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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태일 Dec 27. 2021

나는 독립꾼입니다.

대한 독립 만세!

안녕하세요 :)

신입 독립 노동자입니다.


퇴사 날, 팀원들의 서프라이즈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할지 고민이 길었다. 아주 진심으로 진지하기 때문이다.

나는 요즘 '흔한 퇴사자'라고 불리는 정체성이 약간은 모호한 인간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매우 진지한 표정과 경건한 마음으로 책상에 앉아 있다. 아마 최근 퇴사자 중에 가장 따끈따끈한 '신입 퇴사자'이지 않을까 싶다.


정확히 11월 24일(목요일) 날씨는 그저그런 날에 나는 퇴사를 했고, 11월 25일(금요일) 건강보험 실효가 확정되었다. 이제 퇴사 일주일이 지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벌써 일주일이 지났네?라는 조급함이 드는 감정이 오락가락한다. 그래서 그 순간들의 감정 그리고 나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 '기록하고, 나를 기획하고, 앞으로를 계획하기 위한 다짐'을 남겨보고자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었다. 오롯이 나를 위한 일.




10년 만에 얻은

3주의 유급 휴가 중


디지털 마케팅 컴퍼니 '도브투래빗'이라는 곳에서 약 10년을 근무했다. 10년 동안 공식 연차로 계산하면 130일 정도 쉬었을까 싶은데, 매해 연차도 다 소진 못했을 만큼 일에 푹 빠져 살았던 것 같다. 후회는 없지만, 잘 쉴 줄도 모르고 폭주 기관차처럼 달려온 나에게는 '휴식'이란 달콤한 사치가 어울리지 않았던 거 같다. 그러다 탈이 난 걸까, 나는 11월 5일(금)까지 출근을 하기로 한 것이다. 바로 '퇴사'였다. 10년이란 긴 근무의 보상으로 나는 3주의 의미있는 휴가를 얻게 되었다.


10년 동안 열심히 일한 나에게 주어진 3주의 휴가는 엄청난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집알일로 지방을 다녀오고, 매일 밥상을 차리고, 설거지 하고, 청소하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마침 국내 출시된 '디즈니 플러스'를 다운받고, '완다비전'을 정주행하기도 했다. 한주가 그냥 지났다는 생각을 하니 '휴가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아무 것도 안하고 싶다.
더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하고 싶다.
-삼성카드 광고 중-


사실, 그동안 루틴의 일상을 오랜시간 보냈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컸다. 하루 종일 침대 위에서 뒹굴고 싶었고, 서재에서 커피 한 잔하며 영화도 보고, 필름 끊길 정도로 술을 마시고 취해보고 싶기도 했다. 쉽지 않았다. ENTJ(대담한 통솔자)유형으로서, 쉬는 것도 계획을 세우지 않으니 그냥마냥 시간에 가속도만 붙어 또 한 주가 지나버렸다. 

@https://www.16personalities.com-entj




14,000,605개 중 

We're in the endgame now


<어벤저스:인피니티 워>에서 닥터 스트레인지는 말했다. 수 많은 미래 중 마지막 단계에 진입했다고 말이다. 내가 닥터 스트레인지였다면 호기심 충만한 나는 수 많은 미래를 보고 왔을 것이다. 물론 결코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기에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있는 계기가 조금 필요했던 거 같다. 그렇게 남은 휴가는 최종 단계에 돌입했다. 주변 사람들은 많이 쉬라고 했고, 여행도 다니며 머리를 식히라고 했지만 코로나19(위드 코로나) 상황도 있었고, 계획없이 쉰다는 것은 나에게 감정의 요동침을 선사했을 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흔한 퇴자사들의 흔한 일'처럼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글쓰기' [브런치]를 떠올리게 되었다. 수 많은 퇴사자들의 이야기, 독립 노동자들이 삶, 일과 업의 단상들을 읽기 시작했다. 많이 공감했고, 정말 세상은 넓고, 사람들의 생각과 각자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나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었던 거 같다. 동참해보기로 했고, 3일 동안 7개의 에세이를 작성해서 지금은 브런치 작가로 승인이 되어 글을 쓰고 있다. 


