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출간 3개월 동안
첫 시집 출간
무슨 용기로 시를 쓴 지 1년도 되지 않은 주제에 시집을 냈는지, 게다가 내 온 모습을 드러내야만 하는 내용을 담아 버렸는지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릴 때가 많고 쑥스러움은 이미 극에 달했지만 그래도 난 시집을 내었다.
브런치를 만나 글을 쓰게 되었고, 부크크를 만나 출간을 하게 되었다.
글짓기에 짬을 낼 수 없다는 것은 아직은 살만하다는 뜻일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도저히 어쩔 수 없어 풀어내야만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을 때 시작한 것이 글짓기였기 때문이다.
생큐, '브런치'
시를 읽지 않는 시대에, '시' 팔이 하는 시대에 (개인적으로 난 이 시인을 좋아한다) 50대 어느 여자가 쓴 나름의 한풀이 글을 누가 읽어줄까? 그렇지만 일단 나부터 챙기기로 용기를 내었다. 다른 이의 마음을 울리는 노래가 되는 것은 나중 목표로 삼고 일단 나만의, 나를 위한 글을 지어나가기로 했다. 부족한 솜씨지만 시를 지으면서 나의 어린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고, 지난했던 간병의 아픔을 풀어낼 수 있었고,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게 되었다.
‘브런치’가 엄청 고마웠다.
‘브런치’에 푹 빠진 것이다.
생큐, '부크크'
퇴고는 서두르지 말고 끝까지 꼼꼼하게 수시로 할 것
서점에 가서 요즘 출판되는 시집들을 참고로 둘러볼 것
구입자가 결국 지인에게 국한된다면 ‘부크크’에서만 유통시킬 것
책 표지는 이왕이면 전문적 작가의 손길이 들어간 작가 서비스를 이용할 것
나를 모르는 누군가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글짓기 연습을 갈고닦아야 하리라.
작가가 되고자
아직 창작의 고통을 뼈저리게 느껴보지 못했다. 그것이 바로 나의 장점이면서 결정적 한계일 것이다.
비록 ‘위크리 매거진’에 도전할 자격조차 안 되는 비인기 작가에 속해 있다 하나 기죽지 않고 계속 글을 쓸 열정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글 짓는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리라.
아직도 브런치는
아직은 글쓰기로 밥벌이 걱정할 필요 없는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고,
다른 이의 눈부신 발전을 질투 없이 응원할 수 있는 나이도 가지고 있고,
출산, 육아, 가사로 온 정신을 쏟아부은 영광의 바쁜 시절을 이미 보내고 있고,
나날이 쓰다 보면 언젠가는 실력이 늘겠지 라는 대기만성의 믿음도 가지고 있기에
오늘도 나는 글을 쓰고, ‘브런치’를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