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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10주년 '작가의 꿈' 팝업 전시

글을 짓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다시 꿈을 담는다.

by 도시락 한방현숙
경복궁 영추문 담장으로 이어진 길, 맞은편에 자리잡은 전시장 유스퀘이크

10/16(목), 유스퀘이크(서울 종로구 효자로 26)에서 10/19(일)까지 열리는 브런치 10주년 기념, '작가의 꿈' 팝업 전시회에 다녀왔다. 브런치는 2015년 6월, 카카오가 만든 글쓰기 플랫폼이다. 올해 9월 기준 등록된 브런치 작가는 9만 5,000명인데 나도 그중 1인이 되어 2016년부터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10년 동안 플랫폼 브런치는 눈부신 성장을 이어왔다. 브런치 작가들의 왕성한 활동으로 게시글이 800만 개를 넘었고 출판으로 이어진 브런치 원작 도서는 1만 권 이상이다. 특히 베스트셀러 상위 10위 권에 자리한, 누구나 알만한 제목의 작품(90년대 생이 온다, 안녕하세요 휴남동서점입니다. 등)이 계속 이어지니 정말 자랑스럽다.

1만 권 이상이 출판으로 이어진 브런치 원작 도서, 자랑스럽다.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될 수 없다.' 브런치 작가 승인 제도를 이르는 말이다. 일정 기준을 통과해야만 브런치 작가로서 활동할 수 있는데 선정된 작가들이 최고, 최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카카오는 다양한 지원 방법을 모색해 왔다. 매년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열어 작가들에게 출간 기회를 주었고, 양질의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할 수 있도록 창작자 후원 '응원하기'와 유료 콘텐츠 구독 서비스 '브런치 작가 멤버십'을 출시하여 창작자와 독자 간 활발한 교류 및 창작자의 안정적인 환경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브런치 플랫폼은 글짓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모바일이나 PC를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다는 점, 사진을 업로드하는 작업이 매우 수월하다는 점, 교정이나 퇴고 과정이 간편하다는 점 등이 편리하다. 또한 각종 광고로 도배되어 글을 읽기가 힘든 세상에서 브런치는 광고 없는 지면을 꾸준히 지켜오고 있는 것도 칭찬할 만하다.


퍼블리싱(출판) 플랫폼 ‘브런치’가 서비스 10주년을 맞아 지난 10년간의 기록을 공개하고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전시의 주제는 ‘작가의 꿈’으로, ‘함께 꿈꾸면 현실이 된다’는 부제로 이어진다.

이 자리를 빛내기 위해 지난 8월 28일부터 9월 10일까지 '작가의 꿈'을 찾습니다,라는 공모를 통해 '브런치 활동으로 자기 삶과 일을 확장하며 마침내 꿈을 현실로 만든 창작자들의 이야기' 100편을 선정하였다. 놀랍게도 이 공모에서 나의 글이 뽑힌 것이다. 전시회장에서 얼핏 들으니 공모에 참여한 글이 5,700여 개가 넘었다고 한다. 선정되었다는 VIP 초대장을 받고 얼마나 기쁘고 뿌듯했는지 모른다.


한 달 전부터 설렘과 두근거림으로 몹시 바라던 그날이 온 것이다. 날은 청명하여 하늘은 높고, 경복궁 영추문 담장으로 이어진 길은 맞은편 전시장 유스퀘이크의 세련미와 어울려 조화롭게 아름다웠다. 카카오톡 사전 예약을 통해 입장이 가능한데, 작품이 전시되는 행운을 얻은 VIP초대 작가는 지인과 함께 언제나 입장과 재입장이 가능하다.

마음이 가는 책을 골라 차분하게 앉아 마음에 담아 본다.
브런치를 대표하는 여섯 작가의 꿈, 고수리, 이석재 작가의 특별 구역이다.

반갑게 맞이해 주는 브런치 팀의 안내를 받아 기분 좋게 입장을 했다. 에필로그, Zone1~3, 프롤로그까지 글 쓰는 이들의 꿈과 희망이 담겨 있었다. 1층 내면의 방에서 작가로서의 고민과 응원의 문장을 발견하고, 2층 꿈의 정원에서 역대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을 감상하고, 브런치를 대표하는 여섯 작가의 꿈을 만난 후, 드디어 글로 피어난 100개의 씨앗 zone에서 나의 글을 마주했다. 100편의 글이 옹기종기 소복하게 모여 진심을 다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모든 글에서 꿈을 향한 열정과 성실과 진실을 찾을 수 있었다. 눈에 익은 다른 작가님의 필명이 정말 반갑고 친근했다.

