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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Sep 16. 2016

밥짓기

저녁 - 온  가족이 둘러 앉은 식사 시간

쌀알을 물에 풀어 곱게 씻어 냅니다.

뽀얀 젖살같은 쌀뜨물이 우러 나네요.


한 톨의  쌀알이라도 잃을까

걱정하는 손길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조심합니다.


사람 입에 들어갈 밥 짓는 일인데

섣불리 할 수가 있을까요!


그러니

밥물 맞추는 일은 더 없이  진지합니다.


쫀득한 밥을 좋아하는 사람

까슬한 밥을 좋아하는 사람

늘어진 밥을 좋아하는 사람


쌀을 안치는 일은 사랑을 짓는 일과 같아서

밥물을 맞추는 일은 그 사람을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천 만번 밥을 지어도

수 만번 설레는 것이 그 증거이지요.


모락 피어오르는 한김 속에서

윤기나는 밥을 뒤섞는 일처럼 고소하면서 몽롱한 것은 없을테지요.

 

마음이 헛헛한 이에게 이보다 따뜻한 게 있을까요?

갓 지은 밥을 한 술 준다는 것은

평생토록 살아갈 향기와 기운을 주는 것과 같습니다.


오늘도

정성껏 쌀을 씻어 밥을 짓는 이유입니다.

불기 없는 부엌이 짠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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