 내세우는 이면에는 나의 열등감이 꽈리를 틀고 있기 때문임을 안다. 매년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당선된 작가들의 필력을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엄청난 구독자 수를 거느리는 작가의 비결을 얼마나 궁금해하는지 나는 알고 있다. 브런치에서 시작해 유명 작가가 된 이를 축복하면서도 그러지 못한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나, 그럴 때는 왜 글을 쓰는지 초심을 돌아본다. 세상을 향해 전하고 싶은 말!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기 위한 글짓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이며, 대단한 일인지를 아는 까닭에 오늘도 조용히 자판을 두드린다.


오래전 엄마 잃은 슬픔을 위로해 주고, 나의 결핍을 채워주더니 이제는 삶의 기쁨이 된 브런치! 매일 새로운 기억의 저장고가 되어 나의 삶과 의미를 차곡차곡 쌓아 주는 인생의 든든한 울타리가 된 것이다.

브런치가 새로운 변화의 바람으로 요즘 나날이 새로워지고 있다. 작가의 요구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니 이 또한 반갑다. 격변하는 세상 속 따라가기 버거운 나이지만 멈추지 않고 나아가리라.

어느덧 50 대 후반, 정년 후의 삶을 마련하는 나에게 브런치 활동은 이미 내 인생의 화양연화를 선물했다. 글쓰기 활동이 계속 이어지기에 정년 후의 삶도 풍성하리라 믿는다.

최근에 관람한 뮤지컬 속 한 장면을 떠올리며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무수한 내 인생의 어려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은 찬란히 빛날 것이다. 언제나 글짓기가 있을 테니, 내 인생의 꿈은 계속 피어나리라. Viva la Vida(비바 라 비다-인생이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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