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아랑 아빠랑 ep.01
오랜만에 '브런치'에 로그인을 했다. 마지막 글을 남긴 게 벌써 210일이 지났다.
210일 전에 무슨 일이 있었지? OH,MY,GOD
이 세상에, 대한민국, 나와 아내 사이에 '딸' 단아가 태어났다. 그리고 기쁨에 눈물을 흘리고,
본격 갓난아이와의 일상에 접어들면서 신나서 기록했던 '글'이 중단이 되었다. 그랬구나...
결혼과 출산 나이가 많이 늦어지고 있다고 뉴스에서 떠들어대지만 그래 봤자 30대 중반이다. 난 벌써 마흔이다. 우리 아내는..연상이다. 행복한 신혼 생활을 보냈다. 딱 2년. 짧지만 고민 끝에 '아이를 갖기로 가족계획을 세웠다' 로또였을까. 우리는 계획과 동시에 실행에 옮겼고, 바로 아이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계획대로 10개월(꽉 채우고 +2일) 이 세상에 '딸' 단아가 태어났다. 그렇게 마흔 살의 '아빠'의 일상이 시작된 것이다.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종합해보면 요즘 흔히 말하는 '리추얼'과 비슷했다. 반복이다. 의식처럼 행해진다. 모든 일들이 아이에게 집중되었지만, 나와 아내의 일상은 '반복'이고, '습관'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들이 더해지고, 곱해지면 '성장과 행복'의 배가 되어 돌아온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아이는 100일이 되어도, 200일이 되어도, 여전히 먹고, 싸고, 자고, 논다. 분유를 타야 하고, 설거지를 한다. 먹다 보면 자연스럽게 배변활동을 하고, 하루 최소 10개의 기저귀를 갈아줘야 한다. 씻기고, 닦아주는 실력이 나날이 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눈을 감는다. (잔다는 이야기..) 나의 딸은 보통 낮잠을 2번 정도 자는데 보통 30분에서 80분을 잔다. 그리고 2시간마다, 4시간마다, 6시간마다.... 지금? 거의 9시간에서 길게는 11시간 정도 통잠을 자고 있다. 그렇다. 우리 부부는 거의 매일 '육퇴 후 술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불안한 여유를 즐기고 있다. 얼마나 행복한 순간인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정말 간단한 '일상'이지만, 그렇게 반복된 일상이 쌓이면서 결국 아이가 9개월 차가 되었다. 상위 10% 발달을 보이며, 키도 몸무게도 발도 머리도 잘 자라주었다. 힘들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이고, 다양한 소리를 내며 옹알이를 하며, 기분 좋을 땐 세상 떠나가라 소리를 질러도 모든 것이 '행복'으로 돌아온다.
마흔 살, 아빠의 일상은 아이의 성장이 쌓여, 아빠의 행복으로 완성되고 있다.
내 휴대폰에는 약 이만오천오백이십칠(25,527)장의 사진과 영상이 기록되어 있다. 성격상 찍은 사진 중 대부분은 보정 또는 삭제 등을 통해 정리를 하는 편이다. 이 중 약 40%가 딸의 사진과 영상이다. 아이폰 13 PRO로 휴대폰을 바꿨다. 그리고 더 열심히, 매일, 순간들을 기록하고, 남기고 있다. 그냥 담기 바쁘다. 아이를 낳아보면 알겠지만, 사랑한다면 기록하고 싶을 것이다. 특히, 아이는 순간적으로 '변하고, 성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매일 저녁, 술 마시다가, 아내와 수다 떨다가 딸의 사진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아내는 자주 운다. 기뻐서, 감동이어서, 슬퍼서, 감정이 여전히 롤러코스터다)
'육아'는 [반복]이기도 하지만, [기록]이기도 하다. 부모이기 때문에, 기술이 발달한 탓에, 본능적으로 성장 기록을 남기게 된다. 엄마 따로, 아빠 따로, 그리고 또 같이 외장하드에 기록한다. 이 기록들은 처가로, 본가로, 친구들에게로, 지인들에게로, 인스타그램으로, 페이스북으로, 온갖 커뮤니티와 채널에 기록되어 남겨진다. 그게 바로 '육아'였다.
나의 과거가 이렇게 기록되어 지진 않았지만, 디지털 시대에서는 당연한 '육아의 일상'이 되었다. 나중에 딸이 알게 되면 어떨까 싶지만, 개인적으로 '육아계정'도 운영하고 있다. @단아랑아빠랑
오래된 사진도 아니지만, 1개월 전, 2개월 전, 3개월 전...사진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런데 왜 눈물이 날만큼 울컥하게 되는 걸까? 나의 아내는 아이가 아빠를 볼 때 너무 행복해하며 소리를 지르는 모습만 봐도 눈물을 흘린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나도 가끔 동영상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자주 짓는다. 가끔.. 울컥했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대견스러웠다. 누워만 있던 아이가, 뒤집기를 했고, 하늘만 보고 가로세로 50CM 원 안에만 있던 아이가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배밀이를 하더니 거실을 누비기 시작했고, 이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옹알이를 해대며, 온갖 집안을 네 발기기로 헤집고 다닌다. 부딪히고, 또 일어나고, 물놀이를 좋아하고, 목욕조에 풍덩 빠져서 허우적거리다가도, 금세 웃는다.
'그냥' 잘 크는 줄 알았지만, '엄마, 아빠의 노력'이 있었고, 뭔가 모를 뿌듯함, 대견함, 생명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주는 신비로운 경험이 감동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육아는 [반복과 기록]이다.
반복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때론 단순하지만 고통스러운 과정이며, 인내가 필요하다. 과정에서 눈물과 진흙탕 싸움이 번질 수가 있다. 하지만 모든 게 기록되어진다. 한 아이의 성장 과정이며, 부부 그리고 가족의 역사의 순간이 된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210일이지만, 앞으로 훨씬 많은 날들을 기대해보는 작은 날들의 총합이었다.
브런치에서 210일이 지났다고 '알람'이 떴다. 물론 알람도 조금 늦게 알았지만, 다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어 다행이다. '육퇴'를 했고, 브런치에 나의 '아빠 노릇'을 남겨보게 되다니 감개무량하다.
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왕단아입니다.
그동안 '육아'를 진심으로 했다. 지금도 하고 있다. 하지만, 일과 병행을 하다 보니 본격 육아는 '아내'가 전담을 하고 있다. 나는 최선을 다해 퇴근 후, 주말에 집중을 하고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엄마'는 얼마나 힘들고, 고될까 안쓰럽다. 이제는 두 명의 여자를 위해 나만 잘하면 되는 신세다. 그리고 다시 '반복과 기록'을 통해 가족의 단단한 성장 과정을 밟아가겠지..!
우리는 왕조시대
왕조시대 Jr. 단아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