브런치의 10주년을 축하하는 촛불 케이크, 나도 촛불 하나 밝혀 놓았다.

나의 필명 '도시락 한방현숙'과 나의 글 제목 '브런치와 함께 한 10년은 나의 화양연화'가 자랑스러웠다. 오늘의 기쁨이 큰 씨앗이 되어 나의 꿈과 희망을 향해 달릴 것을 알기 때문이다. 3층 '작가의 꿈을 여는 10가지 질문'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여행, 미래, 사랑, 일, 가족 그리고 책, 아름다움, 고민, 처음, 도전! 작가의 꿈을 여는 작은 불씨로 선정된 단어들 중 나는 '가족'을 골라 펜을 들었다. 쪽지에 '뭉클'이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했다. 마음이 말랑거리며 생각에 빠져들었다. 나의 창작의 작은 불씨는 역시 '가족'이었던 것이다.

'작가의 꿈을 여는 10가지 질문' - 여행, 미래, 사랑, 일, 가족, 책, 아름다움, 고민, 처음, 도전.
글로 피어난 100개의 씨앗, 작가의 꿈
공모전에 뽑힌 내 글 앞에서 찰칵! '브런치 작가의 책상'에 앉아 기념사진 찰칵!

2014년 엄마가 돌아가신 후 슬픔과 후회로 힘든 애도의 시간을 보낼 때 브런치를 만나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의 평안을 위한, 나만의 소박한 글짓기의 시작이 이토록 많은 변화를 가져다줄 줄은 몰랐다. 엄마를 잃은 아픔을 위로해 준 것은 물론이고 때마다 나의 결핍을 채워 나를 성장하게 하더니 출간, 방송 출연, 에세이 기고 등으로 나를 이끌어 주었다. 글짓기는 이제 내 삶의 중심이 되었다.


2025년 브런치북 수상 작품, '고딩엄마 파란만장 인생 분투기'를 쓴 작가의 수상 소감 인터뷰 글에서 '글을 쓸 때의 뇌파가 명상할 때와 거의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0여 년이 흐른 지금, 나의 정신적 안정과 행복의 지수를 생각하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문장이다.


글을 쓰며 만드는 사색의 시간이 저절로 성찰로 이어지고, 가물거리는 기억의 저장고를 보다 튼튼하게 정비할 수 있어서 제대로 현재를 살고 있다. 늘어나는 구독자 수와 작가님들과 소통하는 즐거운 댓글, 포털사이트 대문에 글이 노출되는 신기함 등으로 나날이 글 짓는 재미에 빠져드니 일상의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다.


작품을 공유하며 지인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그들의 피드백을 받는 사이 어느덧 나는 '작가'로 불렸고, 이에 용기를 내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에도 도전하여 기사를 쓰게 되자 '기자'로도 불리는 영광까지 얻게 되었다. 글짓기는 이제는 내 삶에 빠질 수 없는 삶의 활력소요, 행복이요, 기쁨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오성진 카카오 브런치 리더는 '창작 활동을 통해 꿈을 실현하고, 자신의 삶을 확장시킨 작가를 조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각 언론에 전시회 취지를 밝혔다. 그 취지에 맞게 글짓기의 큰 혜택을 입은 이를 찾는다면 나라고 손을 번쩍 들 수 있다. 글짓기는 나에게 온 축복이다.


전시회를 둘러보고 다시 1층, '브런치 작가의 책상'에 앉아 기념사진을 찍으며 2시간 가까운 일정을 마무리했다. 전시회장 근처 꽃밭에서 본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와 백일홍이 이제 내 가슴속에도 활짝 피어오른다. 글을 짓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같은 꿈을 꾸는 이들과 연대하며, 나를 넘어 세상을 아름답게 하리라는 원대한 꿈을 담는다.

발걸음은 가볍고 마음은 충만하고 가을 하늘은 높고 푸르다. 꿈을 꾸는 이들이 가지는 희망일 것이다. 60을 바라보는 나이, 감사하고 기쁜 일이다.


10/19(일) 가족들이 전시회장을 방문하여 축하의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아주 거대하게, 요란하게!

그냥 마음껏 기쁨을 누리기로 했다.ㅎㅎㅎ


이 글은 방금 10/20일자 오마이뉴스 기사로 채택되었습니다.

https://omn.kr/2fpc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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