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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태일 Nov 22. 2022

나는 퇴근을 두 번 한다.

단아랑 아빠랑 ep.02

오늘도 걸어서

출근을 한다.



조금 빠르게 걸을 경우 약 5분이면, 회사에 도착한다. 이마저도 귀찮을 때면 1층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차에 시동을 걸고, 횡단보도 세 개 정도를 지나쳐 회사에 출근을 한다. 거의 매일 반복이다.


회사의 이름은 '왕조시대 컴퍼니(주)' 브랜드, 광고, 마케팅 영역에서 온/오프라인 경계 없이 브랜드의 문제를 해결하고, 의미 있는 경험을 만드는 회사이다. 여기서 '우리는 왕조시대'라는 광고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4월 21일, 법인을 설립했다. 10년간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회사를 만들었다. 그런데 아뿔싸! 아이가 곧 나올 태세다. 전투 준비 태세가 한 창인 2월, 코로나가 20만 명이 넘어가던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했다. 아내는 임신한 상태라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상태였고, 주변엔 코로나 감염자로 득실 거리기 시작했다. 조금 더 잘 버텼고, 계획대로 딸, 단아는 세상에 태어났다.


창업을 했고 작은 서재에서 일을 도모했다. 디지털 노마드의 라이프를 기대했고, 재택근무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었다. 160cm 정도의 가로 크기, 짙은 어두운 색상의 나무 책상을 서재 가운데에 놓고, 이케아 스탠드 조명과 탁상 조명으로 분위기는 잘 갖춰졌다. 이렇게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출근을 한 것이다. 


아이가 엄청 운다. 계속 울고, 또 운다. 기저귀를 갈아야 하고, 분유를 타야 하고, 달래야 하고, 동시에 집안일을 해야 한다.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하고, 또 기저귀를 갈아야 한다. 틈틈이 아내와 수다를 떨고, 이렇게 반복과 기록을 하며 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갔다. 그리고 '퇴근' 개념이 사라지고 말았다. 디지털 노마드의 라이프는 계획대로 되지 못했고, 엄마 아빠가 처음인 우리는 오직 딸의 안위만 바라보고 있었다. 오마이갓..




674office

본격 출근러의 삶


주 3일, 집으로 장모님이 오시기 시작했다. 서울 마포에서 경기 하남 미사 신도시까지 60분 동안 5호선 지하철을 타고 딸, 아내를 도와주기 위해 오셨다. 결국, 아내와 논의 끝에 집 근처에 있는 '조정 경기장' 전망이 좋은 빌트인 오피스텔을 마련학 되었다. 서재에 이은 두 번째 사무실로 다시 출근이 시작되었다.


@단아랑 아빠랑 5월의 봄
@단아랑 아빠랑 가을, 그리고 겨울


아침 9시부터 5시 또는 6시까지 근무를 했다. 4개월 정도는 1시에 출근했는데 하루 5시간 정도만 근무를 하고, 그 외에는 대부분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했다. 사실, 하고 육아가 재미있었고, 힘들어도 모든 순간들이 경이롭기도 했다. 하지만, 나름대로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고민하고, 생각하고, 사람을 만나야 할 시간이 충분히 필요했고, 영업을 위해서도 흔한 직장인들과 다름없는 출/퇴근의 일상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결국 9시 출근(아침형)으로 자체적인 출근 제도를 개선했다. 약 3개월째. 그렇게 집에서 사무실로 출근을 하고, 해가 저물어 갈 때쯤 퇴근한다. 걸어서 5분 뒤 집으로 도착했다. 보통의 날들이 얼마나 감사한 줄 모른다. 누구보다 아이를 빨리 만날 수 있고, 어두워지기 전에 아이와 산책도 하고, 출/퇴근하며 소모되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점이 가장 좋은 점이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출근'을 한다. 물론 업무는 아니지만, 본격 저녁 육아의 시작이다. 씻지도 못하고 아침부터 종일 딸 단아와 함께한 아내를 위로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두 여자는 내게 웃음으로 인사를 건넨다. 이제 9개월 차에 돌입한 딸은 네 발기기를 시전 하며, 엄청난 샤우팅으로 아빠를 마중했다. 행복한 출근이 이런 것인가?


