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독립꾼입니다. ep.15
새해가 시작되고 설 명절을 앞두고 있다. 회사를 다닐 땐 회사와 파트너사에서 보내주는 명절 선물 덕분에 퇴근길이 즐거웠다. 물론 내가 즐겁다기보다 살림에 보탤 수 있는 선물이 많았기 때문에 가족이 반가워했던 것 같다. 창업 후에는 10년이 넘는 호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오랜 기간 거래했던 파트너들도 대부분 사라졌다. 아니 멀어진 것 같다. 의도된 이유도 있지만 분명 거리감이 생긴 거다. 기대했던 건 아니지만 마음이 씁쓸하고 허전한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기대했던 건 아니니까 여기까지.
아무튼 설 명절은 창업가인 내게도 반가운 명절임은 틀림없다. 사실 명절이라는 '명분'이 생긴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새해와 명절이 되면 '인사'를 나누는 일에 큰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개인적으로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겠지만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홍보'의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홍보'는 말 그대로 '인사'를 건네는 거다. 그동안 기업 성장에 보답하는 감사의 인사, 안부의 인사, 서비스나 새로운 제안을 위한 안내 등이 모두 포함될 수 있다. 작년이었다. 정확히 설 명절을 명분으로 기존 거래했던 광고주와 지인들에게 카톡으로 일일이 인사를 드렸다. 읽고 회신을 주는 경우도 많지만 단체 문자로 생각해서 대답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 뭐든 상관없다. 일단 뿌린 거니까. 인사는 건네는 사람 마음이 먼저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사업차 인사를 해서 그런 걸까? 또는 먼저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도 비슷한 맥락의 메시지를 보낸다. 사업, 번창, 성공기원, 돈 많이 벌어라.. 와 같은 인사를 받았다. 작년과 내용이 크게 변화가 없었는데 받아들이는 나의 마음은 영 개운치가 못했다. 작년엔 설렘과 동시에 기대감이 많았다면, 올해는 괜히 부담되는 인사였다. 그래서였을까? 더 이상의 회신은 전달하지 못한 분도 많다.
여전히 나의 방향이 명확히 수립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련이 많이 남아있다고 하는 게 맞다. 나의 첫 사업이고, 창업이었고, 흡족한 회사 이름부터 모든 것들이 무형의 서비스지만 손이 가고, 애정이 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했다. 왜 이런 미련이 남는 걸까?
첫째, 사업 자체가 실패한 건 아니다.
그렇다. 내가 창업한 '왕조시대 컴퍼니(주)'는 비즈니스가 망하지 않았다. 지난 1년 동안 매출 10억, 순수익 10%가 넘고, 1인 운영, 3회 수주, 8번 경쟁 PT 등 유의미한 성과와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가족을 위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주지 못했다. 글로는 밝히지 못하는 게 너무 안타깝지만 개인적인 큰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금전적 사고를 냈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사업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이 부족해졌다.
둘째, 미움받을 용기가 부족했다.
경영자로서, 사업가로서의 1년을 떠나 앞으로의 지속적인 비전을 갖지 못했다. 때문에 팀, 비전, 조직문화로의 성장을 실현시키지 못했다. 이런 부분을 쉽게 노출하고 싶지 않았다. 들키고 싶지 않았고, 부족함을 어떻게든 만회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게 크다. 누구에게? 아무도 관심 없는 주변, 업계, 지인, 가족에게 말이다. 불필요한 관계 설정과 무의미한 외부에 눈치를 봤던 거다.
정리를 해보면 명확해졌다.
결국 창업의 동력을 잃었고, 사업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다. 인정하지 못했던 거다. 그래서 쓸데없을지 모를 일을 저질러 놓은 상태이기도 하다. 사무실을 뺐고, 공유 오피스 1년 계약을 했다. 홈페이지 도메인도 1년 연장을 했다. 법인도 주소 변경하면서 수수료를 냈고, 아직 끝나지 않은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세금도 수백만 원 지출 예정에 있기도 하다. 사업과 멘탈은 조금씩 인정하고, 마무리되고 있지만 '돈'과 '행정'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1년이 지났다. 일반 사업자를 냈고, 규모의 기회로 법인 사업자를 추가로 냈다. 내가 만든 회사가 얼마나 마음에 들었으면 왕조시대 컴퍼니, 왕조시대 컴퍼니(주) 등 동일한 이름의 사업자가 2개가 된 거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을 텐데 욕심이었다. 덕분에 세금도 더 냈다. 관리의 부족이었다. 최근엔 세무사의 연락을 받고, 급하게 면담을 진행했다. 아직 3월 법인세가 확정된 건 아니지만 1차 버전의 재무제표(드디어 재무 재표를 작성하게 되었다!!)를 확인하게 되었다. 지저분했다. 매출, 수익, 부채 등 내가 생각했던 숫자와는 크게 달랐다. 결과는 보기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내가 벌어 내가 쓴 결과 타인이 보기엔 부정적이었다. 운영이 잘 된 건 아니라는 얘기다.
첫 창업, 욕심 그리고 기대와 설렘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에 '다수의 기회'라는 오류에 빠졌다. 뭐든지 잘할 수 있다고 믿었고, 개인의 역량 보다 나의 이상적인 [꿈]이 더 중요했던 것 같다. 솔직한 창업가의 마음이다.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해보고 싶었으니까.
창업가의 최후.
성공과 실패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의 최후는 '다시'에 가깝다. 지금은 전략적인 후퇴를 결정했다. 내가 했던 사업과 비슷한 방향의 '광고인' 또는 '마케터'라고 불리는 업을 찾아 소속 기업을 찾아 나설 것이다. 더 성장하고, 새로운 판을 만들 수 있는 곳에서 갈증을 해소할 예정이다. '왕조시대 컴퍼니'는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나의 마음속에 멋진 기억으로 자리 남게 될 테니까 말이다.
후회 없이 잘했다. 여기서 끝은 아니지만.
언젠가 다시 만나자. '왕조시대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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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립꾼입니다. Ep.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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