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3. 일하는 아빠와 여자 둘
「돌, 잔치를 하지 않았다.」브런치 스토리가 반응이 좋았다.
21,218 조회가 발생했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하여 돌잔치를 하지 못했거나,
시대 변화에 따라서 돌잔치의 의미가 많이 퇴색된 게 아닐까 싶다.
우리 또한 그 무엇이든 그랬을 테니까 말이다.
https://brunch.co.kr/@theking/52
그러고 보니, 돌이 된 단아의 이야기를 끝으로 브런치 스토리가 마무리되었다.
2023년 2월 15일, 그리고 8개월이 지났다. 나의 딸 단아는 벌써 20개월 차로 진입했다. 키도 무럭무럭 자라서 약 83.2cm, 몸무게도 약 11.8kg, 머리둘레는 46.6cm로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상위 성장 포지션을 여전히 유지하는 가운데 아장아장 걷던 아이는 두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엄청 빠르게 달리고자 하는 욕심을 부리는 중이다. 그러면서 넘어지고 쿵, 일어서고를 반복한다. 벌떡
어떡해 벌써 12시네..우리 괜찮은걸까?
지난 1년 동안 딸이 태어난 직후부터 1년 동안 적극적인 실전 육아를 했다. 꼭, 하고 싶고 해내고 싶기도 했지만 10년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자연스럽게 창업의 기회가 생겼기 때문에 그만큼 물리적인 시간과 공간이 겹치는 부분이 많아졌다. 그러다 15개월 만에 다시 직장인의 세계관으로 넘어갔고 본격적인 아내의 '독박육아'가 시작되었다. 아이가 보고 싶기도 했지만, 아내의 육아 스트레스와 육체적인 부담이 걱정이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딴짓 없이 칼퇴를 하며 집, 회사, 집 그리고 회사의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퇴근 후 아빠의 역할은 크지 않았다. 단아 목욕시키기, 다 함께 식사하기, 단아 옆에서 밥 먹이기, 또 청소하기, 단아 재우기. 꽤나 단조롭다.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해도 되나 싶을 정도지만 우리에겐 엄청나게 큰 역경이 스멀스멀 시작되고 있었다.
보통의 비슷한 아이들은 밤 10시 전에 대부분 취침을 한다. 아빠들은 자는 아이의 모습만 보며 주말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고, 반면에 퇴근이 빠른 부모들은 이른 저녁을 먹고, 목욕시키고, 8시부터 취침 모드로 들어간다고 한다. 새벽이나 7시 전후로 일어나기 때문에 이른 아침의 시작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딸 단아도 크게 다르진 않았던 거 같지만, 아빠인 내가 직장인이 되면서 모든 일상의 변화가 시작되었고, 패턴이 무참히 깨져버렸다.
우리는 몰랐다. 8시에 퇴근하고 집에 오면, 씻고, 밥 먹고, 청소하면 9시가 훌쩍 넘어섰고, 종일 못 놀아준 아빠는 같이 뛰고, 웃고, 놀고, 노래 부르고, 음악에 몸을 맡긴 채 춤추기 바빴으니까 말이다.
"어라? 벌써 10시 30분인데..안자네? 재우고 나서 맥주 한 잔 하자!"
...
...
금새 자정이 되었다. 단아는 여전히 쌩쌩하게 움직인다. 그랬다. 고난의 시작. 자정이 넘어가면 우리는 여름 내내 집 앞 초등학교를 맴돌았고, 종종 딸을 차에 태우고 드라이브를 했다. 다양한 자장가 음악을 섭렵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집 안에서 1시간, 2시간을 움직이지도 안은 채 단아가 자기만을 기도하기 바쁜 시기를 보냈다.
육퇴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창업하고 바쁘게 지냈지만 그래도 육아에 꽤나 힘썼던 1년과 다르게 '일하는 아빠'와 '혼자서 육아하는 엄마'의 역할로 구분되어 버린 지금은 완전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것이다.
거의 7개월 동안 12시나 1시에 아이를 재우고, 우리는 지쳐버린 채로 새벽에 잠이 들어버린 일이 다수였다.
우리.. 괜찮은 걸까?
시즌 1, 2와는 전혀 다른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는 걷고, 뛰기 직전의 빠른 걸음으로 돌아다니기 일쑤고, 가끔 넘어지고 가볍게 찰과상을 입기도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리고 낯을 많이 가리지만 금세 적응하기도 하고, 특히 '사람'과 '분위기'에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옹알이는 엄청 다양해졌으며, 믿지 못하겠지만 수저를 입에 대고 엄마 아빠 노래 부르는 모습을 금세 따라 하기도 한다.
많은 부분에서 의사소통이 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식탁에 물건 올려놓기, 제자리 가져다 놓기, 건조기에 세탁물 넣어보기, 거실에서 화장실에 들어간 엄마 기다리기, 실물 그림 카드 이름 맞춰 보기, 혼자 놀기 등이 가능해졌으며, 육아에 한 결 마음이 편해진 부분도 많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 잠이 10시를 넘고, 11시, 12시를 넘어갈 땐 매일 밤이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육체적인 피로는 해결될 수가 없었다.
그러다 우연치 않은 곳에서 스트레스는 마무리가 되었다.
병원 그리고 전철역 앞 에피소드.
소아청소년과(아동 발달 클리닉)을 신청해서 상담을 받았는데 의사 선생님 말씀이 흥미로웠다.
