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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Sep 04. 2016

안다는 것 (知音)

휴일 오후 - 친구를 만나고 오며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운

백아와 종자기의 지음(知音)이

얼핏 떠오른 것은

친구를 만나고 귀가하던

지하철 안에서였다.

     

사람이 직접 운행하지 않는다는

개통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두 칸짜리 지하철 안에는 새 것의 냄새가 가득했다.

     

마치 기관사처럼

이미 펼쳐진 선로의 모습을 보면서 가는 길은

낯설고도 두려운 생각마저 들게 했다.

     

아직 다 이르지 않은

저 철길 종착역까지

거문고 소리 끊기지 않고

종자기 같은 친구와 노래 부르며 가고 싶다.

     

백아에게 종자기가 그러했듯이

나의 거문고 소리를 기꺼이 알아주고

나의 검은 눈물 더럽다 아니하고

나의 상처 나무라기 전에 우선 핥아주는

친구와 저 선로 끝자락까지 간다면

낯섦도 두려움도 물리칠 수 있으리라.

     

안다는 것(知音)은

강산이 바뀌고 나서야 감히 말할 수 있는 것

안다는 것(知音)은

서로를 편하게 한다는 것

안다는 것(知音)은

서로를 믿는다는 것

     

긴 시간 속에

쓰고 달고 매운 맛을 함께 해야 감히 믿는다 할 수 있는 것

     

이런 노래로

나에게 종자기가 되어 달라

옭아매지는 절대 않으며

백아의 아름다운 악기 소리 끝까지 울리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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