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 저녁

하루의 일과를 접고 퇴근하며

by 도시락 한방현숙

어둠이 내린다

무대의 막이 내리 듯

조명을 감싸 안아 버린다.


살포시

나뭇가지 끝에,

저 지붕 모서리 끝자락에


어스름 어둠이

점점

두껍고 진하게

내려 앉는다.


그리고는

촘촘히 빠르게 스며든다.


나무와 나무 사이

지붕과 지붕 사이

이파리 사이사이로.


분간할 수 없는 어둠이

온 세상을 덮으면

오늘의 연기를 접어 거둔다.


분장을 지우고

거울 앞에서 얼굴을 마주한다.


언제나 돌아 보면 아쉽고

아차 싶은 하루의 연기를 되새기면서도


쉽게 절망하지 않음은

다시 걷힐 어둠의 믿음 때문이리라.


어스름 어둠은

나를 온전히 감싸

밤새

새 사람

새 날을

만드느라


오늘도

두껍고 진하게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