"아이는 잘 크고 있는 것 같아요. 잠이 늦긴 해도 총 수면 시장은 이상이 없고, ADHD나 자폐 증상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억지로 재우려고 하지 않으셔도 될 거 같아요''
그랬다. 사실, 지난 7개월 동안 우리는 잠을 자지 않는 아이 때문에 재워야 한다는 목표아래 다양한 방법을 찾고 시도해 보는데 열중했다. 그럴수록 딸 단아는 흥분하거나, 졸린 눈을 비벼가며 어떻게 해서든 자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듯한 제스처를 보이기도 했었다. 그 사이 엄마 아빠는 미쳐 돌아가는 중이었다. 우리는 스스로 인정해 보고, 노력하기로 했다. 이상없다니까..단아는 괜찮네.. 그리고 우리가 늦게 자니까 그렇지 뭐. 단아는 또 얼마나 힘들까..
일하는 아빠인 나는 특별한 계기가 또 생겼다. 언제나처럼 퇴근길
동네에 도착하고, 전철역 밖으로 나갔다. 시끄럽고 복잡한 서울 도심을 벗어나 여유롭고 쾌적한 동네를 마주했다. 조금씩 어두컴컴해지는 하늘이 보였고, 어느 때처럼 사랑스러운 두 여자는 아빠를 기다리고 있었다.
꺄아아아 아.. 탁탁 탁탁탁.. 탁탁탁.. 와락!!
저 멀리서부터 돌고래 소리를 내며 아빠를 발견한 딸 단아는 엄마의 품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는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마치 뛰는 모습은 물 위를 걷는 도마뱀으로 유명한 '바실리스크' 도마뱀처럼 두 다리를 갸우뚱 거리며 은근히 빠르게 아빠에게 달리는 것이다. 그러고는 '와락' 아빠인 내 품에 들어왔다.
처음이다. 퇴근하는 아빠를 봐도 주변 환경에 예민한 단아는 본체만체가 일상이었는데 먼 거리일 텐데도 넘어지지 않고 아빠만을 바라모며 뛰고, 품에 안 긴 게 말이다. 퇴근할 '맛'이 생겼다. 어렸을 때 드라마나 어디선가에서 봤을 법한 자식을 키우는 아빠들의 모습이었다. 공동 육아에 힘쓸 때는 몰랐는데, 직장을 다니면서 약 12시간 만에 아이를 마주하게 될 때마다 부쩍 성정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 같다. 하루하루 다르게 성장하고, 매일 하나라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딸, 사랑스럽고 대견하게 느껴진다.
오늘도 엄마는 하루 종일 육아를 하며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을 해봐도 도저히 그 마음을 헤아릴 수가 없다. 미안한 마음뿐이다. 일하는 아빠를 단아는 보고 싶어 했을지도 궁금해졌다. 아빠를 정확히 인식하고, 이제는 마음을 사랑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인지, 유난히 사랑하는 여자 1 아내와, 여자 2 딸이 더 보고 싶은 날이다. 예전엔 아내 현주 씨가 내 품에 안겼고, 이제는 딸이 달려와 내 품에 안긴다. 정확히 기분을 표현할 방법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칼퇴를 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졌다는 것이다.''
단아가 늦게 자고, 우리에게 육아 퇴근이 사라진 지 7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모든 순간들이 기록될 것이고, 추억이 되며, 사랑스러운 우리 가족이 성장하는 시기임을 믿고 있다. 생경한 순간을 기억한다. 단아가 걷고, 빠르게 뛰면서 아빠를 기다리며 달려오는 그 순간을 말이다. 육퇴는 사라졌지만, 우리 부부의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단아와 함께 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는 건 분명해졌으니까 :)
남들 다하는 육아 휴직이라는 거 사용해보고 싶었는데, 결국 두 번째 퇴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족의 품으로 들어갔다. 아내는 너무나 즐거워한다. 딸은 당분간 눈 떴을 때 출근해 버린 아빠를 찾아 집안 곳곳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졌다고 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다시 육아는 시작되었다. 우리 「왕조시대」 패밀리는 그렇게 다시 하나가 되었다. 24시간.
그리고 가장 중요한 목표가 생겼다. 일상의 육아 루틴을 다시 만들어서 보다 안정적인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 잘 놀아주기, 에너지 소진시키기, 하루 종일 걷고 뛰고 먹고 보고 듣고 경험하는데 시간을 보내는 것. 그렇게 3주가 지났다. 지금 어떻게 되었냐면- 단아는 조금 빨리 취침을 하고 있다. 밤 11시에서 12시 사이. 상대적으로 또래보다 2-3시간 늦게 자는 편이지만 우리에겐 큰 변화이고, 특히 불 끄고 다 같이 누우면 20-30분 내 스스로 잠이 들어버리는 딸 단아의 루틴이 생겼다. Bravo!
여전히 한 번도 제대로 쉬어 본 적 없는 아내 현주 씨는 스스로 잘 다독이며 버티고,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고맙게도, 그래서 아빠인 내가 해야 할 게 더 분명하다. 함께 있을 때 '가족'에 집중하는 것이다. '육아'가 아닌 '가족'이라는 게 다르다면 다르겠다. 덕분에 쉬는 동안 대부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행을 다니며 바람도 쐬고, 동네 곳곳을 걸어보고, 새로운 곳에 가서 먹고, 보고, 써보고, 경험을 이어나가고 있다.
퇴사하는 아빠와 함께하는 여자 둘
우리는 그렇게 다시 뭉쳤다.
육아는 퇴근이 없다.
육아는 퇴사가 없다.
이렇게 시즌 3을 시작해 본다.
우리는 왕조시대
왕조시대 Jr. 단아를 응원합니다.
instagram, @baby.wangjo.jr
+
https://brunch.co.kr/magazine/imfather
https://brunch.co.kr/magazine/imfather2
왕태일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