휴가 중 마지막 일주일, 그리고 공식 퇴사 이후 첫 일주일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나를 기획하고, 앞으로를 계획하기 시작했다.





이직할래, 창업할래?

나는 '노동'을 하고 싶다.



퇴사 전부터 머릿속에 맴도는 두가지의 키워드가 있다. '이직'과 '창업'이다. 결국, 뭐 먹고 살아야 할지 생존의 문제였다. 최근까지 나의 직급과 직책은 '부장'이었고 '본부장'이었다. 한 회사의 마케팅 팀을 이끌어 가야했고, 인사/채용을 담당하기도 했다. 수 많은 기획자, 마케터들의 이력서를 검토하고, 자기소개서와 경력 기술서를 읽었다. 이직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결국, '더 나아짐을 위한 이동'이었다. 그만큼 열정적인 실무자들의 스킬과 각오도 남달라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떠한가? 나의 이력을 검토해 보기로 했다.




Since 2012 그리고 10년

강산이 아니라, 세상이 변했다.


10년만에 이력서를 써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쉬운일이 아니었다. 채용을 위해 홍보도 해보고, 수 많은 경력자들의 이력서와 면접을 보던 나였지만 10년이상의 이력을 정리하는 것이 단순하지 않았다. 일단 시간 순으로 작성해보기로 했다. 에이전시에서 일을 하다보니 대부분 크고 작은 브랜드의 광고, 마케팅, 캠페인, 미디어 관련 업무로 구분되었다. 자신감은 다소 답답함으로 바뀌었다. 루틴스러운 이력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이번엔 '업무'가 아니라 '경험'에 초점을 맞춰 정리를 해보기로 했다.


10년을 한 조직에서 머물다 보면, 중심축이 되는 직무는 비슷하다. 하지만, 적극적인 성향과 모든 경험은 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변화'라는 파도를 잘 타는 사람이었다. 수 많은 마케팅 제안과 경쟁PT를 통해 크고 작은 브랜드 캠페인을 기획하고, 운영해왔다. 10년이면 충분히 산업을 이해할 수 있었고, 브랜드 보다 '프로젝트를 통한 경험과 성장'이 스스로에게 값진 포트폴리오가 된다고 생각했다.


디지털이라는 큰 파도는 거침없었고, 회사의 성장과 함께 조직의 규모도 커졌다. 새로운 팀을 만들어 팀 빌딩을 하기도 했고, 신규 비즈니스인 미디어 개발, 뷰티관련 제품 론칭, 조직문화를 위한 신규 입사자 웰컴 프로젝트, 실무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미디어 커뮤니티/강의 운영 등 마케팅 직무부터 신규 비즈니스, HRD 등 다양한 시대 변화에 따라 시도하고, 경험했다. 공로상은 덤으로!

좋은 기업문화 만들기-공로상 100만원 :)


'성장'과 '변화'를 테마로 다양하게 경험했던 이력서가 완성이 되었다. [경력 기술서]였다. 커리어 여정 플랫폼 '원티드'를 통해 이력서를 업로드했고, AI추천을 통해 이직할만한 회사들이 추려졌다. 브랜드 마케팅이 필요한 스타트업부터, 팀빌딩, 마케팅, 미디어 운영이 필요한 여러 기업들이다. 하지만 왜일까? 조금의 휴식이 더 필요했을까? 비슷한 에이전시로는 옮기고 싶지 않았고, 스타트업에서 또 다시 팀빌딩을 하며 인정을 받기 위해 경쟁하고, 노력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무엇보다 설렘이 전혀 없다는 건 내가 원하는게 아니었다.




가슴이 뛰는 일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



개인적으로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편이 아니다. 오래하는 사람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광끼'라는 광고 동아리를 모티브로 한 드라마를 보고 미래의 직업을 선택했다. 광고동아리, 마케팅 동호회, 광고 커뮤니티, 마케팅 클럽 그리고 현재의 에이전시까지 거의 20년을 마케팅과 크리에이티브 업무를 해왔다. 그래서일까? '한결같다'라는 소리를 꽤나 듣는 편이다.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는 성향 때문인지 대부분 소속한 곳에서 팔로우보다 '리더'의 역할이 많았다. 욕심이 많았고, 주도적으로 일하는 것에 큰 만족을 하는 편이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내가 만든 판에서 즐길 수록 성취와 만족이 오래가지 않았을까 싶다.



