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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는 대로 잘하던 내가, 팀장이 되었다

리더가 던져야 할 질문들

by 키위의온도
Photo by Corinne Kutz on Unsplash

나는 항상 시키는 일을 빠르게, 정확하게 해내는 사람이 좋은 팀원이라고 믿었다.
하던 일을 멈추고 상사의 부름에 달려가 우선순위를 바꿔 일부터 처리하는 게 ‘일 잘하는 사람’의 자세라 여겼다.

팀장이 되고 나서도 그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요청하는 범위가 조금 넓어졌을 뿐, 여전히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려 애썼다.
‘왜 이걸 해야 하지?’보다 ‘주어졌으니 해내야지’가 우선이었다.
옳고 그름보다는, 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그렇게 누군가의 지시에 맞춰 일하는 데 익숙한 나는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오자 막막함을 느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이제는 내가 판단하고, 내가 책임져야 했다.

그때, 다른 조직 문화를 경험해 본 멘토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그분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제 팀의 일이 아니면 왜 이걸 해야 하는지 먼저 물어봐요.
전문가를 뽑아 놓고 정작 전문성을 발휘할 수 없는 일만 주면 의미가 없잖아요.
그게 왜 우리 팀의 일이 아닌지, 저는 설득해요."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낯선 만큼 새로웠고, 새롭기에 자극이 되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시키는 대로 다 해야 하는 것만은 아니구나’ 하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한 조직에서만 오래 일해 온 내가 문득 우물 안 개구리 같다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의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 시키는 일은 뭐든 다 해야 한다고 믿어왔지만
이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어쩌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좀 더 다양한 방식의 일하는 문화, 다른 팀과 회사의 구조에도 관심을 갖고 귀 기울이기로 다짐했다.

시야가 트이니, 질문이 보였다.

이 일이 정말 우리 팀에 필요한 일일까?
우리 팀은 어떤 팀이어야 할까?
무엇을 위해 일하고, 어디를 향해 가야 할까?

처음엔 그저 ‘주어진 일을 해내자’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방향을 고민하는 중이다.
빠르게 정확히 일하는 걸 최우선으로 여겼던 내가,
이제는 리더로서 '방향'을 먼저 생각하려 한다.

이제 막 방향을 묻기 시작한 초보 팀장.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헤매고 있지만,
그래도 이 질문들을 던질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한 걸음 나아간 거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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