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 서둘러 퇴근 하는 길
해질 녘 부산한 발걸음
양손 가득 저녁 찬거리
땅바닥에 내 발 멈춘다.
붉다하기엔
참 많이 부족한 표현력으로
그려낸 서편가 하늘
눈동자에 담아
마음에 담아내다
결국 카메라에 담는다
두고두고 볼 요량이다.
어스름한 이쪽과 밝아오는 저 세상
내 안의 이쪽과 이르지 못한 모르는 저 세상
오늘 같은 날
바닥에 발 붙여도 하루 종일 어지러운데
둥둥 떠있으나 흔들리지 않을 듯한 저 세상
몰랑몰랑 부드러운 구름만 먹어도 배부를 듯한 저 세상
피식 웃음 한 번 지어내고
오늘의 일용할 양식을 다시 챙겨든다.
고단하고 어스름한 오늘 같은 날이 또 오면
밑바닥에 단단히 쟁여둔 서편 그림 하나
눈동자에 띄울 생각에
든든해진 발걸음 다시 재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