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화장,터

불편함을 기록합니다.

by 왕태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처음 그 장면을 봤을 때는, 솔직히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신기했다. 좁은 좌석 사이, 흔들리는 전동차 안에서 누군가는 파우치를 열고 거울을 꺼내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풍경은 아니었지만, 막상 눈앞에서 펼쳐지니 잠시 시선이 머물렀다. ‘아, 저기서 화장을 하네.’ 그게 첫 반응이었다. 놀라움이라기보다는 관찰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그다음엔 괜히 내가 더 생각하게 됐다. 왜 굳이 여기서 화장을 하는 걸까. 집에서도 할 수 있을 텐데, 아니면 회사 화장실에서도 가능할 텐데. 이 생각이 들자마자 스스로를 검열했다. ‘내가 너무 보수적인가?’ ‘요즘은 다들 이렇게 하나?’ 괜히 혼자만 시대에 뒤처진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애써 그 생각을 밀어냈다. 신기하면 신기한 거지, 굳이 판단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장면은 생각보다 자주 눈에 띄었다. 한 번 보고 지나간 풍경이 아니라, 꽤 반복해서 마주치는 일상이었다. 파운데이션을 두드리는 손, 립스틱을 바르는 입술, 브러시로 얼굴 톤을 정리하는 과정. 지하철의 흔들림 속에서 얼굴의 안색이 조금씩 달라지는 걸 보고 있자니, 묘하게 흥미롭기도 했다. 화장은 단순한 꾸밈이 아니라,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처음 가졌던 선입견이 조금 누그러졌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화장이 계속되면서, 공간의 공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밀폐된 지하철 안에 화장품 특유의 향이 퍼졌다. 파우더 냄새, 크림 향, 립 제품에서 나는 인공적인 향. 처음엔 약했지만, 점점 분명해졌다. 나는 고개를 살짝 돌렸고, 숨을 조금 얕게 쉬었다. 불편함이 그제야 몸으로 올라왔다. 이건 시각의 문제가 아니라 후각의 문제였다. 피할 수 없는 감각의 침범. 그제야 나는 ‘아, 이건 그냥 신기한 장면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 서 있던 사람을 슬쩍 보다가, 결국 옆자리에 앉았다. 거리상으로는 더 가까워졌고, 냄새는 더 진해졌다. 파우치를 여닫는 소리, 브러시가 케이스에 부딪히는 소리, 화장품이 탁탁 닫히는 소리까지. 부산스러운 손놀림과 함께 향은 계속 공간에 머물렀다. 그런데 무엇보다 나를 거슬리게 했던 건, 그 모든 행동을 하면서도 주변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마치 이곳이 개인의 화장대인 것처럼, 이 공간이 공유된 장소라는 사실은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얼굴.


그 표정을 보며 또다시 고민했다. 내가 예민한 건가. 화장은 개인의 자유 아닌가.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아닐 수도 있다. 실제로 아무 규칙도 어기지 않았고, 누군가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걸거나 방해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마음은 계속 불편했다. 그 이유를 곱씹다 보니,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이건 ‘화장’의 문제가 아니라 ‘공간을 사용하는 태도’의 문제였다. 공공의 공간에서 내 감각이 타인의 감각을 점유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태도. 그 무심함이 나를 계속 불편하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담배 연기, 담배꽁초, 무표정한 서비스에서도 같은 감정을 느껴왔다.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고, 그 결과는 늘 다른 누군가가 감당한다. 말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고, 불편함은 개인의 예민함으로 치부된다. 그래서 더 말하기 어렵고,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지하철 메이크업도 딱 그 지점에 있었다. 말하기엔 애매하지만, 분명히 누군가의 감각을 건드리는 행동.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니, 더 이상 유예하고 싶지 않았다. 이건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공공공간에서의 최소한의 배려에 대한 이야기다. 화장은 개인의 선택이고 자유다. 하지만 그 자유는 다른 사람의 호흡과 후각, 집중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존중받아야 한다. 지하철은 화장대가 아니고, 출근길은 누군가의 준비 시간을 대신 감당해주는 공간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만큼은 명확하게 말하고 싶다.

제발, 화장은 집에서 하자.


이 말은 비난이 아니라 요청이다.

공간을 함께 쓰는 사람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다.

불편함을 기록하다 보니, 결국 가장 단순한 결론에 도달했다.

공공의 공간에서는, 조금만 더 서로를 의식하자.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테니까.


「불편함을 기록합니다」

EP. 07 제발 화장은 집에서 하자!!


왕태일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