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 길거리 보도 불럭 위 채소 파는 할머니
길에서 얼핏이라도
만나게 되는 80년대 눈빛은
한참 동안 서늘하다.
나에게
80년대는 가난과 초라함과 절망의 시간들이다.
남루한 긴 치마에 흰 머리 수건 두른
휑한 눈의 어머니, 거기 있다.
꿈을 잃은, 아니 꿈을 좇는 거치른 살결 위
초라한 눈빛의 청년, 거기 있다.
구부정한 허리에, 삶의 무게 견뎌내지 못 한
가난한 아버지, 거기 있다.
어서 자라 그들을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겨우 중학생이던 나는 80년대와 함께 자라 청춘이 되었다.
이제 좀 산다는 나라들 틈에 낀다는 요즘도
거리에 그 서늘한 눈빛들과 종종 마주할 때가 있다.
보도 불록 위, 쪽파 이천 원어치에 얹어 있는 커피색 손등에
하얀 그림자 만들어 포개고 싶다.
다가오는 저 청년의 가난한 어깨 부풀려 궁색한 눈빛 지우고 싶다.
80년대 내 가족들이 그 눈빛 그대로
아직 거기 머물러 있다.
나는 벌써 자랐고
이미 중년의 나이까지 이르렀는데도
어처구니없이
아직까지 쓰다듬어 주기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