가슴뛰는 일을 하지 말고,
잘하는 일을 해라


@체인지그라운드 <대화의 희열> 캡쳐

소설가 김영하 작가는 말했다. 성취와 만족을 위해 꾸준히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하더라. 가슴은 뛰다가 멈출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의는 반반. 오랜기간 관심있고, 발전하는 산업에서의 트렌디한 마케팅이란 업은 꽤 괜찮았다. 가슴이 뛰는 일이었다. '잘하는 일'의 기준은 모르겠지만 '브랜드' 그리고 '사람'이라는 단어는 내게는 여전히 신선하다. 다만, 10년이 넘게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은 매우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다. 심적으로는 지쳤지만, 여전히 가슴뛰는 '브랜드' 그리고 '사람'은 그대로였다. 그리고 가장 오래 일했고, 성장의 발판을 만들어준 소중한 시간들의 총합이다.


가슴이 뛴다는 건 '내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잘하는 일은 '그동안 내가 노동자로서의 성취와 만족을 높였던 시간'이었다. 


"나답게 내가 만든 판에서,
그동안 해왔던 과거의 일들로 기회(일)을 만들어 보자!"


이렇게 글을 남겨보기만 해도 가슴이 뛴다.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나의 가능성에 투자를 해보면 좋지 않을까? 이직과 창업, 나 스스로에게 속해진 삶을 살고 싶었던거 아닐까 싶다.





프리워커, 독립 노동자?

나는 독립꾼입니다.

    

최근 '14년의 이력을 기록'했다. 커리어 플랫폼 [원티드]를 통해 유니콘 기업 두 곳에 지원을 했고, 한 곳은 서류가 통과되지 못했다. 그리고 한 곳은 서류 통과. 짧은 시간, 섣부른 지원일지 몰라도 실망도 설렘도 없었다. 내가 어떤 판에 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느 퇴사자들과 다르게, 다소 즐겁게 마무리를 했다. 여러 동료, 지인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았다. 의도했고, 놀라워하는 반응들이 오히려 즐거웠다. "잘했어", "더 큰 물에서 움직일 때", "한결 같아서 고마웠다", "Player보다 사업해보는 것도 잘 할 거 같다", "곧 마흔인데, 이직 괜찮겠어?", "타이틀에 너무 목매지 마라", "주도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걸 해봐", "괜찮겠어???"...긍정과 걱정사이.


피드백들은 앞으로의 방향에 힘을 실어주었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일지도..) 이직과 창업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었던 '가슴이 뛰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해보는 것! 가장 불안한 시기에 진짜 흥미로운 2022년을 기대해 보고 싶었다. 


프리워커, 프리랜서, 독립 노동자, 퇴사자, 긱 워커 등 유행처럼 유난 스러워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평범한 직장인과 분명히 비교되는 일꾼들의 모습들이다. 자신의 일과 일상을 실험하는 사람도 있고, 만족스러운 돈을 벌며 노동자로서 빛을 발휘하는 사람도 있다. 무엇보다 '자기다움'을 보여주는 사람들이었다.




독립꾼, 왕태일입니다.


@영화 봉오동 전투 포스터


독립꾼.

[독립] 자기 주도적으로 '노동자로서의 일'을 해 나가는 상태

[꾼] 어떤 일에 재주가 뛰어나거나 매우 즐기는 사람


독립 노동자로서 싱글 모드가 존재하지만,

때로는 독립군처럼 한데 모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Task Force가 가능한 팀 모드가 되는 사람들.


그렇다. 새로운 단어를 떠올려 보고 싶었다. 말 장난이 아니다. 아주 진지하니까.

어지러운 세상, 불안한 시기에, 나는 그렇게 소총을 잡는다.


우리는 왕조시대

왕태일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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