집에 오자마자 우리는 보통 산책을 한다. 특별한 날이 아니면 거의 매일 셋이 산책을 나갔다. 단아가 왠지 우리과(외향적 성향을 가진, 아내는 enfp 나는 ent(f)j다)일 것 같아서 되도록 주변의 사물과 사람을 많이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나 네발로 돌아다니는지 바깥세상이라도 많이 보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다시 집에 오면 저녁을 먹고, 딸의 목욕을 한다. 목욕은 아빠가 담당이기 때문에 약 30분에 걸쳐 매일 목욕을 시켜준다. 그리고 청소하고, 저녁 육아의 메인인 '놀이'를 한다. 단순한 패턴이다. 그리고 9시가 넘어서면서 '아이가 눈을 비비는 순간' 불을 끄고, 본격 재우기에 돌입! 여기서 또 30분이 걸리기 때문에 '패밀리 타임'을 하면서 아이가 잘 때까지 불을 끈 채, 어두운 방 안에서 대화하고, 속삭이며, 업고, 내려놓고를 반복..결국 아이가 자는 순간을 맞이한다.



엄마 아빠도 육아, 퇴근이 필요해




두 번째 퇴근,

우리는 육퇴를 한다.


두 번의 출근, 회사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것보다 더 꿀 맛 같은 순간이 있다. 바로 '육퇴'이다. 하루 종일 육아 퇴근을 기다리는 아내, 저녁 육아 후 진짜 퇴근을 기다리는 남편. 아마 모든 육아를 하는 부부가 손꼽아 기다리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다들 뭐하며 지낼까?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것이고, 부부의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겠다. 다만, 우리는 '나는 솔로'를 시청하며, 맥주 한 잔, 나쵸 잔뜩 먹는 낙(樂)으로 지내는 것 같다. 육퇴 후 '술'이 그렇게 좋지 않다고 한다지만, 술 없이 어떻게 내일 육아를 시작할 수 있을까 싶다. 아이가 잘 때 같이 자야 한다지만, 40 평생 10시에 자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바이오 리듬을 맞출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최근 며칠 동안은 수준을 높여, 위스키와 토닉 워터로 레몬맛과 향으로 채워진 하이볼을 만들어 마시고 있다.

단아가 최근 1개월 전부터 '통잠'을 잤기 때문에 모든 게 가능해졌다. 보통 자면, 중간에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9시간, 길면 10시간을 자기 때문에 우리는 육퇴 후 소소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이 세상 모든 육아하는 엄마 그리고 아빠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다. 모두의 '육퇴'를 응원해!라고 말이다.

@단아랑 아빠랑 육퇴 후 한 잔


물론 퇴근 없이 야근하고, 철야하는 날은 굉장히 힘든 하루를 보내게 된다. '출근' 개념도 사라져 버릴 수 있기 때문에 48시간 육아를 하게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연출된다. 정말 조심해야 한다. 누가 그랬던가, 차라리 밖에 나가서 돈을 벌라면 벌고, 42킬로 마라톤 풀코스를 뛰라면 뛰겠다고 말이다. 얼마나 웃픈 말인지 참...


지금 시간이 늦은 밤 11시 13분이다. 조금 늦은 육퇴 후 위스키 한 잔에 '육퇴 후 글 한 잔'을 남기고 있다. 아내는 딸과 함께 육퇴 후 이른 취침을 했다. 오늘은 조금 쓸쓸한 퇴근길이지만, 일찍 자려고 하는 아내가 안쓰럽고 고맙기도 한다. 딸이 오늘도 푹, 숙면을 취해주길 바라는 마음.



오늘도 반복과 기록

그리고 두 번의 출근과 두 번의 퇴근을 했다.


우리는 왕조시대

왕조시대 Jr. 단아를 사랑합니다.


+


ep.01 그동안 육아 좀 해봤다.

https://brunch.co.kr/@theking/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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